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이 왔다 -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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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비탈진 공터 언덕 위 푸른 풀이 덮이고 그 아래 웅덩이 옆 미루나무 세 그루 갈라진 밑동에도 푸른 싹이 돋았다 때로 늙은 나무도 젊고 싶은가 보다

 기다리던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가 누구의 목을 껴안듯이 비틀었는가 나도 안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때로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굽은 등에 푸른 싹이 돋을까 묻고 또 묻지만 비계처럼 씹히는 달착지근한혀, 항시 우리들 삶은 낡은 유리창에 흔들리는 먼지 낀 풍경 같은 것이었다

 흔들리며 보채며 얼핏 잠들기도 하고 그 잠에서 깨일 땐 솟아오르고 싶었다 세차장 고무호스의 길길이 날뛰는 물줄기처럼 갈기갈기 찢어지며 아우성치며 울고불고 머리칼 쥐어뜯고 몸부림치면서……

 그런 일은 없었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풀잎 아래 엎드려 숨죽이면 가슴엔 윤기 나는 석탄층(石炭層)이 깊었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산문시
• 성격 : 감각적, 비관적, 상징적
• 주제 : 변화 없는 삶에서 느끼는 권태와 억눌린 욕망
• 특징 :
 ① 대립적 시어를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드러냄
 ② 계절적 배경의 자연 현상을 묘사하여 그와 대비되는 화자의 내면을 형상화함
 ③ 감각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화자의 욕망과 삶의 태도를 보여줌
 ④ 단정적인 어조를 통해 기대가 실현되지 않는 현실의 부조리함을 드러냄
 ⑤ 자문자답 형식의 표현으로 화자의 비관적인 태도를 보여줌
• 구성 : 
 1행: 봄이 찾아온 모습
 2행: 현실에 대한 비관적 인식과 권태로운 삶
 3행: 삶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
 4행: 자유롭고 생기 있는 삶에 대한 욕망
 5행: 욕망이 실현되지 못하고 굳어 가는 현실

 

3. 작품 해설

 이 작품은 변화 없는 삶에서 오는 권태와 생기 있는 삶에 대한 욕망, 욕망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비관적 인식 등을 형상화하고 있는 시이다. 작품에서 봄이 찾아온 상황이 제시되지만 화자는 ‘우리의 굽은 등에 푸른 싹이 돋을까’ 하는 물음에 대해 회의적으로 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화자의 비관적 현실 인식이 드러난다. 또한 ‘세차장 고무호스’의 역동적인 모습은 자유롭고 생기 있는 삶에 대한 욕망을 함축한다고 볼 수 있는데, ‘석탄층’의 모습을 통해 이러한 욕망이 실현되지 못한 채 억눌려 있는 상황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 수능특강 해설 참고

4. 심화 내용 연구

1. 대립적 시어의 의미

 ‘푸른 풀’, ‘푸른 싹’은 감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봄의 생명력을 보여준다면, ‘더디고 나른한 세월’, ‘비계처럼 씹히는 달착지근한 혀’는 화자가 살아가는 권태롭고 변화 없는 삶,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못하고 안주하는 삶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길길이 날뛰는 물줄기’는 자유롭고 생기 넘치는, 치열한 삶에 대한 욕망을 표상한다면, ‘윤기 나는 석탄층’은 치열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이 실현되지 못하고 억눌린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5. 작가 소개

이성복 –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 4

100.daum.net/encyclopedia/view/60XX69700060

 

이성복

1980년 7월, 한국 문학을 이끌어오던 두 계간지 『문학과 지성』과 『창작과 비평』이 갑자기 강제 폐간된다. 이는 유신 군주가 죽은 뒤 비어 있던 권좌를 무력으로 차지한 신군부

1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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