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 전영택




■ 줄거리

 ‘나’는 초겨울 추운 밤 행랑아범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 해 가을에 아범은 아내와 어린 계집애 둘을 데리고 행랑채에 들어와 살았는데, 극심한 생활고로 아홉 살 난 큰애를 굶기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어느 연줄로 강화로 보냈다는 어멈의 말을 듣고 아범이 슬피 울었던 것이다. 어느 날 화수분(아범)은 형이 발을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추수하러 혼자서 고향 양평으로 떠난다. 어멈은 쌀 말이라도 해 가지고 올 것을 기다렸으나 추운 겨울이 되도록 아범은 돌아오지 않는다. 기다리다 못해 어멈은 어느 추운날 어린 것을 업고 아범이 있는 곳으로 길을 떠난다.

 그 후 어느 날, ‘나’는 출가한 여동생 S로부터 그들의 뒷 이야기를 전해 듣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화수분의 아내가 남편을 찾아 양평으로 떠났을 때, 마침 화수분도 어멈의 편지를 받고 서울로 달려오는 길이었다. 화수분이 어떤 높은 고개에 이르렀을 때 희끄무레한 물체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어멈과 딸 옥분이었다. 어멈은 눈은 떴으나 말을 못했다. 이튿날 아침에 나무 장수가 지나가다가 그 고개에서, 젊은 남녀의 껴안은 시체와 그 가운데 막 자다 깬 어린애가 등에 따뜻한 햇볕을 받고 앉아서 시체를 툭툭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어린것만 소에 싣고 갔다.

- 타임기획, ‘소설119+’ 참고


■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현대소설, 사실주의 소설, 액자소설

성격 : 사실적, 객관적, 묘사적, 인도주의적

경향 : 사실주의, 인도주의, 자연주의

배경 : * 시간 : 일제 강점 초인 1920년대, * 공간 : 서울과 양평 일대

문체 : 사실적이고 간결한 문체

시점 : 일인칭 관찰자 시점을 기본으로 혼합시점이 이루어짐. 1, 2, 4, 5장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며, 6장은 전지적 작가 시점, 3장은 혼합시점이 사용됨.

제재 : 행랑 식구들의 극한적 빈곤

특징

 ① 반어적 구조를 사용함

 ② 자연주의와 인도주의적 성격을 지님

등장인물

 - 화수분 : ‘나’의 집에 살고 있는 행랑아범. 한때는 고향이 양평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며 부유했으나 결혼 후 지금까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다. 선한 인품에 우애가 돈독하고 부부애가 강함.

 - 어멈 : ‘화수분’의 아내. 가난 속에서도 선하게 살아가는 화수분의 아내. 착하고 순박한 성격. 남편을 찾으러 갔다가 죽음을 맞이함.

 - 귀동이, 옥분이 : 화수분의 딸들. 귀동이가 첫째, 옥분이가 둘째임. 귀동이는 어멈과 아범의 말 뿐만 아니라 주인집의 말도 듣지 않음. 가난 속에서 강화의 남의 집으로 보내고, 옥분이는 아범을 찾으러 간 어멈의 품 속에서 살아 남아 나무장사에 의해 구출됨

 - ‘나’ : 화수분네 식구들의 주인. 화수분의 가족에게 연민을 느끼나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않음. 무덤덤한 관찰자로 일관함

구성

 발단 - ‘나’의 집에 살고 있는 행랑아범 네 식구는 너무나 가난하여 먹고 살기도 힘들다.

 전개 – 너무나 가난한 나머지 큰딸애를 남에게 주고, 아범은 형님의 부상으로 고향인 양평에 간다.

 위기 – 아내인 어멈은 아범을 기다리다 둘째 옥분이를 데리고 아범을 찾으러 간다는 편지와 함께 양평을 향하고 화수분은 아내의 편지를 받고 서울로 향한다.

 절정 - 겨울 산 속 어느 고갯길에서 만나는 부부.

 결말 - 나무장수가 젊은 남녀의 시체와 그 곁에 앉아 있는 어린애를 발견한다. 나무장수는 어린것만 소에 싣고 떠난다.

주제 : 가난 속에서 피어난 부부애와 자식애. 일제 강점기 하층민의 비극적 삶과 자식에 대한 사랑


■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집주인인 ‘내’가 서술자가 되어 행랑살이를 하는 ‘화수분’ 일가의 생활을 담담하고 사실주의적인 필치로 그려 나가고 있다. 화수분은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작가는 이러한 화수분의 삶을 객관적인 태도로 관찰하고, 독자들 앞에 화수분 일가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제시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화수분’이 재물이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아니함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작가가 바라보는 화수분의 삶에 아이러니가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 전영택은 목사로서의 신앙 생활과 소설가로서의 창작 활동을 병행했는데, ‘화수분’에서는 비참한 사람들의 삶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발견하려는 기독교적 인도주의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일제 강점기에 궁핍했던 우리 민족의 극한 상황을 자연주의적이며 사실주의적 수법으로 그린 이 작품은 관찰자 ‘나’가 서술자가 되어 행랑살이를 하는 화수분 가족의 삶을 독자에게 그대로 전하는 형식으로 짜여있다.

 화수분 가족은 ‘나’와 같은 집에 살고 있다. 한 울타리에 살고 있고 ‘나’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지만 직접 나서서 도우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일제 강점기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전형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독자들에게 비판의 여지를 안고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화수분’은 재물이 너무 많아 아무리 쓰고 또 써도 끝없이 샘솟는 전설적인 항아리를 말한다. 그러나 화수분은 이름과 달리 극도의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으로 볼 때 작가가 바라보는 화수분의 삶은 아이러니가 내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화수분 내외는 부부애가 돈독하다. 화수분 내외의 죽음은 서로의 체온을 나눈 사랑의 극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 사랑의 정점에서 어린아이는 살아 남는다. 처참한 환경, 추위가 무참히 체온을 앗아가고 목숨마저 앗아가는 극한 상황에도 그들의 사랑은 식지 않았다. 햇볕 속에서 토닥거리는 어린 아이의 모습은 가난한 모든 사람들에게, 아니 모든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데, 이는 비참한 삶에서 따뜻한 인간애를 발견하려는 작가의 기독교적인 인도주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타임기획, ‘소설119+’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 소설의 주제로서의 가난

 가난은 작품 속의 인물이 처해진 생활환경이다. 가난은 그들에게 숙명적이어서 성격이나 사건을 이루는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 자식을 남에게 줄 정도로 궁핍한 생활, 남에게 넘겨진 큰아이의 태도에서 심한 갈등을 느끼는 화수분 내외, 이것들이 모두 소설의 주제며 구조를 이루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속의 가난은 곧 1920년대의 시대적 가난이기도 했다. 가난은 인간을 환경적으로 지배하게 되는데 '화수분'의 큰딸이 보여 주는 모습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자연주의적 경향의 예가 된다. 1920년대 소설의 주제는 가난이었고, 많은 작가가 이 문제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특히 신경향파나 카프 계열의 작가는 가난의 원인을 계급적 관점에서 파악했다. 그러나 전영택의 '화수분'은 가난의 원인을 우연으로 돌리고 있어, 카프 계열의 작품과는 대조적이다.



 - ‘화수분’의 문학적 특징

 1920년대 서울서 행랑살이를 하는 두 아이의 아버지인 순박하고 약간 머리가 둔한 30여 세의 남자, 그의 이름이 화수분이다. 화수분은 보통 명사로서 ‘보물 그릇’을 뜻한다. 써도 없어지지 않고 자꾸 불어나는 그런 전설적인 그릇을 말한다. 가난한 부모가 아들이 잘 살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화수분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가난에 시달려 서울서 행랑살이를 하는 화수분은 가난을 이기지 못해 시골 형네 집으로 일하러 떠난다.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문득 가족을 그리며 화수분은 서울을 향해 떠난다. 한편, 이와 때를 같이 하여 서울서 날짜조차 회계할 줄 모르는 시골 여인인 그의 아내는 아기를 업고 시골로 떠난다. 어느 고개 밑에서 가족이 상봉한다. 이들 가족은 추위에 얼어 죽고 아기만이 살아남는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줄거리나 주제에 있지 않고, 시점의 단일성과 편집자적 논평(editorial comment)의 제거에 있다. 여기서 시점의 단일성이란 일인칭 관찰자로서의 그것을 뜻하며, 편집자적 논평의 회피란 작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끝에의 전지적 시점으로 인하여 전체적 통일이 깨어져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출처 : 김윤식, '한국 현대 문학 명작 사전')


 - ‘화수분’의 특징

 자연주의적 특징 : 아범, 어멈의 사람됨과 그들의 가난을 주관을 전혀 섞지 않고, 냉정하게 묘사하고 있다. 어린 것 하나만 살아 남고, 화수분 내외가 얼어 죽는 비극적인 장면과 과정을 냉정하게 그리고 있으며 극빈한 가정 사정이나 혹독한 기후 조건을 철저히 객관적인 필치로 제시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특징 : 작품의 결말 부분에 화수분 부부가 얼어 죽고 아이가 햇살을 받아 웃는 대목은 기독교적 인도주의 사상에 근거를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등장 인물의 성격이 따뜻하고 순박하며, 추위와 굶주림에 얼어 죽는 '죽음'의 극한적 절망을 '어린것의 살아남'이라는 '생명'의 큰 소망으로 되살려 놓는다.

 사실주의적 면모 : 당대의 보편적인 사회 현상에서 소재를 취해 구성적 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단, 있는 현실성을 반감시키고 있음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 ‘화수분’의 반어적 구조

 ‘화수분’이란 이름과 그 비참한 생활이 대비되면서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즉 화수분이란 재물이 계속 생겨나서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다는 뜻이지만, 작품에서는 재산이 거덜나 있다. 그런데, 화수분은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과는 달리, 처음부터 비극적 인물이 의도적으로 설정되어 작자의 연민의 정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 ‘화수분’의 문체와 표현 

 묘사보다는 서술이 작품 전체에 주류를 이루면서 객관성을 유지하려 했다. 더러 묘사 문체도 나타나는데, 사실성의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두 아이에 대한 묘사는 가난한 집 철부지로서 실감 나게 표현되어 있다. 인도주의적 주제가 줄거리 상에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은 것도 서술자와 인물, 사건 사이의 일정한 거리 유지를 위한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시제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과거 시제에 현재 시제를 혼용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의 현장감을 노린 표현이라 하겠다.



■ 작가 소개

전영택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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