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원자력협정 타결 주권과 경제적 실익 두 마리 토끼 잡을까?

<본 글을 동아일보 고등학생 대상 주간지 PASS에 기고한 글입니다.>

[뉴스읽기] 한미원자력협정 타결

핵주권과 경제적 실익 두 마리 토끼 잡을까?

 한국과 미국이 1973년 체결된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최근 타결했다. 이번 협정의 주요 내용은 크게 △한국이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한 것 △사용한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의 초기단계 기술을 한국이 개발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동의한 것 △한국의 원전기술 수출 절차가 간소해진 것 등이다.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되면서 원자력에 관한 우리나라의 권한 행사가 일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핵주권이 한걸음 나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된 협정 내용을 살펴보고 이번 협정으로 우리나라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42년간 제한됐던 권한 확보…경제적 효과 클 듯

 우리나라는 미국산 천연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권한을 이번 협정 개정을 통해 확보했다. 우라늄 농축은 천연우라늄에서 핵분열이 잘 일어나는 특정 원소의 비율을 높이는 작업. 이 작업을 거쳐야만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보통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농축 비율은 20% 미만이다.

 기존 협정에선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규정이 없었던 탓에 우라늄 원석을 수입하고 이를 다시 외국에 보내 농축시킨 뒤 재수입해왔다. 이 과정에 드는 비용은 연간 약 9000억원.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가 농축시설을 갖춘다면 기존에 들었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된 협정에 따라 핵물질과 원자력 장비, 부품 등 원전기술을 외국에 수출하는 과정도 한결 간소해졌다. 기존엔 수출할 때 반드시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했지만 제3국이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경우 미국의 동의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바뀐다. 우리나라가 원전기술을 수출하고자 하는 대상국 대부분은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은 국가이므로 향후 원전 수출이 원활해져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협정대사(오른쪽)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한미원자력협력협정에 가서명한 뒤 합의문을 교환하는 모습. 동아일보DB

 

핵연료 재처리 기술로 핵폐기물 해결 가능해져

 우리나라는 사용한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의 초기단계에 해당하는 ‘전해환원’ 과정에 대한 기술개발 동의도 얻었다. 향후 연구 및 기술개발을 통해 원전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원자력발전에 사용되는 핵연료는 한번에 모두 연소되지 않는다. 남은 연료 찌꺼기에 우라늄과 같은 핵물질이 많이 남아 원전폐기물 처리 문제는 가장 큰 골칫덩이.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보관하는 저장시설이 곧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남은 핵물질을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을 거쳐 재활용하면 원전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양의 원료로 더 많은 전기를 얻을 수 있다.

 원자력전문가들은 “새 협정에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첫 단계에 대한 동의만을 얻었지만 향후 전체과정이 허용되면 원전 폐기물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완의 협정’ 평가도 있어

 이번 협정을 두고 “한국의 요구가 일정 부분 반영됐지만 완전한 권한 확보는 아니다”라며 한계를 지적하는 평가도 나온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첫 단계의 공정연구만 동의를 받은 상태고 여전히 주요 부분은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것. 우라늄 저농축 권한 확보도 현재 우리나라에 농축 시설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이 강력한 핵 비확산 정책 기조 하에서 우리 정부와의 협상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협정 개정은 성공적”이라면서 “향후 우리나라의 원전 관련 국제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은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각각 정해진 절차를 거쳐 통과되면 정식 발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