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 이육사



■ 본문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상징시

• 성격 : 의지적, 지사적, 남성적, 상징적

• 제재 : 극한적 현실

• 주제 : 현실의 극한적 상황을 극복하려는 초월적 인식

• 구성 :

 1연 – 절박한 현실 상황(수평적)

 2연 – 극한적 상황(수직적)

 3연 – 절망적인 삶

 4연 – 비극적 초극 의직

• 특징 :

 ① ‘기승전결’의 구성으로 시상을 전개함.

 ② 역설적 표현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

 ③ 강렬한 상징어와 남성적 어조로 강인한 의지를 표출함.

 ④ 간결한 시행으로 생략과 압축의 효과를 높이고 있음


■ 작품 해설 1

 이 시는 ‘기-승-전-결’의 시상 전개를 통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정’의 한계 상황에 직면한 화자의 절망감과 현실 초극의 의지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1연에서 화자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북방이라는 수평적 한계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말한다. 이어 2연에서 화자는 그 상황의 심각성을 수직적인 한계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3연에서는 이렇게 수평, 수직의 극한적 상황이 절대자에게 구원을 기구하지도 못할 만큼 철저한 극한 상황임을 부연한다. 이렇게 극한 상황을 제시한 화자는 4연에서 극한에 내몰려 절망하고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 인식을 통해 희망이 있음을 재인식함으로써 극복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시는 시인이, 일제 강점하에서 가중되는 고통의 상황을 초극하려는 의지를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4연 8행의 간결한 형식을 취해 형태적 균제미와 함께 시적 화자의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를 효과적으로 담아 내고 있다.

 이 시는 ‘의열단’의 일원으로 치열한 독립운동을 벌였던 시인의 자세가 잘 나타나 있는 작품으로, 극한점에 선 인간의 심경을 압축해 보여준다. ‘북방’, 거기에서도 ‘고원’은 ‘매운 계절의 채찍’(일제의 탄압)에 의해 밀려온 공간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밀어 낸 것에 저항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극한 상황은 모든 가능성이 박탈된 상태이다. 그래서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여기서 ‘볼 밖에’라는 말이 풍기는 어감은 자신의 처지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나타낸다. 그 결과 확실한 것은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자신의 의지로 견디어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긴장감 끝에 결국 자기희생의 결단이 내려진다. 말하자면 1~3연까지의 치열한 고통이 4연에 이르러 초월적으로 극복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시는 타협할 줄 모르는 강인한 정신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비극의 극점에서 달관할 줄 아는 정신의 넓이와 깊이를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겨울’을 ‘무지개’로 본 점이 그러하다. 여기서 ‘겨울’은 일제 강점하라는 현실적 상황, 화자의 생존이 위협당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강철로 된 무지개’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사실 이는 대단히 역설적이다. ‘강철’은 강인성을, ‘무지개’는 희망과 자유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자가 ‘겨울’(일제의 탄압)에서 ‘무지개’의 이미지(희망과 자유)를 발견한 것이라면, 이는 주어진 상황을 뛰어넘으려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기에, 그 무지개는 강철로 된 무지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강철로 된 무지개’는 극한 상황을 초극하려는 의지를 그린 것으로, 비극적 삶의 인식과 그 초월을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윤희재, 전공 국어 현대문학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시적 화자의 상황  

 이 시에서 ‘매운 계절’, ‘채찍’, ‘북방’, ‘칼날’, ‘강철’ 등은 모두 강렬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시어들이다. 이는 당시 일제 강점기의 혹독한 탄압이 겨울의 추위만큼 매섭고 날카롭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함축한다. 시적 화자는 일제의 탄압으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한 상황까지 내몰리지만, 그러한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이겨내려고 한다. 이러한 화자의 의지는 강인한 남성적 어조를 통해 잘 드러나는데, 대륙적이고 당당한 화자의 어조는 일제에 대한 저항 의식을 고취하여 강인한 의지를 부각시킨다.


2. 역설적 표현의 효과

 인간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보이는 태도는 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시에서 화자는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극한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그와 함께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고 인식함으로써 좌절과 절망이 아닌 극복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3. 일제의 민족 말살 통치

 1931년 만주 사변을 도발한 일본은 중국 침략을 본격화하면서 한반도를 일본의 중국 대륙 진출의 병참 기지로 삼았다. 이에 따라 일본의 경제적 지배 정책도 병참 기지화 정책으로 선회하는데, 이에 병행하여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조선 사상범 보호 관찰령 등을 공포하여 사상 통제를 강화하였고, 일선동조론과 같은 역사 날조를 자행함으로써 조선을 안정적이고 영구적으로 지배하려는 의도를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이후 일제가 1937년 중일 전쟁을 통해 침략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국가총동원령 하에 산미 증식 계획이 재개되고 미곡 공출제가 시행되어, 한반도 민중은 식량을 배급받게 되는 등 극심한 경제적 궁핍에 빠지게 된다. 이에 더해 태평양 전쟁을 도발하면서는 지원병제와 징용제, 정신대라는 미명하에 우리 민족의 젊은이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히게 된다.

이육사는 이러한 일제의 가혹한 수탈과 압제가 말 그대로 민족을 말살시킬 정도이며, 더 이상 심각할 수 없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의미에서 ‘절정’이라는 시의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4.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겨울’의 이미지와 ‘무지개’의 이미지를 나란히 제시, 결합함으로써 의미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는 역설적 표현이다. ‘겨울’은 절망, ‘무지개’는 ‘희망’을 상징하고 있으며, ‘강철로 된 무지개’라 함은 희망을 떠올리기조차 버겁고 어려운 냉혹하고 혹독한 현실의 극한 상황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를 정신적으로 초월, 극복하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강인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5. ‘절정’의 시대적 배경과 주제 의식

 이 시의 시대적 배경은 1940년대의 일제 강점 말기로, 우리 민족에 대한 일제의 탄압이 가장 가혹하던 시기였다. 그 결과, 국내적으로는 합법적 민족 운동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국외적으로는 임시 정부를 중심으로 한 무장 투쟁의 움직임이 미미하게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시인은 그 어느 때보다 민족적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을 것이며, 그러한 시대적 위기 상황과 절박한 위기 의식으로 이 시를 쓰게 된 것이다. 이 시에서 육사는 바로 그러한 극한적 위기 상황을, 그에 걸맞는 간결하고 예리한 심상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역시 이를 초극하려는 강렬한 의지 혹은 정신을 강렬한 상징으로 표상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연관지어 살펴보았을 때, 시대적 긴박감과 절망감을 극복하려는 시인의 준엄한 저항 정신이 이 시의 주제 의식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 작가 소개

이육사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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