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가(愁心歌) -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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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근래안부(近來安否)가 문여하(問如何)요 월도사창(月到紗窓)에 첩한다(妾恨多)*인데
생각을 하니 임의 화용(花容)이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약사몽혼(若使夢魂)으로 행유적(行有跡)이면* 문전석로(門前石路)가 반성사(半成砂)*로구나
생각을 하니 임의 화용(花容)이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강산불변재봉춘(江山不變再逢春)*이요 임은 일거(一去)에 무소식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서러워 나 어이 할까요

인생일장(人生一場)은 춘몽(春夢)이 되고 세상공명(世上功名) 꿈밖이로구나
차마 진정코 세월이 가는 것 서러워 나 어이 할까요

추야공산(秋夜空山) 다 저문 날에 모란 황국이 다 피었구나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덩달아 나 어이 할까요

일락서산(日落西山) 해 떨어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달 솟아 온다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아연(啞然)하여 나 어이 할까요

친구가 본판은 남이련만은 어이 그다지도 유정(有情)탄 말이오
보면 반갑고 아니 보며는 그리워 아 어쩌잔 말이오

계변양류(溪邊楊柳)는 사사록(絲絲綠)이요 무릉도화(武陵桃花)는 점점홍(點點紅)이로구나
생각 사사로 이미롭지 못하여 나 어이 할까요

난사(亂事)로 난사로다 난사 중에도 겹난사로구나
어느 때나 좋은 시절을 만나여 잘 살아 볼까요

청포(靑袍)로 일상만리선(一上萬里船)*하니 동정여천(洞庭如天)이 파시추(波始秋)*로구나
생각 사사로 마음 뜻대로 못 하여 어이 사드란 말이오

산천의 초목은 젊어만 가고 인간의 청춘은 늙어만 가누나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서러워 나 어이 할까요

아 자귀야 우지를 마라 울 량이면 너 혼자 울 거지
여관한등(旅館寒燈) 잠들은 날까지 왜 깨운단 말이오

무심(無心)한 기차야 소리 말고 가거라 아니 나던 임 생각 저절로 나누나
청춘홍안(靑春紅顔)을 애연(哀然)타 말고 마음대로 노잔다

*월도사창에 첩한다: 첩은 달빛 흐르는 창가에 기대어 한이 많음.
*약사몽혼으로 행유적이면: 만약 나의 꿈속의 혼이 자취 있다면.
*문전석로가 반성사: 임의 집 앞 돌길이 닳아서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것임.
*강산불변재봉춘: 강산은 변하지 않는데 봄은 다시 옴.
*청포로 일상만리선: 청포를 입고 만 리를 가는 배에 오름.
*동정여천이 파시추: 동정호에 이르니 물빛이 하늘과 같아 물결이 가을을 알림.

 

2. 핵심 정리

• 갈래 : 민요
• 성격 : 애상적
• 주제 : 인생의 허무함과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
• 특징 : 
 ① 여러 다른 기조의 시나 노래를 차용한 흔적이 보임
 ② 한문 문투의 상투적 표현이 혼합되어 오랜 세월 구전되면서 변형되고 증편된 것으로 보임
 ③ 서로 대립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임에 대한 그리움을 강조함
 ④ 의미를 지닌 후렴구를 반복, 변주하여 화자의 정서를 드러냄
 ⑤ 후렴구의 반복을 통해 통일성과 안정감을 부여함
• 구성 :
 1~2연: 이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
 3~6연: 흐르는 세월에 대한 체념과 무상감
 7연: 친구에 대한 그리움
 8~10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신세에 대한 한탄
 11연: 흐르는 세월에 대한 체념과 서러움
 12연: 밤에 느끼는 슬픔과 원망
 13연: 임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잊으려 놀고 싶은 마음

3. 작품 해설

 이 작품은 서도, 즉 평안도의 대표적인 민요로 인생의 허무함과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것이다. 「수심가」는 수많은 이형(異形)이 존재한다. 그 사설을 살펴보면 이옥봉의 시 「몽혼(夢魂)」을 비롯한 여러 다른 기존의 시나 노래에 서 차용한 흔적들이 보이고, 한문 문투의 상투적인 표현들이 혼합되어 나타나므로 한 개인의 창작이라기보다 평양 지방을 중심으로 오랜 세월 구전되면서 창자(唱者)에 따라 즉흥적으로 변형되고 증편이 거듭되어 오늘날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 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4. 작품 해설

 '수심가(愁心歌)'는 서도 민요를 대표하는 노래이다. 노래 형식은 '수심가'와 '엮음수심가'가 짝이 되어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노랫말은 임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애틋한 심경을 읊은 것이다. 

 '수심가'는 일설에는 병자호란 때 평안도 성천의 유명한 기생인 부용이 지은 것이라고 하나 믿을 만한 근거는 없다. '수심가'는 여느 민요와 마찬가지로 작사자나 작곡자를 알 수 없고, 노랫말의 내용을 보면 오래된 민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심가'에는 서도 민요의 음악적 특징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에 서도 민요의 특징을 ‘수심가조(調)’ 또는 ‘수심가토리’라고 한다. 노래의 형식은 '수심가'와 '엮음수심가'가 짝이 되어 부르는데, ‘엮음’은 노랫말을 빠르고 촘촘하게 부르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렇게 '수심가'는 템포가 느리게 시작하여, 노랫말을 빠르고 촘촘하게 엮어 부르는 '엮음수심가'로 넘어간다. 즉, 이 노래는 ‘느리고 빠른 노래가 한 짝을 이루는’ 우리나라 민요의 전형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다. '수심가'의 노랫말은 임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애틋한 심경을 읊은 것이다. 노랫말은 시조와 마찬가지로 초장·중장·종장의 3장 형식으로 되어있다. 예를 들어 “약사몽혼으로”로 시작되는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초장 : 약사몽혼으로 행유적이면
중장 : 문전석노가 반성사로구나
종장 : 생각사사로 님의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할까요

 

 '수심가'는 박자가 불규칙하고 한배의 길이도 일정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수심가'는 장구를 ‘장단 없이 노래에 따라 쳐주는 악곡’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심가'에는 가창자가 인식하는 내재적 장단이 있다. 이는 3박 계통의 장단으로 느린 세마치장단 또는 중모리장단로 여겨진다. 이런 내재된 장단이 있지만 장단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공연을 할 때는 보통 스승이나 동료 등 가창자와 호흡이 잘 맞는 이가 장단을 치기 마련이다. 수심가의 음계는 레·미·솔·라·도의 5음 음계이다. 이 중에서 종지음은 레이고 이보다 5도 높은 라와 3도 높은 도, 즉 레·라·도가 주요음이다. ‘라’를 얇은 비성(鼻聲)으로 떨어주는 요성(搖聲)이 특징적이다. 이런 음계와 시김새가 서도 민요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심가는 서도 민요를 대표한다. 레·미·솔·라·도의 5음 음계로 이루어졌고, 이 중에서 ‘레’가 종지음이고 ‘라’는 얇은 비성으로 떨어주는 시김새가 특징적이다. 이런 서도 민요의 음악적 특징을 ‘수심가조’ 또는 ‘수심가토리’라고 한다.

- 한국민속문학사전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후렴구의 개념과 기능(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후렴은 사설의 각 연(聯)의 끝부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으로, 형식적으로는 반복을 통한 리듬을 조성하고 연과 연을 구분시켜준다. 내용적으로는 반복을 통해 정서를 지속적, 집약적으로 표출하고 사설부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상황과 정서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준다. 즉, 각 연의 내용상 느슨한 연결에 일관성을 부연한다.

 

2. ‘수심가’에 나타난 주요한 표현상 특징들(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강산불변재봉춘이요 임은 일거에 무소식이로구나’ 등의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연사와 인간사의 대조적인 표현이 나타난다.

 ‘계변양류는 사시록이요 무릉도화는 점점홍이로구나’라는 표현에서는 푸름과 붉음의 색채의 대비가 나타난다.

 ‘일락서산 해 떨어지고 월출동령에 달 솟아온다’라는 표현에서는 동일한 의미의 반복에 의한 잉여적 표현이 나타난다.

 ‘자귀야 우지를 마라’에서는 객관적 상관물이 나타난다.

 

3. ‘수심가’의 노랫말에 나타난 적층성(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적층성이라 하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창자나 작가에 따라 작품의 내용이 변형되고 증편되어 거듭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품인 수심가에서는 ① 기존의 시에서 차용, ② 한문 투의 혼합적 사용, ③ 상투적 표현 등을 통해 적층성을 보여준다.

 우선 ‘기존 시에서 차용’한 부분으로 ‘근래안부가 문여하요 ~ 문적석로가 반성시로구나’라는 부분에서 1, 2연 후렴구를 제외하면 이는 이옥봉의 한시 「몽혼(夢魂)」을 차용한 것이다. 또한 ‘청포로 일상만리선하니 동정여천이 파시추로구나’, ‘연관한등’ 등도 다른 작품에서 차용하였다.

 다음으로 ‘한문 투의 혼합적 사용’의 예로는 ‘인생일장은 춘몽이 되고 세상공명 꿈밖이로구나’, ‘강산불변재봉춘이요 임은 이럭에 무소식이로구나’라는 부분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투적인 표현’으로는 ‘일락서산 해 떨어지고 월출동령에 달 솟아온다’라는 표현은 민요 「논매기 노래」를 비롯한 여러 민요에 자주 등장하는 구절이다. 

 수심가는 오랜 세월에 걸쳐 평양 지방을 중심으로 노래가 유행하면서 여러 창자에 의해 기존의 시나 한문 문구가 가감되고 재구성 되며 변형을 거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에 따라 다양한 이형들이 존재한다.

 

작자미상 - 수심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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