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아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혜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 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독백적, 의인적
․ 주제 : 욕심 없고 정갈하며 소박한 삶에 대한 지향
․ 특징 :
① 일상적 소재를 통해 삶의 의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② 서로 다른 대상의 공통점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③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을 드러내고 있다.
④ 공간의 대비를 통해 시상을 강조하고 있다.
⑤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시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 작품 해설 1
이 시는 음식을 소재로 하여 화자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를 형상화하고 있다. ‘선우(膳友)’는 반찬 친구를 가리키는 말로, 화자는 ‘흰밥’과 ‘가재미’를 ‘선우’라고 말한다. ‘흰밥’과 ‘가재미’, 화자는 모두 욕심이 없고 착하고 정갈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흰밥’과 ‘가재미’에 대한 애정은 화자의 삶으 태도와도 관련되는데, 이 시에는 욕심이 없고 착하고 정갈한, 즉 고결한 삶에 대한 지향이 나타나 있다.
- EBS 수능특강 문학 해설 참고
■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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