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가 - 구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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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아, 거북아, 龜何龜何 (부름)

(동양에서 용이나 거북은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동물들로 알려져 왔다. , 특히 용은 상상 속의 동물이지만 현실 속에 존재하는 '거북'이 가져다 주는 이미지는 '신령스러운 것'이고 '장수하는 동물'이다. '龜何'는 이러한 거북을 부른 것인데, 주술적인 노래에서는 이를 신격(神格)의 호명(呼名)’이라고 한다. 소원을 들어 줄 대상신을 먼저 불러 모신 뒤에 소원을 말하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에 주술적 노래에서는 대개 첫머리에 호명이 놓인다.)

머리를 내어라. 首其現也 (명령)

(()라는 글자는 거북의 머리, 우두머리[君主] , 산등성 마루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노래를 수로왕 강림(降臨)신화의 삽입 가요로 볼 때, 수로(首露 : 머리를 드러내다)首現(수현)과 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머리' 또는 ''으로 보겠는데, 이 말의 이미지는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강신(降神)한 신에게 인간의 소망을 말한 것으로 이 노래의 중심 구절(주제)이다.)

내어놓지 않으면, 若不現也 (가정)

 

구워서 먹으리. 燔灼而喫也 (위협)

(‘번작굽고 구워서, 거듭 구워서의 뜻. 이 구절은 전형적인 주술적 내용으로 700여 년 후의 동궤(同軌 : 같은 궤도, 같은 유형)의 주술가인 해가사'[()()()()()()() : 그물로 잡아서 구워서 먹을 테다]에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3행과 4행은 표면적으로 거북을 위협하는 태도이지만 이면은 위협을 통해서 자신들의 소망을 달성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점 정리

작가 : 구간 등

갈래 : 4구체 한역시, 서사적 집단 가요, 집단 무가, 노동요, 주술요

연대 : 신라 유리왕 19(A.D. 42), 가락국 건국 때

성격 : 주술적, 집단적, 직설적

별칭 : 영군가, 영신군가, 구지곡, 영신가, 가락국가

구성 :

1: 대상에 대한 호명

2: 대상에 대한 요구(명령)

3: 상황에 대한 가정

4: 위협적 행위의 표현

특징 :

명령 어법의 사용
직절적인 표현

제재 : 거북이

주제 : 수로왕(임금) 강림 기원, 생명 탄생의 염원

의의 : 현전 최고(最古)의 집단 무요이자 주술성을 지닌 노동요로 가락국 건국 신화에 삽입되어 있는 노래

출전 : 삼국유사(三國遺事) 2, 가락국기

 


이해와 감상

삼국유사가락국기편에 전하는 노래로,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강림신화속에 삽입된 무가적 서사시이다. 비록 한역으로 전해져 완전한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향가의 4구체와 유사한 형식의 이 노래는 여러 가지의 해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노동요, 주술요, 의식요 또는 원시인의 성욕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으로 보는 경우, 잡귀를 쫓는 주문으로 보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노래로서 700년 후에 불려진 <해가>와 비교해 보면, 이 노래는 원시종합예술인 집단 가무와 관련이 있는 무요로 그 성격은 주술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이 노래가 보여주는 요구위협의 구조는 주술적인 노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수로왕이라는 신적인 존재를 맞이하기 위한 노래이기 때문에 신맞이 노래, 영신군가의 성격도 아울러 지닌다. 옛 기록에는 서정시인 <황조가>보다 후대의 작품으로 되어 있으나, 현재 전해지는 한역가 중에서 가장 정제되어 있지 않고 주술성을 띤 원시적인 집단 무요이므로, 작품 성격상 서정시보다 훨씬 이전부터 불려진 서사시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노래의 내용상 핵심은 머리를 내 놓으라는 것인데, 머리를 내놓는다는 것은 곧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뜻하며, 하늘에서 내려진 알에서 수로왕이 탄생하는 것을 나타낸다. 여기에서 거북의 머리를 생명의 의미로 본 고대인의 소박한 상징 수법이 잘 나타나고 있다.

 

보충 학습


구지가(龜旨歌)의 배경 설화

 

 후한 세조 광무제(A.D 42), 가락국의 서울 김해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천지가 개벽한 후로 아직 까지 나라의 이름도 없고 군신의 칭호도 없었다. 다만 구간(九干:가락국 아홉 마을 추장)이 있어 이들이 추장이 되어 백성을 거느리니 그 수효가 일백 호, 칠만 오천 인이었다. 사람들은 산과 들에 모여 살면서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밭을 일구어 곡식을 심으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북쪽에 있는 구지봉에서 마치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사람 3백여 명이 그 곳에 모이니, 사람의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또 다시 소리만 들리는데, “여기에 사람이 있느냐?” 라는 말이었다. 그 마을 구간들은 우리들이 여기 와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또 이르기를 내가 와 있는 곳이 어디냐?” 하고 물으니, “여기는 구지봉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다시 이르기를, “하늘이 내게 명하시기를 이곳에 나라를 세우고 너희들의 임금이 되라 하시어 여기에 온 것이니, 너희는 이 봉우리의 흙을 파면서 노래(구지가)를 부르며 춤을 추어라. 그러면 곧 하늘로부터 대왕을 맞게 될 것이니, 너희들은 매우 기뻐하며 즐거워하게 될 것이다.” 그 말에 따라, 마을 구간들과 사람들이 모두 함께 기뻐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얼마 후, 보랏빛 줄이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 닿았다. 줄 끝을 살펴보니 붉은 보자기에 금합자(金合子)가 싸여 있었다. 그것을 열어 보니 해처럼 둥근 황금알 여섯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것을 그대로 두었다가 이튿날 새벽에 다시 열어 보니 황금알 여섯 개가 여섯 동자로 나타났다. 그들은 나날이 성장해 10여 일이 지나자 키가 9척이나 되었다. 그들은 모두 용모가 빼어났으며, 그 달 보름달에 즉위하였는데, 세상에 처음 나왔다 하여 왕의 이름을 '수로(首露)'라 하고 나라를 '대가락' 또는 '가야국'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여섯 사람이 각각 가야의 왕이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여섯 가약국인 것이다.

 

구지가의 다양한 해석


 향가의 4구체와 비슷한 형식을 가진 이 노래는 수로왕의 강탄 의식에서 불리어진 주술적인 집단 무요로서,

다산에 대한 원시인들의 기원을 표현한 노래라는 견해가 있는데 거북의 머리는 외형적으로 남근과 유사하므로 이 노래는 남근 숭배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다산을 기원하는 신화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한편 거북은 여신이며, '거북'의 머리는 남근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거북'은 여성과 남성을 동시에 가진 양성구유의 존재로서, 그 자체가 남성과 여성의 합체를 통한 생산력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이 해석은 '거북'이 구지봉의 산신이라는 해석과도 상통하는데, 대체로 한국 고대의 산신은 여신이었기 때문이다. 덧붙여 원시인들의 강렬한 성욕을 표현한 노래로 보는 견해도 있다. - 정병욱-


영신제의 절차 중에서 가장 중추가 되는 희생무용에서 가창된 노래라는 견해가 있는데 영신제의 절차 중에서 가장 중추가 되는 희생 무용에서 가창된 노래라는 견해로 '거북'은 특별한 제의에서 제단에 바쳐지던 희생 동물의 이름을 따서 제의 공간의 이름을 지은 사례가 있는데, 구지봉이라는 지명이 바로 이러한 해석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 김열규-


산신 제의에서 가창된 노래라는 견해가 있는데 이 노래의 공간적 배경은 구지봉이라는 신성한 지역이며 구지봉이라는 이름이 곧 거북을 나타낸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노래의 거북은 구지봉의 산신을 의미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 구지봉의 산신을 거북이라는 구체적이고 신령스러운 동물로 나타낸 것이다. 혹은 이와 달리, 이 노래의 가창 집단이 거북을 토템으로 하는 족속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경우, '구지가'는 자신들의 토템인 거북을 죽여서 먹음으로써 신령스러운 토템인 거북과 자기 집단 사이의 일체감을 형성하려는 집단의 제의에서 가창되던 노래로 볼 수 있다.


거북 점을 칠 때 부른 노래라는 견해로 거북을 불에 구워 먹겠다고 위협한 것은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점복 의식과 관련된 상징적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오랜 옛날에는 거북의 등껍질을 불에 구울 때 그것이 갈라지는 모양을 통해 점을 치던 습속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노래는 거북등껍질을 이용한 점복 의식에서 새로운 우두머리의 출현을 예언하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중국의 임명덕 등-


잡귀를 쫓는 주문으로 보는 견해 - 박지홍-

 

구지가에 드러난 원시 고대인의 주술과 상징


 이 노래는 임금을 맞는 제의(祭儀)에서 부른 노래이다. 새로 맞는 왕은 가락국의 수로왕(首露王)인데, 거북이 머리를 내어놓는것이 곧 수로(首露)’이다. 거북이로 하여금 그렇게 명령하고 위협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구지가는 주술적 기능을 가진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머리생명을 뜻하므로, 머리를 내어놓는 것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알에서 수로왕이 탄생하는 것과 일치한다. 머리를 생명의 의미로 본 고대인의 소박한 상징 방법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고대인들은 말(언어)에 힘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고, 유추를 통해 상징성을 부여하였다. 또한, 구간과 수백 명의 군중이 불렀다는 점에서 주술의 효력을 한 개인의 능력에 의지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집단으로 행하는 주술의 힘에 의존하는 집단적 주술이다.

 

구지가해가


 성덕왕 때에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가는 도중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 옆에 병풍같은 바위 벽이 있어 바다에 맞닿았는데 높이가 천 길이나 되었고, 그 위에는 철쭉꽃이 한창 피어 있었다. 공의 부인 수로가 그것을 보고 옆 사람들에게 "저 꽃을 꺾어다 바칠 자 그 누구뇨?" 하니 모시는 사람들이 모두 "사람이 발 붙일 곳이 못 됩니다." 하고 사양하였다. 그 곁에 늙은 노인이 암소를 끌고 지나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 꽃을 꺾어 노래를 지어 바쳤으나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다시 이틀 동안 길을 가다가 바닷가 정자에서 점심을 먹는데 용이 홀연히 나타나 부인을 끌고 바다로 들어갔다. 공이 기절하여 땅을 쳐 보았지만 아무 방법이 없었다. 한 노인이 있다가 "옛 사람의 말에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 하였는데 지금 바다 짐승이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당장 이 경내의 백성을 불러서 노래를 부르며 몽둥이로 언덕을 두드리면 부인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공이 그대로 하였더니 용이 바다에서 부인을 데리고 나와 바쳤다. 공은 부인에게 바닷 속의 사정을 물었다. 부인은 "칠보 궁전에 음식이 달고 부드러우며 향기가 있고 깨끗하여 세상의 익히거나 삶은 음식이 아니더라."하였다. 옷에도 향기가 배어 세상에서 맡는 향기가 아니었다. 수로의 자색과 용모가 절대가인이어서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번 신에게 잡히었다. 여럿이 부른 해가의 가사는 이러하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어놓아라 龜乎龜乎出水路(구호구호출수로)

남의 부녀 약탈한 죄 얼마나 큰가 掠人婦女罪何極(약인부녀죄하극)

네 만약 거역하고 내어놓지 않으면 汝若悖逆不出獻(여약패역불출헌)

그물로 잡아내어 구워 먹겠다 入網捕掠燔之喫(입망포략번지끽)

 

 

 

공통점

차이점

형식

구지가

주술적인 표현과 명령어법

(요구와 위협)

수로왕 강림을 기원. A.D.42

4구체 한역시가

해가

수로부인의 귀환을 기원. A.D.8세기경

8구체 한역시가

 

 

구지가공무도하가


 ‘구지가는 가락국 수로왕을 맞이하기 위한 의식에서 집단적으로 불린 노래, 즉 행사와 의식에 필요한 노래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인간의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다. 즉 주술적인 집단 무요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공무도하가에는 임을 잃은 여인의 슬픔이 드러나 있다. 즉 한 인간의 개인적 감정을 다루었다는 점이 구지가와 다른 점이다. 고대 가요는 이렇듯 집단적 가무의 의식요에서 개인적이고 서정적인 노래로 자연스럽게 형태가 발전되어 넘어갔을 것이며,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후대에 문자로 정착되면서 본격적인 문학의 한 갈래로 발전하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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