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 양귀자




■ 줄거리

 1980년대 후반 어느 해 봄 수요일.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전화 속 목소리는 25년 전 고향 친구인 은자였다. 은자는 어린 시절 ‘나’의 단짝 동무로 찐빵 가게 딸이었는데 노래를 잘 불렀다. 은자는 신문사에서 ‘나’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며 작가인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는, 현재 부천의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며 ‘나’에게 꼭 놀러 오라고 한다. 강남에 카페를 개업할 예정인데 이번 일요일까지만 여기서 노래할 것이므로 그 안에 자신을 찾아오라는 것이다.

 ‘나’는 은자의 전화로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 기억의 한복판에 있는 은자와 고향의 큰오빠를 생각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생계를 도맡아 꾸려 갔던 큰오빠. 큰오빠는 그 시절 우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네 명의 오빠와 나. 그리고 여동생은 큰오빠 덕분에 지금 어느 정도 자기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그런데 그 큰 오빠가 요즘 기력을 잃고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싶지만 끝내 집을 팔 수밖에 없고, 삶의 허망함을 느껴 매일 술로 지낸다는 것이다. ‘나’는 큰오빠와 마찬가지로 은자도 고향 추억의 전부이기 때문에 그 순수하고 따뜻한 추억이 훼손될까 두려워 차마 은자를 만나러 가지 못하고 매일 주저한다.

 은자가 마지막으로 나이트클럽에 출연한다는 일요일, ‘나’는 큰오빠가 고향집을 팔기로 했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는다. 결정을 내리고 나서도 끝까지 고향집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큰오빠가 몹시 힘들어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드디어 은자를 찾아간다. 나이트클럽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여가수가 부르는 《한계령》을 듣는다. 노래를 들으며 ‘나’는 큰오빠가 살아온 세월과 고단한 삶의 무게가 떠올라 눈물을 흘리며 노래에 빠져든다. ‘나’는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그와 비슷하게 고달픈 삶을 살았을 은자라고 확신하지만 은자를 찾지 않고 그냥 돌아온다.

 사흘 뒤 은자는 전화를 걸어 자신을 찾아오지 않은 ‘나’의 무심함을 탓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개업한 ‘좋은 나라’라는 카페에 꼭 찾아올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나’는 또다시 망설인다.

 - 글동산 현대소설 3권 참고


■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연작소설

성격 : 회고적, 애상적

배경 : 1980년대 부천과 서울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제재 : 소시민들의 삶

구성 : 액자식 구성, 회고적 구성

특징 : 

 ① 노래 ‘한계령’을 통해 주제를 암시함

 ② 현재와 과거의 회상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됨

 ③ 일상적이고 평이한 언어의 사용

 ④ 인물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효과적으로 묘사함

등장인물

 나 : 30대 초반의 소설가. 섬세하면서도 소심한 성격. 고향에 관한 추억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전화가 세상과의 유일한 교류 통로이다. ‘아름답고 고귀한 가치’에 대해 매우 강한 집착을 보인다.

 박은자 : ‘나’와 같은 연배. 아버지의 비극적 죽음, 가출, 고단한 삶의 역경을 거쳐 지금은 경기도 부천 나이트클럽 밤부대 가수. ‘나’에게 험난했던 과거와 현재의 성취를 고백하며 만나 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그녀의 실체는 ‘나’의 기억과 전화통 저편에 숨어 있고, 밤무대 조명 속에서만 스치듯 등장한다.

 큰오빠 : 6남매의 기둥. 모든 사람의 경외(敬畏)의 대상. 그러나 허무감에 몸부림친다. 50세

주제 : 고단한 소시민들의 삶에 대한 이해와 위로


■ 작품 해설 1

 이 글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 중 하나로,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하여 ‘나’의 생각과 심리를 드러내어 고백적인 느낌과 친밀감을 주고 있다.

 ‘나’는 밤무대 가수인 은자의 전화를 받고 상념에 빠진다. 현재 ‘나’가 아름다운 추억이 어린 고향을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은자’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혹시 은자를 만나게 되면 마지막 남은 고향의 표지판을 상실하게 될까 봐 고민하다가 멀리서나마 그녀를 보고 오기로 하고 찾아간 곳에서 노래 ‘한계령’을 듣게 된다. 이 노래를 통하여 ‘나’는 고달픈 삶을 살아온 ‘큰오빠’는 물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 모두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이 글을 고달픈 인생길을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위안을 얻으며, 그들 나름대로 삶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 꿈틀 교과서 전작품 문학 자습서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한계령의 삽입 가요인 ‘한계령’

 이 글은 액자식 구성을 바탕으로, 과거 어려웠지만 친구 은자와 함께 행복했던 시절과 현재 삶의 깊은 허무에 직면한 큰오빠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을 병치시킴으로써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삶을 위로하는 노래로 미나 박(은자의 예명)을 찾아갔다가 듣게 되는 ‘한계령’을 설정하고 있다. 

 ‘나’는 ‘한계령’의 가사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힘겹게 싸우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연상하고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이 작품은 삽입 가요를 통해 단지 허망함에 직면한 현실의 고통뿐 아니라 그에 대한 따뜻한 위로의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밤무대 가수로 전락한 어린 시절 친구가 돈을 모아 차린 카페의 이름이 ‘좋은 나라’라는 것은 그러한 따뜻함이 발현된 나약한 희망의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한계령>의 가사 – 하덕규 작사, 양희은 노래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 버리라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 가파른 한계령에 올라 지친 어깨를 한 채 발 아래 펼쳐진 첩첩산중을 내려다볼 때의 막막함, 무거운 짐을 지고 봉우리를 향해 힘겹게 올라가지만 남는 것은 지친 어깨뿐. 그러나 저 산은 내게 그 막막함을, 지친 어깨의 고달픔을 잊으라고, 우지 말라고 위로한다. 그 때 한줄기 바람처럼 살고 싶은 새로운 느낌이 다가온다. 

 따라서 이 노래는 ‘사람들은 힘겹게 살아간다는 것, 그 끝은 허망함뿐이라는 것, 그러나 그것이 운명이라면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2. ‘나’가 ‘은자’와의 만남을 머뭇거린 이유

 어린 시절의 단짝인 은자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찾아오라고 재촉을 한다. 은자는 큰오빠와 함께 ‘나’에게 과거를 추억하게 하여 현재의 삶에 위안을 주는 존재이다. 현재 큰오빠는 예전과 달리 심신이 점점 병약해져 가고 있어 ‘나’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자마저 변해 버린 모습을 확인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 ‘나’는 은자와의 만남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3. ‘나’에게 있어 ‘큰오빠’와 ‘은자’의 의미

 ‘나’에게 있어서 과거의 큰 오빠는 동생들을 성공적으로 키워내는 것을 삶의 목표로 하여 당당하고 의지적인 삶을 산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현재의 큰오빠는 삶의 목표를 잃고,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허탈감에 빠져 있어 ‘나’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반면 은자는 과거에는 어렵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행복했던 시절을 함께한 어린 시절의 고향 친구이다. 행복했던 고향의 이미지를 환기시켜 주는 존재로, 현실 속에서 이미 고향의 정겨움을 잃어버린 ‘나’에게 남은 유일한 추억의 대상이다.


 4. 이 작품의 주제의식

 이 작품은 ‘나’가 은자의 전화를 받고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산업 사회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은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득 아름다웠던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며 고달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따라서 ‘큰오빠’는 과거의 삶을 잃어버린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주인공인 ‘나’ 역시 과거에 대한 회상을 통해 삶에 위안과 희망을 얻는다. 이렇게 이 글은 고단한 소시민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와 위로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 작가 소개

양귀자 – 네이버 두산백과 사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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