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 오세영


< 이 작품은 2014년 EBS 인터넷 수능 A형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열매 - 오세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요점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상징적, 예찬적

특징 :

자연물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달음

원과 직선의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시상을 전개함.

시상의 흐름

1: 세상의 모든 열매는 모두 둥근 모습

2: 뿌리, 가지와 달리 모가 나지 않은 열매의 모습

3: 먹는 존재는 이기적이지만 먹히는 존재는 희생적임

4: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고 모가 나지 않음

 

시어 및 시구 풀이

- 열매 : 일상적인 존재이지만 원만함과 충만한 사랑,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

- 둥글어야 하는가 : 열매의 모양에서 생각할 수 있는 원만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주의를 환기함

- 가시나무 : 날카롭고 섬뜩한 이미지

- 뿌리, 가지 : 열매와는 다른 직선의 이미지. 현실의 고난에 대항하는 모습

- 스스로 ~ 열매는 : 자기 희생을 통해 새 생명을 준비하는 열매의 사랑

- 먹는 자의 이빨 : 공격적이며 탐욕스러움의 이미지

- 먹히는 능금 : 자기 희생적이고 사랑이 충만한 이미지

- 모든 ~ 둥글다는 : 둥글고 부드러운 존재야말로 가장 숭고하며 가장 강하다는 의미

-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 : 스스로 희생함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존재

 

주제 : 열매의 모양에 담긴 원만한 삶의 자세와 생명력


이해와 감상

 열매라는 대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이로부터 삶에 대한 깨달음을 이끌어 낸 작품. 시인은 단지 눈에 보이는 열매의 모습에 국한하지 않고, 바람직한 삶의 자세와 강한 생명력을 포착하여 표현하고 있다.

 열매의 모양이 둥근 것으로부터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열매의 모나지 않은 모습과 부드러움 속에서 강한 생명력을 포착하고 있다. 시인의 성찰은 단지 눈에 보이는 열매의 모습에 국한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 상상하고, 열매에 담긴 생명력을 새롭게 포착해 내고 있다. 둥근 열매의 모습에서 모나지 않은 삶의 모습을 읽어 내는 것은 시인이 대상을 관찰하고 그 속성을 개성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이 시는 원형의 이미지를 지닌 열매에서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과 희생을 발견하고,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부드럽고도 모가 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1연에서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한 뒤,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에 대한 관찰을 시작한다. 나무의 뿌리와 가지는 뻗어나가는 속성 때문에 날카로운 직선의 이미지를 지니지만, 열매는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알기에 모가 나지 않은 원형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러한 사실에서 스스로 먹혀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존재는 곧 생성하는 존재라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 화자는 열매로 상징되는 자기희생적 존재의 사랑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보충 학습

대상의 관찰을 통한 개성적 해석

 나무의 뿌리와 가지는 직선으로 자라나 모가 나지만, 열매는 둥글기 때문에 모가 나지 않은 원형적 모습을 발견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원만한 삶의 가치와 생명력을 깨달음으로 얻고 있다.

 

시어 대비를 통한 주제 의식의 형상화

 둥근 모양을 가진 열매와 직선 모양인 뿌리, 가지를 대조하고 있다. 둥근 모양을 가진 탱자’, ‘능금은 원만함과 희생을 의미하지만, 직선의 뿌리나 가지는 파고들어 뻗어 가는 공격성을 의미한다. 또한 3연에서 날카로운 이빨과 둥근 능금을 통해 공격적이고 탐욕스러운 이기심과 자기희생의 이미지를 대비시켜 주제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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