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 - 오상원

<이 글을 2015년 EBS 수능특강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줄거리

 6 · 25 전쟁 중 인민군에게 포로로 잡힌 국군 소대장인 ‘나’는 전향을 거부하고 처형을 당하게 된다. 처형 전까지 한 시간의 유예 시간이 주어지고, 땅을 판 움 속에 갇힌다. 이어 ‘나’는 적진 깊이 들어갔다가 후퇴하면서 부하들을 잃고 홀로 남하하게 되고, 한 마을에서 아군이 북한군에게 처형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응사하다 붙잡히게 된 과거를 회상한다. 이러한 회상의 중간 중간에 포로가 되어 심문을 받으며 전향에 대한 끊임없는 회유를 받지만 ‘나’는 전향을 거부하고, 죽는다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적에게 처형당한다.

- T-Solution 자료실 참고


■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전후소설, 심리소설

 성격 : 실존주의적, 비극적, 회상적

 배경

 ① 시간 : 한국 전쟁 다시의 어느 겨울

 ② 공간 : 어느 눈 쌓인 전쟁터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전지적 작가 시점의 혼용)

 제재 : 한국 전쟁

 구성

 - 발단 : 인민군의 포로로 잡혀 총살을 앞둔 ‘나’는 한 시간의 유예 시간 동안 지난 일을 회상한다.

 - 전개 : ‘나’는 수색대를 인솔하여 적진 깊이 들어갔다가 후퇴하면서 부하들을 잃고 혼자서 힘겹게 남쪽으로 내려온다.

 - 위기 : 어느 마을에 도착한 ‘나’는 인민군들이 아군을 총살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인민군들에게 총을 쏘다가 붙잡힌다.

 - 절정 : 인민군은 ‘나’에게 사상 전환을 하라며 회유하지만 ‘나’는 전향을 거부한다.

 - 결말 : 흰 눈이 쌓인 둑길에서 ‘나’는 죽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죽어 간다.

 특징 

 ① 내면 의식을 강조하는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내용이 전개됨

 ② 1인칭과 3인칭으로 서술자의 시점이 혼재되어 사용됨

 ③ 서술 위주의 짧은 현재형 문장을 사용함

 주제 :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고뇌와 죽음


■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6 · 25 전쟁 중 인민군의 포로가 된 국군 소대장을 주인공으로 하여, 인민군의 전향에 대한 회유를 거부한 그에게 주어진 처형 전 한 시간의 유예 시간 동안의 의식의 흐름을 그린 전후 소설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교차해 가며 주인공의 의식 세계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전쟁의 비정함과 그 속에서 인간 생명의 무가치성이라는 주인공의 상념을 생생하게 드러내며 주제 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글은 인간의 존재 가치를 말살하는 전쟁의 비극성에 대해 고발하고 있는 전후소설이다. 이 글은 주인공 ‘나’가 인민군의 포로로 잡혀 죽음을 앞둔 한 시간의 ‘유예’ 시간 동안 자신의 지난날의 일들을 회상하며 전쟁에 휘말린 인간의 문제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교차시키면서 주인공의 의식 세계와 독백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또한 이 글의 배경으로 드러나는 흰 눈과 붉은 피의 색채 대비는 전쟁의 비인간성과 잔혹함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글은 실제 전방에서 전투에 임했던 군인의 시점에서 당시 상황을 실감 나게 보여 주고 있는데, ‘나’가 죽음을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무가치하게 죽어가고 있음을 고발함과 동시에 죽는 순간에도 자신을 인식하려는 실존주의적 가치가 반영된 것이다.

- 꿈을 담는 틀, ‘교과서 전 작품 문학 자습서’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유예(猶豫)’라는 제목의 설정과 의미  

 표면적인 의미에서 작품의 제목인 ‘유예’는 국군 소대장으로서 인민군의 포로가 된 ‘나’가 전향에 대한 회유를 거부하고 처형을 기다리기까지 유보된 시간을 가리킨다. 작품 대부분의 내용이 ‘유예’된 시간 동안 주인공인 ‘나’가 죽음을 앞두고 심리적 갈등과 회상을 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품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제목으로 쓰이고 있다. 이때 심리적 갈등은 ‘죽음’ 자체에 대한 생각일 뿐 사상의 전향을 통해 목숨을 건질 것인가의 갈등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볼 때, ‘유예’는 ‘나’의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의미한다.


* 죽음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가 갖는 의미  

  ‘유예’의 주인공은 죽음을 태연히 맞이하고 있으며, 죽음의 순간에 오히려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고 있다. 주인공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부하이지만 생의 대부분을 전쟁터에서 살아온 선임 하사에게 받은 영향이 크다. 선임 하사는 일제에 의해 징병당한 이후로 수많은 전투를 겪고, 전투에서 사람을 사살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처럼 선임 하사는 인간이란 존재가 전쟁과 전투를 위해 필요한 도구에 불과하고, 인간의 역사도 사람이 사람을 학살하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다. 결국, 선임 하사 자신도 전투 속에서 죽게 되고 자신의 죽음을 오히려 평온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선임 하사의 죽음은 주인공에게 전쟁 중 인간의 죽음이란 것이 무의미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전해 준다.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이 맞이할 죽음에 대해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주인공은 인간의 실존을 부정하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죽음을 피하거나 벗어나려 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실존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이 결말 부분에서 죽음을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삶이 지니는 마지막 의지의 신념이 죽음을 앞서 있다고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존재의 고뇌와 실존적 불안 의식은 전후 세대의 공통된 인식이며 심리적 갈등이다.


* 의식의 흐름 기법의 사용과 그 효과  

 이 작품은 주인공인 ‘나’의 의식 세계를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묘사보다는 주인공의 주관적인 의식 세계를 잘 드러내기 위해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법은 주인공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생각들을 독자들이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즉, 독자들은 주인공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마치 자신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에 처한 듯한 실존적 체험을 하게 되고, 이렇듯 무시무시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죽음이 전쟁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일어났음을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는 전쟁의 비극성과 전쟁 상황 속에서 인간의 무의미성이라는 주제 의식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 선임 하사의 인물 설정

  선임 하사는 ‘나’의 부하이지만 평생을 전쟁터를 전전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인간은 역사의 도구일 뿐이며, 인간은 무의미한 존재라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서, 주인공인 ‘나’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무의미성을 깨닫게 하는 인물이다.


* 심리 소설(心理小說)

  등장인물의 사고 · 감정 · 동기가 이야기 전개상 외적으로 드러나는 행동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소설을 말한다. 심리 소설에서 플롯은 등장인물에 대한 탐색적인 묘사에 종속되며 의존한다. 사건들은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사고가 유발하는 연상 · 기억 · 공상 · 몽상 · 상념 · 꿈 등으로 나타난다.


* 서술자 시점 전환의 효과

  이 작품에서는 주로 주인공인 ‘나’의 의식세계를 독백하듯이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인물의 내면 심리에 주목하면서 내용을 파악한다. 그런데 끝부분에서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시점이 전환되면서 독자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주목하게 된다. 이는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며 동시에 외면적으로 나타나는 그의 행동을 객관화하여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이 주인공이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고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 작가 소개

오상원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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