1. 본문
여명(黎明)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도 있고 가는 사람도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넘쳐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生)의 감각(感覺)을 흔들어 주었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감각적, 의지적
• 제재 : 투병 생활
• 주제 : 생명에 대한 강렬한 의지
• 특징 :
①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활용함
② 역순행적 구성을 통해 생명 소생의 의지를 갖게 되는 과정을 보여 줌
③ 자연을 통해 개달음을 얻음
④ 병고의 체험이 다양한 소재를 통해 형상화됨
• 구성 :
1연: 생명의 소생
2연: 관계 속에서 확인하는 존재의 의미
3연: 죽음의 고통 속에서 느끼는 절망감
4연: 채송화를 통해 다진 생에 대한 의지
3.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뇌일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건강을 회복한 시인의 투병 체험을 바탕으로 생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그에 대한 의지를 환기하고 있는 시이다.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화자가 처한 상황을 생동감 있게 형상화하고 있으며, 대조적 시어를 활용하여 생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부각하고 있다.
- 수능특강 해설 참고
4. 작품 해설 2
이 시는 1965년 고혈압으로 쓰러져 일주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다시 소생한 체험을 구상화한 작품이다. 여기서 '생의 감각'이란, 생에 대한 자각인 '부활'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시에는 인생론적인 면과 소생 과정의 극적인 면이 동시에 수용되고 있다. 고통과 절망으로 이어진 투병 체험 속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된 생명의 의미와 인간 존재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동사에 나타난 시제를 유심히 살펴보면 1연과 2연에서는 현재형 시제가 사용되었으나 3연에서는 과거형 시제가 쓰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로 보아 3연의 내용은 병마에 시달렸던 지난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추리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기슭에 피어 있는 채송화가 '나'에게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는 것은, 채송화가 '나'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존재로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우리말 사랑 누리집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작품과 관련된 작가의 체험(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김광섭은 1965년 4월 22일에 야구 경기를 관람하다가 뇌일혈로 쓰러져 일주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깨어난 경험이 있다. 당시 담당 의사가 소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볼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었고, 가족들도 그의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나 입원 석 달 만에 퇴원하였다. ‘생의 감각’은 이와 같은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다. 김광섭은 이와 같은 고통스러운 경험 이후 작품 세계가 변모하게 된다. 이전에는 모더니즘적 성향의 작품을 많이 썼으나, 이후에는 삶과 존재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통찰을 보여 주는 작품을 많이 발표하게 된다.
2. 대립적인 의미의 시어
‘깨진 하늘, 장마, 흐린 강물, 무너지는 둑’은 병고로 인한 화자의 절망을 드러낸다면, ‘여명, 뼈, 채송화’는 삶에 대한 희망, 부활, 의지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3. 화자에게 ‘채송화’란
이 작품의 작가는 뇌일혈로 인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행스럽게도 깨어났다. 이렇듯 죽음의 문턱을 체험하고 삶에 대한 의지를 갖지 못하고 있던 화자에게 강인한 생명력을 환기시켜 주어 삶에의 의지를 갖게 해 주는 존재로 볼 수 있다.
4. 심상(구인환, Basic 고교생을 위한 문학 용어 사전 참고)
언어에 의해 재현된 감각적 체험의 표상을 가리킨다. 시를 읽으면 어떤 정경이 환히 보이는 듯한데, 이것이 곧 심상이다. 이 심상은 단순히 거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미의식을 자극하고, 정서를 유발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데 그 의미를 지닌다.
심상은 묘사적 심상과 비유적 심상으로 나누어지기도 하고, 감각적 심상, 상징적 심상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이미지는 마음속에 재생, 제시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감각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감각적 심상에는 시각적, 청각적, 미각적, 후각적, 촉각적, 역동적, 색채적 심상과 이들 심상들이 섞여서 시적 효과를 보여 주는 공감각적 심상이 있다.
6. 작가 소개
김광섭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문학 이야기 > 현대운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0) | 2021.03.31 |
---|---|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0) | 2021.03.31 |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 박남수 (0) | 2021.03.29 |
들국 - 김용택 (0) | 2021.03.29 |
떠나가는 배 - 박용철 (0) | 2021.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