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2014년 EBS 수능완성 B형 실전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땅끝 - 나희덕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좇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 요점 정리
- 성격 : 사색적, 성찰적, 역설적, 관조적, 회상적
- 특징 :
① 삶의 본질을 관조하는 태도와 어조가 드러남
② 역설적인 인식을 통해 삶의 희망을 발견함
③ 과거(어린 시절)와 현재(땅 끝에 있는 지금)를 교차하여 시상을 전개함
④ 실제의 구체적 지명을 모티프로 하여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사색함
⑤ ‘땅끝’의 중의성을 활용하여 인생의 의미를 노래함
구성 :
1연 : 먼 곳에 대한 동경 속에서 살던 어린 시절 회상
2연 : 험한 삶에서 느끼는 절망감
3연 :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느끼는 절망감
4연 : 절망의 끝에서 깨닫는 역설적 희망
제재 : 땅끝 마을
주제 : 절망의 순간에 발견한 아름다움
‣ 이해와 감상
땅끝’이라는 이름의 마을을 소재로 하여 좌절과 고통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이다. 육지의 끝에 놓인 ‘땅끝’은 시작과 끝의 경계라는 점에서 일종의 극한 상황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화자는 이러한 공간에서 오히려 삶의 아름다움과 희망을 찾고 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지만 이러저러한 좌절감에 빠지게 되고, 오히려 그러한 속에서 다시금 희망을 찾아 나가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타던 시적 화자는 아름다운 노을을 삼켜 버리는 어둠을 만나게 되고, 그넷줄은 불안하게 떨듯 위태롭기만 하다. 그리고 자신이 찾아간 ‘땅끝’에서도 파도가 땅을 먹고 올라오는 상황을 보며 위태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시적 화자는 위태로움 속에 오히려 삶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역설적 인식에 도달하고 절망에서부터 벗어날 힘을 얻게 된다.
1연, 이 시는 아름다움을 좇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에서 시작한다. 노을의 아름다움, 그러나 그것은 노을이 곧 어둠에 잡아먹히던 절망의 기억이다. 2연, 3연, 이제 어른이 되어 살다 보니 땅 끝에 선 것과 같은 절망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4연,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그 절망의 끝에 서 보니 절망 속에 오히려 아름다움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망과 슬픔 속에 스며 있는 아름다움의 경이로움을 노래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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