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울고 웃는 경제, 원·달러 환율 급락

<본 글은 동아일보 고등학생 주간지 PASS에 실린 글입니다.>

환율에 울고 웃는 경제

원·달러 환율 급락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22원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8일 이후 5년 9개월 만에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020원대로 떨어진 것. 이로 인해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은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환율이 떨어지면 왜 우리나라 수출회사가 타격을 입을까. 환율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승현 기자 hyunee@donga.com

원인은 국내 달러 보유량 ↑

환율은 ‘한 나라의 통화와 다른 나라의 통화를 교환할 때의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면 1달러가 1000원에 거래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환율이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500원’이 되면 1달러가 500원에 교환된다. 환율 하락은 그만큼 원화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최근 원화 가치가 급격히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달러양이 과도하게 늘어난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화폐 가치에는 ‘희소성’이 영향을 미친다. 화폐의 양이 늘면 희소성이 떨어져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반대로 화폐의 양이 줄면 가치가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2년 이상 큰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외국에 우리나라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서 벌어들인 외화가 외국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기 위해 낸 금액보다 많다는 의미.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양이 많아지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같이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금융시장에 달러를 푸는 ‘양적 완화’정책을 펼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달러양이 늘어난 세계 금융시장의 상황과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보유양이 늘어난 국내 상황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가치가 급격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수출회사 울상, 수입회사 방긋

환율이 떨어지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환율 하락이 계속되면 수출이 국가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물건을 외국에 팔고 그 대가로 달러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입기 때문.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일 때 1만 원짜리 제품을 해외에 팔면 10달러를 받지만, 환율이 500원으로 떨어지면 20달러를 받는다. 원화 가치가 높아져 환율이 낮아지면 한국 제품을 살 때 과거보다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점점 한국 제품을 사지 않고 결국 국내 수출은 줄어든다.

 

또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환전했을 때 받는 원화도 줄어든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일 때 10달러를 받으면 1만 원으로 환전되지만 환율이 500원으로 떨어지면 같은 10달러일지라도 5000원을 환전 받는 것. 이익이 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수출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75~80%에 달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매출액이 각각 1200억 원, 800억 원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분기 해외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4.8%로 늘었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순이익은 오히려 2.9% 줄었다고 밝혔다.

 

반면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이 증가하는 업종도 있다. 대표적으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금속·철강 업계가 있다.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수입 물품의 가격이 떨어지면 수입 원자재로 만든 제품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 물건을 구매하는 데 부담이 적어진 소비자는 소비를 늘리고 국내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900원대 환율 시대 열릴까

경제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환율 하락 추세가 최소 몇 달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미국이 장기적 금융 완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올해 안에 1달러당 1000원 밑으로 떨어져 2008년 4월 이후 처음 ‘세 자릿수 환율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올해 중단되면 다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