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 - 이용악날로 밤으로 /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 대대손손에 물려줄 /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모두 없어진 지 오랜 / 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찻길이 놓이기 전 / 노루 멧돼지 쪽제비 이런 것들이 / 앞뒤 산을 마음놓고 뛰어다니던 시절털보의 셋째아들은 / 나의 싸리말 동무는 / 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 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 송아지래두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 차거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 보냈다는 / 그날 밤저릎등이 시름시름 타들어가고 / 소주..
교목(喬木) - 이육사(2007 기출)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직유법)이상과 염원의 세계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의인법)혹독한 현실 굳은 의지, 상승 이미지차리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부정 명령형(강한 의지 표명)- 1연 어떤 시련이나 고난에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와 신념낡은 거미집 휘두르고암담한 현실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자유와 독립의 길, 투쟁의 길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자신이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결의- 2연 암담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이상을 추구하겠다는 삶의 의지를 다짐검은 그림자 쓸쓸하면,암울한 시대 상황마침내 호수(湖水) 속 깊이 거꾸러져죽음의 이미지 하강 이미지=죽음의 결의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바람’이라는 탄압에도 흔들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 3연 죽음마..
새 - 박남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 자연의 세계, 바람이 불어 지나가는 곳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 의도나 가식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순수 상징. 생명.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 생명, 사랑, 순수의 노래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 사랑, 노래 -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노래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 가식, 인위성 지어서 교태(嬌態)로 ↳ 가식으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 의미를 붙이거나 가식하지 않는 새의 사랑, 순수성 3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비정함, 물질 문명, 잔혹성 ↳ 인간, 새와 대립되는 이미지, 파괴자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나의 하나님 - 김춘수 나의 하나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 어두움, 애처로움을 의미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 삶의 처절함, 희생물을 의미 시인(詩人)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女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 묵중함, 무거움을 의미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여리디 여린 순결(純潔)이다. ↳ 하나님의 순결함을 의미 삼월(三月)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둣빛 바람이다. ↳ 하나님의 청신함을 의미‣ 요점 정리 성격 : 주지적, 관념적, 비유적, 이미지적 표현 : 은유법 제재 : 하나님의 의미 주제 : 새로이 발견한 하나님의 의미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나의 하나님’이라는..
어머니의 물감상자 - 강우식 어머니는 시장에서 물감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물감 장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온갖 색깔이 다 모여 있는 물감 상자를 앞에 놓고 진달래꽃빛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진달래꽃물을, 연초록 잎새들처럼 가슴에 싱그러운 그리움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는 초록꽃물을, 시집갈 나이의 처녀들에게는 족두리 모양의 노란 국화꽃물을 꿈을 나눠 주듯이 물감 봉지에 싸서 주었습니다. 눈빛처럼 흰 맑고 고운 마음씨도 곁들여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해종일 물감 장사를 하다 보면 콧물마저도 무지갯빛이 되는 많은 날들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 입히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기 위해 물감 장사를 하였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이 지상에 아니 계십니다. 물감 상자 속의 물감들이 놓아 주는 가장 아..
향수 - 정지용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가면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사철 발 벗은 아내가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