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역에서 - 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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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애상적, 회고적, 감각적
• 제재 : 간이역 대합실의 정경
• 주제 : 가난하고 소외된 삶의 고단함과 그들을 향한 연민
• 특징 : 
 ① 간결하고 절제된 어조로 표현함.
 ② 차가움과 따뜻함의 이미지 대조를 통해 시적 대상을 표현함.
• 구성 : 
 1~4행: 사평역의 겨울밤 풍경
 5~8행: 대합실에 모인 사람들과 그리움에 잠기는 화자
 9~11행: 톱밥 난로 주변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
 12~16행: 침묵의 의미
 17~21행: 겨울밤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
 22~27행: 사람들의 고단함을 공감 어린 시선으로 보는 화자

 

3. 작품 해설

 이 작품은 겨울밤 사평역의 풍경과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송이눈이 쌓이’는 사평역의 ‘톱밥 난로가 지펴’진 대합실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에 잠기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화자는 그들의 고단한 삶을 차분히 응시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공감과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 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4. 작품 해설

 이 시는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쓸쓸한 기차역 대합실의 정경을 통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추억, 아픔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시의 화자와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고단하고 힘겨운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다. 화자는 밤늦게 막차를 기다리며 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고단함에 지친 군상들을 발견하게 된다. 피곤에 지쳐 조는 모습, 감기에 걸려 쿨럭거리는 모습, 침묵하는 모습들에서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통찰하게 된다.

 화자는 이들의 삶의 애환에 연민을 느끼며 ‘한 줌의 톱밥, 한 줌의 눈물’을 ‘난로에 던지는 행위’를 통해 이들을 위로한다.

- 천재교육, 해법문학 현대시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이 시에 드러난 비극적 서정(천재교육, 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춥고 깊은 겨울 밤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서글픈 여정은 고향이라는 영혼의 안식처를 향하는 것이다. 그들이 말이 없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삶이 너무 힘들고 고달프기 때문이다. 대합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급행 열차는 이 작은 역을 스쳐 지나가기만 한다. 대합실 인물들의 이러한 처지와 함께 이 시에서 사용된 다양한 소재 및 시어들 역시 이 시의 비극적 서정을 부각하는 데 기여한다.

 ‘대합실, 막차, 침묵, 밤 열차’는 ‘기다림과 쓸쓸함’의 정서를 환기하고, ‘송이눈, 눈 시린 유리창, 청색의 손바닥’은 ‘차가움과 시림’을 환기하며, ‘기침 소리, 담배 연기’는 ‘고단함과 애환’을 환기한다.

 

2. 공간적 배경과 시간적 배경의 의미(천재교육, 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이 시의 공간적 배경은 역의 대합실이다. 이 시에 나오는 대합실은 다양한 인물군들이 모여 각기 다른 행로를 위한 기차를 기다리는 공간으로, 인생 역정과 삶의 애환을 담고 있다. 인물들의 시선을 내면세계로 향하게 하고, 침묵 속에서 자신과 인생을 응시하게 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은 눈 내리는 겨울밤이다. 겨울밤의 추위는 삶의 어려움을 상징하면서 사람들이 따뜻한 곳으로 모이게 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눈의 풍경은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하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3. 이 시에 드러난 삶의 의미(천재교육 참고)

 이 시에서 ‘삶이란 기차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낯설고 고통스런 세상을 설원에, 그 속을 쓸쓸히 달리는 기차는 힘겹고 고달픈 우리의 인생 역정을 비유한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인생은 단풍잎처럼 작고 초라하며 쓸쓸하다. 그런 삶을 지탱하며 살아가는 나약한 사람들과 이를 지켜보는 화자 역시 결국은 같은 존재이다. 이 시에서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달픈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6. 작가 소개

곽재구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곽재구

대한제국기 전남 나주의 심남일 의병부대에서 활동한 의병. 전라남도 나주 출신. 영암에서 농업에 종사하다가 1907년 심남일(沈南一) 의진의 부장(部將)인 권택(權澤)의 부하로 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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