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기파랑가 - 충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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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흐느끼며 바라보매 

이슬 밝힌 달이 

흰 구름 따라 떠간 언저리에 

모래 가른 물가에 

기랑(耆郞)의 모습이올시 수풀이여 

일오(逸烏)내 자갈벌에서 

낭(郞)이 지니시던 

마음의 갓을 좇고 있노라. 

아아, 잣나무 가지가 높아 

눈이라도 덮지 못할 고깔이여. <김완진 해독>


(구름 장막을) 열어젖히며 

나타난 달이 

흰 구름 따라 (서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 

새파란 냇물에 기랑의 모습이 있구나. 

이로부터 냇가 조약돌에 

낭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따르련다. 

아아, 잣나무 가지가 높아 

서리를 모를 화랑의 우두머리여. <양주동 해독>


■ 핵심 정리

• 연대 : 신라 경덕왕 때

• 제재 : 기파랑(耆婆郞)의 인격

• 주제 : 기파랑의 고매한 인품 찬양

• 특징

 ① 고도의 비유와 상징을 사용하여 대상을 세련되게 표현함.

 ② ‘사뇌가(詞腦歌)’라는 명칭이 붙어 ‘찬기파랑 사뇌가’라고도 함.

• 의의 : ‘제망매가’와 함께 표현 기교 및 서정성이 돋보이는 향가의 백미


■ 작품 해설 1

  이 노래는 기파랑이 화랑으로서 지녔던 고고한 인격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자연물에 비겨 찬양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달, 냇물, 자갈(조약돌), 잣나무’와 ‘눈(서리)’과 같은 자연물의 대조를 통해 그리움의 대상인 ‘기파랑’을 ‘하늘에 높이 뜬 달과 같은 숭고함’, ‘냇물과 같은 깨끗함’, ‘자갈과 같은 원만함’, ‘잣나무와 같이 시련을 이겨내는 꿋꿋함’을 지닌 존재로 형상화 하고 있다. 이처럼 이 노래는 시적 함축성이 뛰어난 시어들을 정제된 10줄의 시 형식 속에 담아 서정시로서의 문학적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또한 우리 고대 시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상적인 면이 전혀 없으며, 미래 지향적이고 진취적인 기상과 의지가 돋보인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노래는 ‘기-서-결’의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구에서는 기파랑을 흰 구름을 헤치면서 드러난 인물로 표현하고, 물에 잠겨 나타난 기파랑의 모습을 보고 화자는 그를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을 그리고 있다. 서구는 기파랑이 지녔던 숭고한 마음의 끝을 찾아 좇겠다는 의지를 표현하였다. 결구에서는 하늘 높이 솟은 잣나무의 절개를 통해 기파랑의 고결한 기상을 드러내고 있다. 하늘의 달, 냇물의 조약돌, 땅 위의 잣나무, 구름, 서리 등 대립적이거나 색감을 내포한 소재를 통하여 기파랑을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인물형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 심화 내용 연구

1. 배경 설화

  왕(경덕왕)이 나라를 다스린 지 24년에 오악 삼산(五嶽三山)의 신들이 간혹 나타나서 대궐 뜰에서 왕을 모셨다. / 삼월 삼일에 왕은 귀정문(歸正門)의 누각 위에 나가서 측근자에게 말했다.

  “누가 길에 나가서 위의(威儀) 있는 스님 한 사람을 데리고 올 수 있겠소?”

  이때 마침 모습이 깨끗한 고승이 이리저리 거닐면서 지나갔다. 측근 신하가 바라보고 그를 데리고 와서 뵈었다. 왕은 말했다. / “내가 말하는 위의 있는 스님이 아니다.”

  왕은 그를 물리쳤다. 다시 승려 한 사람이 장삼을 입고 앵통(櫻筒)을 걸머지고 - 혹은 삼태기를 걸머졌다 한다. - 남쪽에서 왔다. 왕은 기뻐하면서 그를 보더니 누각 위로 맞아들였다. 그 앵통 속을 보니 다구(茶具)만 담겨 있었다. 왕이 물었다.

  “그대는 누구요?” / “저는 충담(忠談)입니다.” / “어디서 오오?”

  “제가 매양 삼월 삼일과 구월 구일이면 차를 다려서 남산 삼화령(三花嶺)의 미륵 세존(彌勒世尊)께 드립니다. 오늘도 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나에게도 차 한 사발 주겠소?”

  승려는 이에 차를 다려서 왕에게 드렸는데 차의 맛이 이상하고 그 사발 안에서 이상한 향기가 풍겼다. 왕은 말했다.

  “내 들으니 스님이 기파랑(耆婆郞)을 찬미한 노래가 그 뜻이 매우 높다 하니 과연 그러하오?” /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위하여 백성을 다스려 편안히 할 노래를 지어 주오.”

  승려는 즉시 노래를 지어 바쳤다. 왕은 그를 아름다이 여겨 왕사(王師)로 봉하니 충담사는 두 번 절하고 굳이 사양하며 받지 않았다.


2. ‘찬기파랑가’의 사회성과 역사성

  이 노래는 특정 인물에 대한 찬양가 추모의 시이지만, 그 저변에는 창작 당시의 사회성과 역사성이 잠재되어 있다. 신라의 역사에서 화랑이라는 단체가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해 본다면 화랑을 기린 노래가 단순한 찬양가에 머무를 수 없고, 어떤 의미로든 신라 왕조의 역사 및 사회적 변동 양상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경덕왕은 이를 두고 ‘善歌’라는 표현을 피하면서 굳이 ‘기의심고(其意甚高, 그 뜻이 매우 높음)’라는 의미심장한 평가를 내렸다. 단순한 서정시라면 임금의 처소까지 전파되어 그의 뇌리에 남아 있을 리가 없다. 이 노래는 개인적 진술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작품의 문면에는 화랑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 확실하지 않으나 하나쯤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노래를 사회성과 격리시킨다면 문학과 사회의 관계를 좁게 해석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3. ‘정읍사’의 ‘달’과 ‘찬기파랑가’의 ‘달’ 비교

  ‘찬기파랑가’의 ‘달’은 서정적 자아가 염원을 간직하며 우러러보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정읍사’의 ‘달’과 같다. 그러나 ‘찬기파랑가’의 ‘달’은 기파랑의 고매한 자태를 그려볼 수 있는 달로서, 화자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달이다. 이에 반해 ‘정읍사’의 ‘달’은 남편을 지향하는 화자의 소망이 담겨진 ‘달’이다.


■ 작가 소개

충담사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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