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사시사 - 윤선도

 

■ 현대어 풀이
㉮ 앞 포구에 안개 걷히고 뒷산에 해 비친다. / 배 띄워라 배 띄워라. / 썰물은 거의 빠지고 밀물이 밀려온다. /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 강촌의 온갖 꽃이 먼 빛으로 바라보니 더욱 좋다.
㉯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 숲인가? / 노 저어라 노 저어라. /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묻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구나. /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 맑고도 깊은 못에 온갖 고기가 뛰놀고 있다.
㉰ 연잎에 밥을 싸서 준비하고 반찬은 준비하지 마라. / 닻 들어라 닻 들어라. / 푸른 갈대로 만든 삿갓은 이미 쓰고 있노라. 도롱이는 가지고 왔느냐? /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저를 좇는 것인가, 제가 나를 좇는 것인가.
㉱ 마름 잎에 바람이 나니 배의 창문이 서늘하다. / 닻을 들어라 닻을 들어라. / 여름 바람이 일정하겠는가? 가는 대로 배를 맡겨 두어라. /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 북쪽 포구와 남족 강이 어느 곳인들 좋지 않겠는가?
㉲ 보길도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 닻 올려라 닻 올려라. / 넓고 맑은 물에서 마음껏 놀아보자. /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 인간 세상을 들여다보니 멀수록 더욱 좋구나.
㉳ 흰 이슬이 내렸는데 밝은 달이 돋아 온다. / 배 세워라 배 세워라. / 궁궐이 아득히 멀고 넓으니 맑은 달빛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 /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 달나라에서 옥토끼가 찧는 약을 임금께 드시게 하고 싶구나.
㉴ 물가에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 어찌 씩씩한가. / 배 매어라 배 매어라. / 먹구름 원망하지 마라, 인간 세상을 가려 준다. /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 파도 소리 싫어하지 마라, 속세의 시끄러운 소리를 막아 준다.
㉵ 아 날이 저물어 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다. / 배 대어라 배 대어라. / 가는 눈 뿌린 길에 붉은 꽃이 흩어진 데 흥청거리며 걸어가서 /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 눈달이 서산을 넘도록 송창에 기대어 있자.
■ 핵심 정리

• 갈래 : 연시조(춘하추동 각 10수씩 전 40수)
• 성격 : 풍류적, 전원적, 자연친화적
• 연대 : 조선 효종 4년(1453) 이후
• 제재 : 어촌의 자연과 아부의 삶
• 주제 :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는 여유와 흥취
• 특징 :
 ① 대구법과 은유법, 반복법 등 다양한 표현법을 사용함.
 ② 여음을 배치하여 작품의 흥을 돋우고 내용에 사실감을 더함.
 ③ 시간의 흐름(계절의 변화)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 작품 해설 1

  자연 속에서 소박한 생활을 하며 느끼는 감흥과 정취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경치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연시조이다. 춘하추동(春夏秋冬) 각 10수씩 총 40수로 되어 있는데, 각 수에 나타나는 후렴구를 빼면 각기 초장, 중장, 종장 형태의 평시조가 된다. 초장과 중장 사이의 여음은 출항에서 귀항까지의 일과를 시간 순서대로 노래하고 있고, 중장과 종장사이의 후렴구는 노 젓는 소리의 의성어로 이루어져 있다. 어부의 하루 일과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세속을 벗어나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삶의 경지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 표현하였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고려 때부터 전하여 온 ‘어부사(漁父詞)’를 조선 중종 때 이현보가 9장으로 개작한 후 이를 다시 윤선도가 여음(후렴구)을 넣어 창작한 것으로, 연장체 형식의 연시조이다. 각 수에서 여음(후렴구)을 빼고 보면 각기 초장, 중장, 종장 형태의 3장 6구 평시조 형식을 지니게 된다.
 작가가 65세 때 전남 보길도에 은거하며 지은 이 작품은 계절마다 펼쳐지는 어촌의 아름다운 경치와 어부 생활의 흥취를 담아 한 계절당 10수씩 읊고 마지막에 ‘어부사시사 여음’ 이라고 하여 만흥[漫興 ; ‘산중신곡(山中新曲)’ 중 여섯 수] 1수를 덧붙였다. 각 계절의 10수는 출항에서 귀항까지 어부의 하루 일과를 시간 순서로 읊은 것인데, 세속을 벗어나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삶의 경지를 격조 높고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었으며 대구법, 원근법, 시간의 추이에 따른 시상 전개의 조화 등 표현 기교도 뛰어나서 우리 시조 문학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 천재교육, 해법문학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어부사시사’의 여음과 후렴구(지학사 T-Solution)

  ‘어부사시사’에는 일반적인 평시조와는 다르게 여음과 후렴구가 규칙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초장과 중장 사이의 여음는 출항에서 귀항까지의 어부의 하루 일과를 정연하게 보여 주고 있으며, 중장과 종장 사이의 후렴구 ‘至지菊국悤총 至지菊국悤총 於어思臥와’는 의성어로, 자연에서 사는 흥겨움과 활기가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장과 종장 사이의 여음(후렴구)인 ‘지국총(至菊悤) 지국총(至菊悤) 어사와(於思臥)’는 ‘어부사시사’의 전편(全篇)에 걸쳐 일정하게 나타난다. 이는 노 젓는 소리와 노 저을 때 외치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로, 시상 전개에 사실감을 부여하고 강호에서 느끼는 흥취를 북돋으며 평시조의 단조로운 흐름에 변화를 준다.

2. ‘어부사시사’의 발문(跋文) 일부(지학사 T-Solution)

  동방에 예로부터 어부사(漁父詞)가 있었는데,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옛 시를 모아서 곡조를 이룬 것이다. 이것을 읊조리면 강에 부는 바람과 바다에 내리는 비가 어금니와 뺨 사이에서 생겨나며, 사람으로 하여금 홀연히 세상을 버리고 홀로 서려는 뜻을 갖게 한다. <중략> 그러나 소리와 울림이 서로 호응하지 않고, 말뜻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았으니, 이는 대개 옛것을 모으는 데 얽매었던 관계로 옹색해지는 흠을 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내 그 뜻을 부연하고 우리말을 써서 어부사를 지었다.

3. 윤선도의 삶을 통해 본 ‘인간 세상’과 ‘자연’의 대립(지학사 T-Solution)
  윤선도가 살았던 조선 중기는 붕당 정치가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기였다. 윤선도 역시 남인의 중심 인물로 당쟁의 와중에 여러 차례 유배 생활을 하였다. 그래서 현실 정치의 혼탁함에서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묻힌 삶의 유유자적한 흥취에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윤선도의 삶의 태도는 그의 작품 ‘만흥(漫興)’,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에서 잘 나타나는데, 이때 작품에서 ‘인간 세상’은 작가가 지향하는 공간으로서의 ‘자연’과 대립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자연’은 이상적인 세계를, ‘인간 세상’은 번잡하고 시끄러운 현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는 작품 속에서 시적 화자를 통해 ‘인간 세상’을 멀리하고 ‘자연’에 귀의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4. ‘험한 구름’의 상징적 의미(지학사 T-Solution)
  일반적으로 많은 시에서 구름은 부정적인 대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시에서 ‘험한 구름’은 인간 세상을 가리고 막아서 번잡한 세상과 시적 화자를 차단하는 긍정적인 대상으로, 인간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의식을 형상화한 소재이다.

5. 어부가의 형성과정 
어부가(漁父歌, 고려, 작자 미상) → 어부가(漁父歌, 조선, 이현보 개작) →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조선 후기, 윤선도)
= 이현보의 ‘어부가’는 화자가 세속의 삶에 대한 욕구를 떨쳐 버리지 못하여 강호의 즐거움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한 것과 대비되어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의 화자는 강호에서 누리는 나날의 넉넉함과 아름다움에 집중되어 고양된 기쁨과 충족에서 오는 흥겨움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인다.

6. 이현보의 '어부가'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의 차이점
(1) 이현보의 ‘어부가’ : 은일적, 도피적 태도로 어부의 생활을 동경하고, 한문에 토를 단 듯 딱딱하나, 지나친 자연미에 대한 탄상이나 감흥은 스스로 억제하고 있다.
(2)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 어부의 생활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현실감이 뛰어나고, 우리말의 아름다움 잘 나타나 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넉넉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심미적 공간과 흥취의 공간을 노래하고 있다.

 

■ 작가 소개

윤선도 – 국어국문학 자료사전

윤선도 - 어부사시사.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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