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문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비룟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2.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농민시 • 성격..
1. 본문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2.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사색적, 문답적, 철학적 • 주제 : 시인의 가치와 진정한 모습 • 특징 : ① 문답형식을 활용함 ②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에서 깨달음을 드러냄 ③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냄 • 구성 : 1~2행: ‘시가 뭐냐’는 물음에 대한 ‘잘 모..
1. 본문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2.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 성격 : 현실참여적, 저항적, 의지적 • 제재 : 민족의 현실 • 주제 : 참되고 순수한 민족의 삶 추구 • 특징 : ① 직설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현실 인식을 드러냄. ② 반복적 표현과 대조적 시어를 사용하여 주제 의식을 강화하고 있음. ③ 상징적 시어를 사용하여 주제 의식을 드러냄. 3. ..
1. 본문 여명(黎明)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도 있고 가는 사람도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넘쳐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生)의 감각(感覺)을 흔들어 주었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감각적, 의지적 • 제재 : 투병 생활 • 주제 : 생명에 대한 강렬한 의지 • 특징 : ①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활용함 ② 역순행적 구성을 통해 생명 소생의 의지를 갖게 되는 과정을 보여 줌 ③ 자연을 통해 개달..
1. 본문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방공호 위에 어쩌다 핀 채송화 꽃씨를 받으신다. 호(壕) 안에는 아예 들어오시질 않고 말이 숫제 적어지신 할머니는 그저 노여우시다. ― 진작 죽었더라면 이런 꼴 저런 꼴 다 보지 않았으련만…… 글쎄 할머니 그걸 어쩌란 말씀이셔요. 숫제 말이 적어지신 할머니의 노여움을 풀 수는 없었다.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인젠 지구가 깨어져 없어진대도 할머니는 역시 살아 계시는 동안은 그 작은 꽃씨를 받으시리라. 2.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의지적, 비판적, 상징적, 희망적 • 제재 : 꽃씨 • 주제 : 전쟁의 폭력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 • 특징 : ① 상징적인 시어를 활용하여 주제 의식을 강조함 ② 대조되는 상황과 태도를 제시하여 특정 대상의 정서와 ..
1. 본문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 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 가고 저 달 금방 져 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 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2.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애상적, 자조적, 대조적 • 제재 : 들국 • 주제 : 임에 대한 그리움과 막막한 기다림 • 특징 : ① 사투리..
1. 본문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 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서정적, 낭만적, 의지적 • 제재 : 이별 • 주제 : 고향과 정든 사람들을 떠날 수밖에 없는 비애 • 특징 : ① ‘-거냐’의 의문형 어미와 ‘-련다’와 같은 종결 어미를 통해 의지적 태도를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