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못 오던가 - 작자미상

■ 본문

어이 못 오던다 므 일로 못 오던다.
너 오 길 우희 무쇠로 城(성)을 고 城(성) 안헤 담 고 담 안헤란 집을 짓고 집 안헤란 두지 노코 두지 안헤 櫃(궤)를 노코 櫃(궤) 안헤 너를 結縛(결박)여 노코 雙(쌍)목 외걸새에 龍(용)거북 물쇠로 수기수기 갓더냐 네 어이 그리 아니 오던다.
 이 셜흔 이여니 날 보라 올 리 업스랴.

 

■ 현대어 풀이

어이 못 오던가, 무슨 일로 못 오던가? / 너 오는 길에 무쇠 성을 쌓고 성 안에 담 쌓고 담 안에 집을 짓고 집 안에 뒤주 놓고 뒤주 안에 궤를 짜고 그 안에 너를 결박하여 넣고 쌍배목 외 걸쇠, 금거북 자물쇠로 꼭꼭 잠가 두었더냐? 네 어이 그리 아니 오던가? / 한 달 서른 날에 날 보러 올 하루가 없으랴?

 

■ 핵심 정리

• 연대 : 조선 후기
• 제재 : 임
• 주제 : 오지 않은 임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
• 특징 : 일상적 사물의 연쇄적 열거법을 통해 오지 않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해학적으로 표현함.

 

■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오지 않는 임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시조이다. 초장에서 시적 화자는 ‘못 오던다’를 반복하면서 임이 오지 않음을 확인하고 있다. 그런 다음 중장에서 임이 오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물을 가정하여 열거하고 있다. ‘성’에서 시작하여 연쇄적으로 ‘자물쇠’까지 열거하면서 임이 올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한다. 여기에 열거된 시어들은 서민들의 삶의 주변에 있는 사물들로, 임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시적 화자가 느끼는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종장에서 한 달이 30일인데 그 중에서 하루도 자신을 보러 올 수 없느냐며 임에 대한 원망과 간절한 그리움을 토로하고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오랫동안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임에 대한 원망의 심정을 재치 있게 표현한 사설시조이다. 초장에서는 임이 오지 않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중장에서는 사물을 연쇄적으로 나열함으로써 그런 것들 때문에 오지 못하느냐고 묻고 있다. 종장에서는 한 달에 하루도 시간을 낼 수 없느냐고 한탄함으로써 오지 않는 임에 대한 원망과 탄식을 드러내고 있다.

- 천재교육, 해법문학 고전운문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조선 전기의 시조와 사설시조의 차이점(지학(권) / 비상(유))
    조선 전기의 시조인 평시조와 조선 후기에 등장하기 시작한 사설시조는 내용과 형식, 표현의 측면에서 각각 차이가 난다. 이 차이는 향유 계층이 달라짐으로 인하여 나타난 것이다. 평시조는 사대부들이 주로 창작하였는데, 조선 후기의 사설시조는 서민, 풍류가객 등이 주로 창작하였다. 그러므로 두 부류의 차이는 양반 계층과 평민 계층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평시조는 4음보가 결합하여 한 행을 이루고 그것이 초장, 중장, 종장으로 세 번 중첩되어 한 수를 이루는 4음보격 3행시의 구조로 규정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사설시조는 중장이 6구 이상 늘어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평시조의 중장은 2구(3·4/3·4조)로 이루졌는데, ‘어이 못 오던다~’에서 중장은 11구로 되어 있다.
    또한 평시조는 간결하고 담백하게 절제된 언어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대부층의 미의식에 부합이 되어 사대부들은 한시(漢詩)만으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감흥과 정취를 여기에 담아 노래하였다. 그러나 사설시조는 주변 생활이 중심이 된 재담(才談), 욕설, 음담(淫談), 애욕 등을 서슴없이 대담하게 묘사 · 풍자하였다.
    평시조의 주제는 유교적 이념 및 규범을 노래한 것과 혼탁한 세속의 갈등으로부터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유유자적한 삶을 그리는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에 비해 사설시조는 인간 생활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 사설시조의 향유 계층과 관련한 논란(지학사)
    사설시조의 향유 계층을 중인을 포함한 서민들로 보는 견해에서는 사대부 계층의 전유물인 평시조와 달리 사설시조는 성적 욕망을 포함한 본능적 요소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반영하는 경향을 근거로 제시한다. 한편 사대부들도 사설시조를 향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에서는 사대부들도 유흥의 공간에서라면 본능적 욕망을 표출할 수 있으므로 작가를 밝히지 않고 사설시조의 향유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작자미상 - 어이 못 오던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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