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면곡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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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잠을 늦게 깨여 대나무 창을 반쯤여니

들의 꽃은 활짝피어있고 가던나비는 꽃위를 머무는데

강기슭의 버들은 우거져서 물가에 띄여 있구나

창전에 덜괸술을 일이삼배 먹은 후에

호탕한 미친흥을 부질없이 자아내여

백마타고 금채찍 들고 흥청망청 놀수 있는 곳을 찾아가니

꽃향기는 옷에 배고 달빛은 뜰에 가득한데

광객인 듯 취객인 듯 흥에 겨워 머무는 듯

이리저리거닐다면서 기웃거리다가 유정히 섰노라니

푸른기와와 붉은난간이 있는 높은집에 연두저고리와 다홍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비단으로 가리운 창을 반쯤열고 고운 얼굴을 잠깐들어

웃는 듯 찡그리는 듯 요염한 자태로 맞아주네

은근한 눈빛을 하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고

맑고 청아한 노래로 봄흥취를 자아내니

운우 양대상에 초몽이 다정하다

사랑도 그지없고 연분도 그지없다

이 사랑 이 연분 비길데 전혀없다

너는 죽어 꽃이되고 나는 죽어 나비가 되어

봄이 다 지나가도록 떠나살지 않을려고 했더니

인간이 말이많고 조물주도 시기하여

새정을 다펴지 못하고 애달프지만 이별이라

맑은 강에 놀던 원앙 울면서 떠나는 듯

거센 바람에 놀란 벌과나비 가다가 돌치는 듯

석양은 다져가고 매여둔 말은 졸고 있을때

나삼을 부여잡고 침울한 마음으로 이별한 후에

슬픈노래 긴 한숨을 벗을 삼아 돌아오니

이제 이 님이야 생각하니 원수로다

간장이 모두 썩으니 목숨인들 보전하겠는가

몸에 병이드니 모든 일에 무심해져

서창을 굳이닫고 어색하게 누워 있으니

꽃같은 얼굴에 달같은 모습은 눈앞에 삼삼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거처하는 방은 침변이 여기로다

연잎에 이슬이 맺히니 이별의 눈물을 뿌리는 듯

버들막에 연기끼니 맺힌 한을 머금은 듯

적적한 산에 달은 밝고 두견새는 슬피우는데

슬프구나 저 새소리 내맘같은 두견새라

삼경에 못든잠을 사경에 간신히 드니

마음속으로 품고있던 우리님을 꿈속에서 잠깐보고

천가지 시름 만가지 한 못다 이루는 부질없는 꿈이되니

아리따운 미인곁에 얼풋 앉았는데

어화 황홀하다 꿈을 생시로 삼고 싶구나

잠자리를 걷어차고 바삐 일어나 바라보니

구름낀 산 첩첩히 천리안을 가리웠고

흰달은 창창하여 님을 향한 마음에 밝게도 비춰 주는구나

어화 내일이야 나도모를 일이로다

이리저리 그리면서 어찌그리 못보는고

비내리는 머나먼 길을 멀다고 하는 것은 이런 때를 두고 이르는 것이구나

좋은 언약은 묘연하고 세월은 덧없는데

엊그제 이월꽃이 푸른기슭에 붉었더니

그사이 재빠르게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구나

새벽달 지샐적에 외기러기 울 때

반가운 님의 소식 행여올까 바라보니

아득한 구름과 빗소리 뿐이구나

지리하다 이 이별을 언제 다시 만나볼까

산머리에 조각달되어 님의 곁에 비치고 싶구나

석상의 오동되여 님의 무릎 베어보랴

공산의 잘새되어 북창에 가 우니고저

옥상 조량에 제비되여 날고지고

옥창 앵도화에 나뷔되여 날고지고

태산이 평지되고 금강이 다마르나

평생 슬픈 회포 어디에 끝이 있으랴

책을 읽자하니 미인의 얼굴이 책위에 어려서 나도 잠깐 들었더니

마음을 고쳐먹고 정신을 가듬어서

장부의 공명을 세상에 알리로다


요점 정리

작자 : 미상

연대 : 미상(중종~선조 연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

형식 : 십이가사의 하나로 평민 가사

주제 : 임을 여의고 괴로워하는 사나이의 심정을 그린 것 / 이별의 안타까움과 임에 대한 그리움

특징 : 4분의 7박자의 도드리장단에 계면조(슬프고 애타는 느낌을 주는 음조) 가락을 취하고 있으며, 6~7종의 가집에 실려 전하고 다른 이별가와는 달리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는 남성의 비가 로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의 슬픔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음.

 

이해와 감상

 임을 여의고 괴로워하는 사나이가 기생집에 들러 춘흥에 탐닉함으로써 모든 괴로움을 잊어버리려는 심리를 표현한 작품으로, 육감적이고, 퇴폐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다. 모두 7마루()로 되어 있고, 노래할 때 속소리인 가성(假聲)을 많이 사용하며, 요성법은 중심음에서 4도위의 음을 떨어주는 서도(西道)소리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청구영언', '고금가곡', '해동악부', '남훈태평가', '고금기사', '가곡원류' 등에 실려 전해 오고 있으며, 이와 같이 저명한 가곡집에 두루 실려 있는 것으로 보면, 이 가사는 퍽 널리 알려진 노래임을 알 수 있다.

남녀간의 상사(相思)와 별한(別恨)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평민 가사로, 67종의 가집(歌集)에 실려 있고, 4분의 7박자 도들이 장단에 가락은 계면조(界面調)이며, 내용은 임을 여의고 괴로워하는 사나이의 심정을 그린 것으로, 다소 퇴폐적이기는 하나 정감이 넘치는 노래로 십이가사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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