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 김시습


<이 작품은 2014학년도 EBS N제 A/B형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전체 줄거리

시문에 능한 한생(韓生)이 표연(瓢淵)에 살고 있는 용왕이 보낸 사자를 따라 용궁으로 들어간다. 청의 동자(靑衣童子)의 안내를 받아 함인지문(含仁之問)을 지나 수정궁을 들어가니, 조강신(祖江神), 낙하신(洛河神), 벽란신(碧瀾神)의 세 신왕(神王)이 초대되어 와 있었다. 용왕은 한생을 초대한 이유로서, 용왕의 딸의 화촉동방을 꾸밀 가회각(佳會閣)을 새로 지었기로, 그 상량문을 부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에 한생이 상량문을 지어 주자 용왕은 잔치를 벌여 한생을 대접하는데, 먼저 미녀 10여명이 나와 벽담곡(碧潭曲)을 부르고, 총각 10여 명이 나와 회풍곡을 부르니, 용왕도 옥룡적을 불어 수룡음을 읊는다. 또 곽 개사가 나와 팔풍무를 추며 노래를 부르고, 현 선생이 나와 구공무를 추며 노래 부른다. 숲 속의 도깨비와 산 속에 사는 괴물들도 나와 휘파람을 불며 노래를 불렀다. 이에 삼신이 각각 시를 지었으며, 한생도 20운을 지어 올렸다. 그리고 용궁의 문물을 구경시켜 달라고 하여 여러 누각과 보물들을 두루 구경하고, 용왕이 주는 명주(明珠) 두 알과 빙초 두 필을 받아 가지고 나온다.

 

본문

주요 부분

오랫동안 선생의 성화(聲華)를 들었습니다만 높으신 얼굴을 이제야 뵈오니 의아히 생각지 마시오.”

용왕은 마침내 손을 내밀어 앉기를 청했다. 한생이 세 번 사양한 뒤에 자리에 오르자, 용왕은 남향(南向)으로 칠보상(七寶牀)에 앉고 한생은 서향(西向)으로 앉으려 하는데 문지기가 말했다.

손님 몇 분이 또 오십니다.”

용왕은 곧 문밖으로 나가서 그들을 맞았다. 세 손님은 붉은 도포를 입고 채색 수레를 탔는데 그 위의(威儀)와 시중드는 사람들로 보아 임금의 행차 같았다.

그때 한생은 들창 밑에 몸을 숨겼다가 자리를 정한 뒤에 인사를 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용왕은 그들 세 손님을 동향(東向)으로 앉게 한 뒤에 말했다.

마침 양계(陽界)에 계신 문사(文士) 한 분을 맞았으니 그대들은 의아해하지 마시오.”


용왕은 좌우 사람에게 명하여 한생을 들어오게 했다. 한생은 들어왔으나 윗자리에 앉기를 사양하며 말했다.

여러분은 귀중하신 몸이옵고 저는 빈한한 선빈데 어찌 높은 자리에 오르겠습니까?”

그러나 그들이 말했다.

아니오. 우리와 선생은 음양(陰陽)의 길이 달라서 서로 통제할 권리도 없거니와 또한 용왕님은 인격이 높고 감상(鑑賞)하심이 밝으시니, 선생은 반드시 양계(陽界)의 문학의 대가(大家)이실 것입니다. 그러니 용왕님이 명하시는 대로 따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용왕은 각기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이에 세 사람은 일시에 자리에 앉고 한생은 끝까지 겸양의 태도로 말석에 앉았다.

좌정하고 나서 찻잔을 한 바퀴 돌린 뒤에 용왕은 한생에게 말했다.

내 일찍이 자식을 두지 못했고, 다만 한 딸을 길러 이미 결혼할 시기가 되었소. 미구에 예를 치르려 하나 집이 누추해서 화촉을 밝힐 만한 방도 없기로 이제 별당 한 채를 세워 가회각(佳會閣)이라 이름지었소. 남은 준비는 다 되었으나 다만 상량문(上梁文)이 마련되지 못했소이다. 내 들으니 선생은 이름이 삼한(三韓)에 떨치고 재주가 백가(百家)에 우뚝하다 하여 특별히 초대한 것입니다. 나를 위하여 상량문 한 편을 지어 주시는 것이 어떻겠소?”

말이 끝나자 두 아이가 푸른 옥벼루와 소상(瀟湘) 반죽(斑竹)으로 만든 붓, 그리고 이름난 비단 한 폭을 받들고 와 앞에 꿇어앉았다.

한생이 곧 일어나 붓을 잡고 즉석에서 글을 쓰는데, 그 글씨는 마치 구름과 내가 서로 얽히는 듯했다. <중략>

이윽고 소리가 그치어 서생이 눈을 떠 보니 다만 자기 몸은 거처하는 방 안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서생이 문밖에 나와서 보니 하늘의 별은 드문드문하고 동방은 밝아오며, 닭은 세 홰를 쳤는데 밤은 벌써 오경이었다. 빨리 그 품속의 물건을 찾아서 보니 야광주와 빙초가 있었다. 서생은 이 물건을 상자 속에 깊이 간직하여 소중한 보물로 삼고 남에게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 후에 서생은 세상의 명예와 이익에는 생각을 두지 않고 명산에 들어갔는데, 그가 어디서 세상을 마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핵심 연구

갈래 : 단편 소설, 몽유 소설

연대 : 조선 세조 때

성격 : 전기적(傳奇的), 번안소설의 성격을 띰

주제 : 화려한 용궁 체험과 삶의 무상감

특징

작품에 나오는 인물이나 지명, 시대적 배경이 모두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함.

현실 - - 현실의 몽유 구조를 지님.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김시습이 지은 금오신화(金鰲新話)”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 중 하나로, 주인공이 꿈속에 용궁으로 초대되어 가서 겪은 일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주인공이 꿈을 통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융숭한 환대를 받았으나, 꿈에서 깬 뒤에는 이 세상의 명리를 구하지 않고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마무리됨으로써 비극적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

이 작품의 주인공 한생은 작가의 생애를 그대로 대변하는 인물이다. 김시습은 어릴 때 탁월한 글재주를 인정받아 조정에 초대되어 가서 세종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작가의 전기적 사실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용궁부연록''남염부주지'와 함께 몽유록의 구조를 갖고 있어 후대에 많은 몽유록계 소설의 선구가 된다. 그리고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이나 지명, 시대적 배경 등이 모두 우리 나라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도 한 특징이다. 한편 이 작품에서는 인물 구성에 있어서는 여인을 등장시키지 않고 남자만 등장시켜 놓았는데, 전조의 한생으로 한 것은 한씨가 개성의 벌족(나라에 공이 많고, 벼슬을 많이 한 집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이 작자는 주인공의 성을 결정하는 데에도 그 지방성을 고려한 것을 보면 얼마나 치밀하게 구성해 놓았는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어족(魚族)을 의인화해 놓았는데, 용왕과 그의 딸 용녀는 가상적인 인물이니까 의인화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게를 '곽 개사', 거북을 '현 선생'이라 의인화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해학적으로 묘사해 놓은 기교가 일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 해설 2

조선 전기에 김시습 ( 金時習 )이 지은 한문소설. 원본은 전하지 않고 일본 동경에서 목판본으로 간행된 작자의 단편소설집 금오신화에 실려 있다. 주인공이 꿈속에 용궁으로 초대되어 가서 겪은 일을 주된 내용으로 한 작품으로서 구조유형상 몽유소설(夢遊小說)이라 부른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글에 능하여 그 재주가 조정에까지 알려진 한생(韓生)이 어느날 꿈속에서 용궁으로 초대되어 갔다. 용왕의 청을 받고, 새로 지은 누각의 상량문을 지어주었더니, 용왕은 그 재주를 크게 칭찬하고 잔치를 베풀어 대접하였다. 잔치가 끝난 뒤 용왕의 호의로 한생은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진귀한 물건들을 골고루 구경하였다.

하직할 때 용왕은 구슬과 비단을 선물로 주었다. 꿈에서 깬 한생은 이 세상의 명리를 구하지 않고 명산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용국부연록의 중심내용은 주인공이 꿈을 통하여 자신이 지닌 지적인 능력을 발휘해 보이고 융숭한 환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꿈에서 깬 뒤에는 세상의 명리를 구하지 않고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작품은 비극적 성격을 드러내면서 현실과 이상의 대립을 하나의 문제로 제기한다. 자신은 지적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자 하나 세상이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데에서 오는 작자의 불만을 나타낸 작품이다. 김시습은 어릴 때에 탁월한 글재주를 인정받아 조정에 초대되어 가서 세종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작자의 전기적 사실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것으로 흔히 해석되고 있다. 작품의 기본적인 성격은 금오신화에 실린 다른 작품들의 경우와 유사하나 문제의식은 비교적 깊지 않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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