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 박완서

<이 작품은 2015년 EBS 수능특강 A형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목의 모티프가 된, 박수근 화백의 '나무와 두 여인'>


■ 줄거리

 6 · 25 전쟁 중에 폭격으로 두 오빠를 잃은 이경은 그 폭격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서울의 고가(古家)에서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오빠들이 죽은 후 어머니는 삶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이경은 이런 암울한 집안 분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경은 생계를 위해 서울 명동에 있는 미8군 피엑스(PX)의 초상화부에서 미군들로부터 초상화 주문을 받아 내는 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초상화부에 화가 옥희도가 새로 온다. 이경은 황량한 풍경이 담긴 눈을 가진 옥희도에게 마음이 끌린다. 옥희도는 이경이 그림 값을 받아 준 데 대한 보답으로 이경에게 함께 저녁을 먹자고 제의하고, 두 사람은 술을 따라 마시는 장난감 침팬지가 있는 완구점 앞에서 침팬지를 보기도 한다.

  이경은 옥희도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옥희도는 자신들이 서로 어울리는 사이가 아니라고 말한다. 옥희도는 진짜 화가가 되고 싶다고, 미치도록 그리고 싶다고 말하고는 며칠 동안 초상화부에 나오지 않는다. 이경은 옥희도가 걱정되어 집으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나무가 그려진 그림을 본다. 그것은 거의 무채색의 불투명한 뿌연 화면에 꽃도 열매도 잎도 없는 참담한 모습의 고목(枯木)이었다. 그것을 본 이경은 오로지 불투명한 공간에서 죽어가는 고목을 생각한다.

  이경의 어머니는 임종을 맞게 되고, 얼마 후 이경은 자신에게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소망을 품고 있는 태수와 결혼한다. 세월이 흘러 이경과 태수는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이경과 태수는 신문에서 고(故) 옥희도 유작전이 열린다는 기사를 읽게 되고, 이경은 그가 죽었다는 사실에 비통함을 느낀다. 태수와 함께 유작전에 간 이경은, 지난날 옥희도가 그리고 있던 어두운 단칸방에서 본 한발 속의 고목이 지금의 자신에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裸木)이었음을 알게 되고, 과거의 제 모습과 자신에 대한 옥희도의 의미를 뚜렷이 자각한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핵심 정리

갈래 : 장편소설, 전후소설, 성장소설

성격 : 체험적, 고백적, 회상적

배경 :

 ① 시간적 : 한국 전쟁 당시와 10년 후인 1960년대

 ② 공간적 : 서울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제재 : 옥희도의 그림과 ‘나’의 삶

특징 :

 ① ‘나목’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사용하여 인간의 삶을 투영하면서 주제를 형상화 함

 ② ‘고목’과 ‘나목’을 대비하여 후자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함

 ③ 인물(나)과 인물(옥희도)의 관계를 대응시켜 주인공의 성숙을 보여 줌

 ④ 실제 인물을 모델로 작품 속에서 허구화 함

구성

 - 발단 : 한국 전쟁 중 두 오빠를 잃은 ‘나’는 서울을 고가(古家)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단둘이 살면서 미군 부대 안의 초상화 가게에서 일한다.

 - 전개 : ‘나’는 미군 부대 안에서 미군들로부터 초상화 청탁을 받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옥희도라는 화가를 만난다.

 - 위기 : 외로움과 절망감에 빠져 살아가던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옥희도의 황량한 분위기에 매력을 느끼고 그를 사랑한다.

 - 절정 : 유부남에 아이가 다섯이나 딸린 옥희도와 ‘나’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전기공인 황태수와 결혼하게 된다.

 - 결말 :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나’는 옥희도의 유작전에서 그가 그린 나목을 보면서 그의 그림이 고목이 아닌 나목이었음을 깨닫는다.

주제 : 삶의 시련 극복을 통한 내면의 성숙,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는 성숙과 진정한 예술가의 삶


■ 작품 해설 1

 한국 전쟁 당시, 주인공 ‘나’가 화가 옥희도와 만나고 헤어지는 사연을 시작으로, 훗날 결혼하여 안정된 삶을 살아가다 옥희도의 유작전에서 회상에 잠기는 과정을 그린 이 글은 진정한 예술가의 내면 의식을 나타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나’의 성장 소설적 성격도 지니는데 ‘나’의 성장에 따라 옥희도의 그림 속 나무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을 통해 잘 나타난다. ‘나’는 심리적 방황을 겪었던 과거에 옥희도의 그림 속 나무를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죽은 나무인 ‘고목(枯木)’으로 보았고, 10년 후 옥희도의 유작전에서는 같은 그림 속 나무를 생명력이 내재되어 있는 살아 있는 나무인 ‘나목(裸木)’으로 보고 있다. 이는 ‘나’가 결혼과 안정된 생활로 인해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성장하여 옥희도의 예술혼을 깨닫게 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 꿈을 담는 틀, ‘교과서 전 작품 문학 자습서’ 참고


■ 작품 해설 2

 ‘나목(裸木)’은 6 · 25 전쟁으로 황폐해진 정신을 갖게 된 사람들이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인물들 간의 갈등을 매개로 하여 그려 낸 작품이다. 옥희도는 나목을 그려 진정한 화가가 되었고 나목을 고목으로만 보았던 이경은 그것이 나목이었음을 확인하고 과거의 제 모습과 제 자신에 대한 옥희도의 의미를 뚜렷이 자각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나목’의 상징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 ‘나’의 현재의 생활 환경과 삶 

 〔과거〕 ‘나’는 미군 부대의 점원으로 일하던 때 전쟁의 폭격으로 두 오빠를 잃었다. ‘나’는 두 오빠를 죽게 만든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는 피해 의식을 은연 중에 심어 준 어머니를 미워해 왔다.


 〔현재〕 ‘나’는 남편과 결혼 후 평안한 일상을 살아왔다. ‘나’는 자신을 정말로 좋아해 주는 남편과 결혼했고, 일상의 행복에서 전쟁의 상처를 점차 잊어 가고 있지만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고가 철거를 계기로 자신이 해체되는 듯한 아픔을 느끼고 있다.


* 동일 작품에 대한 ‘나’의 인식 변화  

 나는 스무살 즈음의 처녀 시절, 어두운 단칸방에서 힘겹게 살고 있었다. 그때 보았던 그림에서는 말라 죽은 듯한 나무처럼 인식했었다. 이는 전쟁 때문에 겪었던 마음의 상처, 힘겨운 삶 때문이었다. 세월이 흐른 뒤 유작전에서 본 그림에서는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나목에서 읽어 내고 있다. 이는 ‘나’의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나’는 옥희도의 그림이 당시 시련을 이겨 내는 힘을 보여 주고 있었음을 발견하고 있다. 이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나’의 내면적인 성숙을 의미하기도 한다.


* 예술과 사회 공동체의 관계, ‘나목’의 옥희도 = ‘나무와 여인’의 박수근 화백 

  작품 속의 옥희도는 실제 박수근 화백을 모델로 했다. 박수근은 생활고를 면하기 위해 미군 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렸던 인물이지만, 삶의 힘겨움을 탓하지 않고 현실의 고통을 이겨 내며 자신의 예술적 세계를 추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 박완서도 그의 겨울나무 그림을 보면서 느꼈던 인상을 당대 삶의 코드로 바꾸어 소설로 형상화했다. 이처럼 문학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은 당대 시대 현실은 물론 사회 공동체 구성원의 삶과 문화를 반영한다. 예술은 사회 공동체 구성원의 고뇌와 희망을 함께 이야기하며 때로는 즐거움을, 때로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 ‘나목’에 나타난 복합적인 갈등 구조

  ‘나목’은 이경과 옥희도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 사회의 복잡한 갈등 양상을 담고 있다. 옥희도에 대한 이경의 사랑은 아버지와 오빠, 즉 남성들의 부재에 따른 상실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로 어머니와 딸, 즉 여성들의 관계는 깊은 갈등 상태에 빠지고 있다. 한편, 극한적인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이라는 사회적 환경과 인간 사이의 갈등도 발견할 수 있다.


* ‘나목’과 작가의 개인적, 시대적 삶과의 연관성

옥희도의 삶과의 연관성 : 힘겹게 살아가던 가난한 한 화가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음.

시대적 현실과의 상관성 : 전쟁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내포한 상징성을 지님.

  그림을 작가와 연관지어 보면, 나목은 당시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도 힘겹게 살아가던 삶을 표상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시련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나목은 6 · 25 전쟁이라는 참담한 민족의 현실 속에서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민족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 작가 소개

박완서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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