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보는 크림반도 역사 - 패권 경쟁으로 고통받는 크림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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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로 보는 크림반도 역사

패권 경쟁으로 고통받는 크림반도



최근 세계의 눈이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크림반도)을 주목한다러시아가 군 병력을 우크라이나 관할권인 크림반도에 투입했기 때문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군 투입에 강력히 반발했다이번 사태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이번 갈등의 중심지인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열강들의 영향력 아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은 지역이다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크림반도를 둘러싼 갈등의 역사를 살펴보자.

 

 

러시아 “크림반도 지키기 위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관할권인 크림반도에 군대를 투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1월부터 우크라이나 서부 키예프 지역은 잦은 시위로 진통을 겪었다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우크라이나와 EU의 경제통합이 무산된 것이 시위의 발단러시아는 유혈사태로 번진 시위의 여파가 크림반도로 이어지기 전에 진정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개입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서남쪽 국경과 맞닿아 있는 동유럽 국가로 1991년 소비에트 연방(소련·현 러시아)이 붕괴하기 전까지 소련에 소속돼있던 나라다.

그동안 러시아 영향력 아래 있던 우크라이나는 최근 친유럽계 국가로 변화를 모색했다그러나 돌연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과의 경제통합을 연기하면서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반발이 거세지자 의회는 친러파 정부를 퇴진시켰고 친유럽 성향의 야당이 과도정부를 꾸렸다.


전체 주민 중 러시아계가 약 60%를 차지하는 크림반도는 과도정부에 반대하며 분리 독립 움직임을 보였다과도정부가 크림반도의 행동을 분리주의로 규정하며 갈등을 겪자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있는 러시아인들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군대를 투입한 것이다.



크림반도러시아-유럽 잇는 유일 항로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있다크림반도는 러시아가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흑해로 이어지는 크림반도는 러시아에서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항로이다러시아는 크림반도 남쪽 세바스토폴에 230여 년간 러시아 흑해함대를 주둔시킨 결과 터키 북부와 지중해중동 아라비아해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이처럼 러시아 입장에선 해상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곳이다.


또한 크림반도는 기후가 1년 내내 온화해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인 ‘부동항’이 있다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는 이유다.


세계사 속 열강들의 접전지

크림반도는 수백 년 전부터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다.

수백 년간 로마몽골오스만제국러시아와 같은 열강들의 지배를 받았으며 주변 강대국 사이에 끼어 국가 간 충돌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러시아는 제정러시아 때부터 크림반도로 진출하기 위해 수차례 전쟁을 치렀다마침내 1774년 제정러시아는 오스만튀르크와의 전투에서 승리해 크림반도 남쪽 세바스토폴에 부동항을 건설하고 흑해함대를 창설해 전성기를 누렸다.


평화는 100년을 넘지 못했다크림반도는 1853 10월부터 1856 2월까지 계속된 러시아제국과 프랑스·영국·오스만 제국 등이 연합한 연합국과의 ‘크림전쟁’이 일어난 전쟁터가 됐다크림전쟁은 남하정책을 추진하며 흑해 연안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저지하려는 유럽 열강이 충돌한 전쟁‘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영국 간호사 나이팅게일이 활약한 전쟁이기도 하다.


230여 년간 러시아에 속해 있던 크림반도는 소련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유화정책(상대국에 대해 양보·타협을 위주로 하는 정책)을 펴면서 1954년 우크라이나에 편입됐다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갈등을 겪던 소련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소련 전역에서 러시아인을 비롯한 다른 민족들이 크림반도로 대거 유입됐다우크라이나 관할권인 크림반도에서 전체 주민 중 러시아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영토지만 러시아를 모국으로 생각하는 주민이 많은 지역인 크림반도다시금 크림반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이승현 기자 hyun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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