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망매가 - 월명사


■ 본문

생사(生死) 길은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온저.

아아,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날 나

도(道) 닦아 기다리겠노라.  (김완진 해독)


■ 핵심 정리

• 연대 : 신라 경덕왕 때

• 제재 : 누이의 죽음

• 주제 :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빎.

• 특징 : 

 ①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 기교를 사용함.

 ② 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人間苦)를 종교적으로 승화함.

 ③ 의식요의 성격을 띰.


■ 작품 해설 1

 누이의 죽음을 가을에 떨어지는 나뭇잎에 비유하고, 오누이의 관계를 한 가지에서 나온 것으로 인식하여 묘사한 표현법은 이 작품의 뛰어난 문학성을 드러내 주는 부분이다. 시적 화자는 누이와 생사의 이별을 겪으면서 무상(無常)한 인생의 운명을 새삼 절감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불교적 믿음에 따라 재회의 그날까지 불도에 정진하면서 기다리겠노라고 다짐하고 있다. 이는 인간적인 슬픔을 종교적 정신세계로 정화하여 극복하고자 아는 숭고한 정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서정성이 뛰어나며 비유와 상징성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월명사가 이 노래를 지어 제사를 지냈더니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지전(紙錢)이 서쪽으로 날아가 없어졌다고 한다. 신라의 향가가 하늘을 감동시키고 귀신을 감복시키는 주술성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누이의 죽음을 가을에 떨어지는 나뭇잎에다 비유하고, 한 부모님이 낳은 오누이의 관계를 같은 가지에서 나온 것으로 인식하여 묘사한 표현법이 탁월하다. 태어나긴 한 부모였으나 가는 곳은 서로 어디인지 모르게 가을 바람에 흩어지는 낙엽처럼 누이와 생사의 이별을 겪으면서 무상(無常)한 인생의 운명을 새삼 절감하나 이에 그치지 않고 불교적 믿음에 따라 재회의 그 날까지 불도에 정진하면서 기다리겠노라고 다짐하고 있다. 죽음에 직면한 슬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자정리(會者定離)의 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적인 슬픔을 종교적 정신 세계로 정화하여 극복하려 하는 숭고한 정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 심화 내용 연구

 1.배경 설화

  월명사는 일찍이 높은 도력(道力)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 경덕왕 19년인 760년,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떠서, 열흘이나 이와 같은 변괴가 계속되었다. 이에 왕의 명령을 받고, 월명사가 미륵불에게 산화공덕(散花功德)을 올리는 재식(齋式)에 나아가 ‘도솔가’와 ‘산화가’를 지어 불렀더니, 미륵보살이 동자로 하림하고 변괴가 없어졌다 한다. 이 노래와 관련해서는, 월명사가 죽은 누이를 위하여 재를 올리며 ‘제망매가’를 지어 불렀더니, 갑자기 바람이 일어나 재식에 사용된 지전(紙錢)을 서쪽으로 날려 보냈다고 한다.


 2. ‘제망매가’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어조

  3, 4구의 ‘나는 간다는 말도 / 못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에서 시적 화자가 처절하게 호소하는 듯한 어조를 읽을 수 있다. 또한 7, 8구의 ‘한 가지에 나고 / 가는 곳 모르온저.’에서는 생사의 문제에 놓인 인간의 운명에 대한 한탄과 연민의 어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10구의 ‘도(道) 닷가 기드리고다’에서 보듯이, 생사의 문제를 초극하려는 구도자의 의지적인 어조로 시상이 마무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제망매가’의 표현상 특징

  ‘제망매가’가 현존하는 향가 중에서 가장 빼어난 서정성을 보이는 것은 이 작품에서 눈물보다 더 슬프고 절실한 사랑의 상처와,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무상한 인생, 그리고 핏줄로 얽혀진 동기간의 우애가 숭고한 종교 의식에 덮인 채 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표현상 특징의 묘미는 제 5행과 8행 사이의 비유에 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남매 사이에 있어서의 죽음을 한 가지에 났다가 떨어져 흩어지는 낙엽에, 젊은 나이에 죽는 것을 덧없이 부는 이른 바람에 떨어진 잎으로 비유하여 요절의 슬픔과 허무를 절묘하게 감각적으로 구상화하고 있다. 그런데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지듯이 인간의 죽음도 필연적이라는 불교적 생사관(生死觀)이 높은 서정적 경지에 이르는 것은 ‘이른’이라는 표현 때문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해진 죽음이되 ‘그 때[時]의 이름’이로 말미암아 시적 화자의 슬픔은 극대화된다. 그러나 그 슬픔은 드러나지 않고. 내세에 대한 굳은 신념으로 극복된다.


 4. 시적 화자의 ‘누이의 죽음’에 대한 인식  

  이 작품은 세 부분이 유기적으로 관련을 맺으면서도 화자의 태도에서 각각 차이점이 나타난다. 1~4구에서 시적 화자는 누이의 죽음에 대해 두려움과 애처로움을 피력하고 있다. 그만큼 정서적인 충격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5~8구에서는 누이의 죽음을 단순히 자기와 연민을 맺은 한 인간의 죽음으로 보기보다는 인간 보편의 문제로 승화시켜 통찰하고 있다. 9~10구에서 시적 화자는 누이의 죽음을 통해 얻게 된 생사의 문제에 대한 통찰력에 기대어 극락 왕생의 의지를 드러내고, 이를 통해 생사의 문제를 초극하고자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누이의 죽음은 시적 화자의 정서적, 의지적 반응을 거쳐 종교적인 승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어느 종교의 교리로 생사의 문제를 극복한다는 상투적인 주제가 불쑥 나타난 것이 아니라 작품 구조상의 긴밀한 연계와 깊이 있는 체험과 사색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문학적 감동을 느끼게 한다.


 5. ‘제망매가’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삶의 태도

  이 작품의 마지막 행에서 시적 화자는 생사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수도의 자세는 수도자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생사의 문제는 인간이면 누구나 심각히 고민하는 문제이고, 살면서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태도가 마련된다. 이 작품에서 취한 시적 화자의 구도자적 자세는 우리에게 어떻게 삶을 영위해야 하고, 또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다. 구도하는 자세로 성실히 살다 보면 종교적 차원의 초월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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