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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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 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마기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부가리로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미는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롭게 세 나라 사람이 다 모였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의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 옷을 한 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 일본 말로 곧잘 철철대이거니와 중국 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은 모양이었다. <중략>

 그는 또 중국인을 붙들고서 실랑이를 한다. “니쌍나올취—”, “니씽섬마.” 하고 덤벼 보았으나 중국인 또한 그 기름 낀 뚜우한 얼굴에 수수께끼 같은 웃음을 띄울 뿐이요 별로 대꾸를 하지 않았건만, 그래도 무에라도 연해 웅얼거리면서 나를 보고 웃어보였다.

  그것은 마치 짐승을 놀리는 요술쟁이가 구경꾼을 바라볼 때처럼 훌륭한 제 재주를 갈채해 달라는 웃음이었다. 나는 쌀쌀하게 그의 시선을 피해 버렸다. 그 주적대는 꼴이 어쭙잖고 밉살스러웠다. 그는 잠깐 입을 닫치고 무료한 듯이 머리를 덕억덕억 긁기도 하며 손톱을 이로 물어뜯기도 하고 멀거니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다가 암만해도 지절대지 않고는 못 참겠던지 문득 나에게로 향하며 “어디꺼정 가는 기오.”라고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붙인다. / “서울까지 가오.”

  “그런기오. 참 반갑구마. 나도 서울꺼정 가는데. 그러면 우리 동행이 되겠구마.”

  나는 이 지나치게 반가워하는 말씨에 대하여 무어라고 대답할 말도 없고 또 굳이 대답하기도 싫기에 덤덤히 입을 닫쳐 버렸다.

  “서울에 오래 살았는기오?” / 그는 또 물었다.

  “육칠 년이나 됩니다.” / 조금 성가시다 싶었으되 대꾸 않을 수도 없었다.

  “에이구, 오래 살았구마. 나는 처음 길인데 우리 같은 막벌이꾼이 차를 내려서 어디로 찾아가야 되겠는기오? 일본으로 말하면 ‘기진야도’ 같은 것이 있는기오?”

하고 그는 답답한 제 신세를 생각했던지 찡그려 보였다. 그때 나는 그의 얼굴이 웃기보다 찡그리기에 가장 적당한 얼굴임을 발견하였다. 군데군데 찢어진 겅성드뭇한 눈썹이 올올이 일어서며 아래로 축 처지는 서슬에 양미간에는 여러 가닥 주름이 잡히고 광대뼈 위로 뺨 살이 실룩실룩 보이자 두 볼은 쪽 빨아든다. 입은 소태나 먹은 것처럼 왼편으로 삐뚤어지게 찢어 올라가고 조이던 눈엔 눈물이 괸 듯, 삼십 세밖에 안 되어 보이는 그 얼굴이 십 년가량은 늙어진 듯하였다. 나는 그 신산스러운 표정에 얼마쯤 감동이 되어서 그에게 대한 반감이 풀려지는 듯하였다. <중략>

 그의 고향은 대구에서 멀지 않은 K군 H란 외딴 동리였다. 한 백 호 남짓한 그곳 주민은 전부가 역둔토를 파먹고 살았는데 역둔토로 말하면 사삿집 땅을 부치는 것보다 떨어지는 것이 후하였다. 그러므로 넉넉지는 못할망정 평화로운 농촌으로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뒤바뀌자 그 땅은 전부가 동양 척식 회사의 소유에 들어가고 말았다. 직접으로 회사에 소작료를 바치게나 되었으면 그래도 나으련만 소위 중간 소작인이란 것이 생겨나서 저는 손에 흙 한 번 만져 보지도 않고 동척엔 소작인 노릇을 하며 실작인에게는 지주 행세를 하게 되었다. 동척에 소작료를 물고 나서 또 중간 소작인에게 긁히고 보니 실작인의 손에는 소출의 삼 할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 ‘죽겠다’, ‘못 살겠다’ 하는 소리는 중이 염불하듯 그들의 입길에서 오르내리게 되었다. 남부여대하고 타처로 유리하는 사람만 늘고 동리는 점점 쇠진해 갔다.

 지금으로부터 구 년 전 그가 열일곱 살 되던 해 봄에(그의 나이는 실상 스물여섯이었다. 가난과 고생이 얼마나 사람을 늙히는가.) 그의 집안은 살기 좋다는 바람에 서간도로 이사를 갔었다. 쫓겨 가는 운명이거든 어디를 간들 신신하랴. 그곳의 비옥한 전야도 그들을 위하여 열려질 리 없었다. 조금 좋은 땅은 먼저 간 이가 모조리 차지를 하였고 황무지는 비록 많다 하나 그곳 당도하던 날부터 아침거리 저녁거리 걱정이라 무슨 행세로 적어도 일 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먹고 입어 가며 거친 땅을 풀 수가 있으랴. 남의 밑천을 얻어서 농사를 짓고 보니 가을이 되어 얻는 것은 빈주먹뿐이었다. 이태 동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버티어 갈 제 그의 아버지는 우연히 병을 얻어 타국의 외로운 혼이 되고 말았다. 열아홉 살밖에 안 된 그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악으로 악으로 모진 목숨을 이어 가는 중 사 년이 못 되어 영양 부족한 몸이 심한 노동에 지친 탓으로 그의 어머니 또한 죽고 말았다.

  “모친꺼정 돌아갔구마.”, “돌아가실 때 흰 죽 한 모금 못 자셨구마.” 하고 이야기하던 이는 문득 말을 뚝 끊는다. 그의 눈이 번들번들함은 눈물이 쏟아졌음이리라. 나는 무엇이라고 위로할 말을 몰랐다. 한동안 머뭇머뭇이 있다가 나는 차를 탈 때에 친구들이 사 준 정종병 마개를 빼었다. 찻잔에 부어서 그도 마시고 나도 마셨다. <중략>

  “그러면 아주 폐농이 되었단 말씀이오.”

  “흥, 그렇구마. 무너지다가 담만 즐비하게 남았더마. 우리 살던 집도 터야 안 남았겠는기오. 암만 찾아도 못 찾겠더마. 사람 살던 동리가 그렇게 된 것을 혹 구경했는기오?” / 하고 그의 짜는 듯한 목은 높아졌다.

  “썩어 넘어진 서까래, 뚤뚤 구르는 주추는! 꼭 무덤을 파서 해골을 헐어 젖혀 놓은 것 같더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기오? 백여 호 살던 동리가 십 년이 못 되어 통 없어지는 수도 있는기오, 후!”

하고 그는 한숨을 쉬며 그때의 광경을 눈앞에 그리는 듯이 멀거니 먼 산을 보다가 내가 따라 준 술을 꿀꺽 들이켜고,

  “참! 가슴이 터지더마, 가슴이 터져.”

하자마자 굵직한 눈물 둬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그 눈물 가운데 음산하고 비참한 조선의 얼굴을 똑똑히 본 듯싶었다. <중략>

  “여간 반갑지 않으셨겠지요.”

  “반갑다마다, 죽은 사람을 만난 것 같더마. 더구나 그 사람은 나와 까닭도 좀 있던 사람인데…….” / “까닭이라니?”

  “나와 혼인 말이 있던 여자구마.” / “하—!”

  나는 놀란 듯이 벌린 입이 닫혀지지 않았다.

  “그 신세도 내 신세만이나 하구마.”

하고 그는 또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 여자는 자기보다 나이 두 살 위였는데 한 이웃에 사는 탓으로 같이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자라났었다. 그가 열네 살 적부터 그들 부모 사이에 혼인 말이 있었고 그도 어린 마음에 매우 탐탁하게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그 처녀가 열일곱 살 된 겨울에 별안간 간 곳을 모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아비 되는 자가 이십 원을 받고 대구 유곽에 팔아먹은 것이었다. 그 소문이 퍼지자 그 처녀 가족은 그 동리에서 못 살고 멀리 이사를 갔는데 그 후로는 물론 피차에 한 번 만나 보지도 못하였다. 이번에야 빈터만 남은 고향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읍내에서 그 아내 될 뻔한 댁과 마주치게 되었다. 처녀는 어떤 일본 사람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었다. 궐녀는 이십 원 몸값을 십 년을 두고 갚았건만 그래도 주인에게 빚이 육십 원이나 남았었는데 몸에 몹쓸 병이 들고 나이 늙어져서 산송장이 되니까 주인 되는 자가 특별히 빚을 탕감해 주고 작년 가을에야 놓아준 것이었다. 궐녀도 자기와 같이 십 년 동안이나 그리던 고향에 찾아오니까 거기에는 집도 없고 부모도 없고 쓸쓸한 돌무더기만 눈물을 자아낼 뿐이었다. 하루해를 울어 보내고 읍내로 들어와서 돌아다니다가 십 년 동안에 한 마디 두 마디 배워 두었던 일본 말 덕택으로 그 일본 집에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암만 사람이 변하기로 어째 그렇게도 변하는기오? 그 숱 많던 머리가 훌렁 다 벗어졌더마. 눈은 푹 들어가고 그 이들이들하던 얼굴빛도 마치 유산을 끼얹은 듯하더마.” / “서로 붙잡고 많이 우셨겠지요.”

  “눈물도 안 나오더마. 일본 우동집에 들어가서 둘이서 정종만 열 병 따라 뉘고 헤어졌구마.”

하고 가슴을 짜는 듯이 괴로운 한숨을 쉬더니만 그는 지낸 슬픔을 새록새록이 자아내어 마음을 새기기에 지쳤음이더라.

  “이야기를 다 하면 무얼 하는기오.”

하고 쓸쓸하게 입을 다문다. 내 또한 너무도 참혹한 사람살이를 듣기에 쓴 물이 났다.

  “자, 우리 술이나 마저 먹읍시다.”

하고 우리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 되 병을 다 말리고 말았다. 그는 취흥에 겨워서 우리가 어릴 때 멋모르고 부르던 노래를 읊조렸다.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 신작로가 되고요 ——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 감옥소로 가고요 ——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 공동묘지 가고요 ——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 유곽으로 가고요 ——


■ 전체 줄거리

  ‘나’는 대구에서 서울로 오는 기차 안에서 동석하게 된 기묘한 사나이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나’는 ‘그’라는 사나이에 대하여 처음에는 남다른 흥미를 느끼고 바라보다가 이내 싫증을 느껴 애써 그를 외면하려 하였지만, 그의 딱한 신세타령을 듣게 되자 차차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술까지 함께 마시게 되고, ‘나’는 ‘그’의 얼굴에서 ‘조선의 얼굴’을 발견한다.

  ‘그’는 고향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나 일제의 착취로 농토를 빼앗기고, 일제의 핍박과 수탈에 못 이겨서 간도로 갔다. 그러나 거기에서도 ‘그’는 비참한 생활 끝에 부모도 잃었다. 여러 곳을 떠돌다가 귀국하여 고향에 들렀지만 고향은 이미 폐농이 되어 있었다. 고향을 둘러보고 나오던 ‘그’는 14세 때 자기와 혼담이 오가던 여자를 만나지만 여자의 기구한 인생살이를 듣고는 슬픔과 울분에 싸여 술만 마시다 헤어진다. ‘나’는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듣기가 싫어서 술을 마시고, ‘그’는 어릴 때 부르던 아픔의 노래를 읊조리기 시작한다.


■ 핵심 정리

• 배경 : 시간적-1920년대 일제 강점기, 공간적-어느 농촌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성격 : 사실적

• 제재 : 농촌의 참상

• 주제 : 일제 강점기하 우리 농민의 참담한 생활상 폭로

• 특징 :

 ① 액자형 구조를 지님.

 ② 민요를 삽입하여 사회상을 집약적으로 보여 줌.


■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특별한 흥미를 주는 극적인 사건이나 특징적 인물은 등장하고 있지 않지만,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중반의 조선 사회, 특히 일제의 수탈로 황폐해진 농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사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특히, ‘나’가 기차에서 만난 ‘그’의 체험을 듣는 액자식 구성의 이야기 전개를 통해 강렬한 현실 고발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사실주의 문학의 전형을 보여준다.

  초반부에 ‘그’에 대한 거리감을 보였던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차 ‘그’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되고,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과정을 통해 민족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원래 ‘조선일보’에 ‘그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가 단편집 ‘조선의 얼굴’을 발행할 때 ‘고향’으로 개제하여 수록하였다. 이 작품은 일제의 수탈로 인하여 농토를 잃고 소작인이나 날품팔이로 전전하는 우리 민족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또 이 작품은 현실성뿐만 아니라 소설의 기법상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즉, 상징법과 구체적인 외양 묘사, 어조의 변화 등에 의한 점진적인 성격 노출, 대화의 사용에 의한 효과적인 사건 전개, 노래의 제시를 통한 주제의 집중적인 표현, 사실적인 언어 구사 등의 능란한 기법으로 광범위한 제재를 단편의 형식 안에 수용, 형상화하는데 성공하였다. 특히 마지막 결말의 신민요는 민족의 고뇌를 함축하고 있는 풍자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 윤희재, 전공 국어 현대소설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그’를 대하는 ‘나’의 심리 변화  

 ‘나’는 처음에 단순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를 흥미의 대상으로 보다가 ‘그’의 어쭙잖은 행동에 반감을 느끼며 ‘그’에 대한 거리감을 드러낸다. 그러다가 ‘그’의 신산스러운 표정을 보고 마음을 열게 되며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점차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고, 마침내 정서적인 합일 상태에 이르게 된다. 서로 별개의 존재였던 ‘나’와 ‘그’는 한민족이라는 유대감을 가지게 되면서 심리적 거리가 제거된 것이다.


 2. ‘고향’의 구성 방식과 효과  

 이 소설은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안고 있는 액자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체적인 사건의 윤곽은 ‘기차 안에서 기묘한 차림의 사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눔 → 그가 들려주는 과거의 체험담 → 다시 현실로 돌아와 취흥에 겨워 노래를 부름’으로 요약된다. ‘그’가 들려주는 과거의 체험담은 실상 작가가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담긴 부분으로, 순박한 농사꾼이 유랑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기막힌 사연, 혼담이 있었던 여인과의 비극적 해후 등을 통해 당시 일제 강점하에서 핍박받는 망국민의 비참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액자 구성의 전개는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며,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기능을 한다.


 3. ‘조선의 얼굴’에 담긴 의미  

 ‘나’는 고향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을 통해서 일제의 식민 통치하에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조선인의 어둡고 비참한 모습을 발견한다.

 또한,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 여자’의 삶 또한 ‘그’의 삶만큼이나 기구하고 비참하다. 아버지에 의해 유곽에 팔리고 몹쓸 병에 걸려서야 겨우 풀려난 ‘그 여자’는 당대 조선 여성의 얼굴인 것이다.


 4. ‘민요’의 의미와 기능  

 작품 끝에 실린 노래에서는 당시 사회상을 집약적으로 보여 주고 있으며 일제의 가혹한 통치에 의해 조선인이 겪었던 비참한 삶, 즉 일제의 농토 강탈과 지식인에 대한 탄압, 망국의 비운을 체험한 노인들의 한 맺힌 죽음과 극심한 가난 때문에 창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조선 여인들의 비극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결국, 작품 끝에 실린 신민요는 당시의 사회상을 집약적으로 제시하여 주제를 압축하는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산문 속에 운문을 삽입하여 단조로움을 벗어나게 해 준다.


 5. 1920년대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된 ‘고향’의 상징적 의미

  1920년대는 일제의 농촌 수탈 정책이 본격화된 시기에 해당한다. 일제는 농업 생산력 증대 및 농촌 근대화를 명분으로 토지 조사 사업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빼앗은 토지를 동양 척식 회사에서 관리한다. 이 사업은 근대적 토지 소유제 확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일본인의 정착과 통치 재정의 확보 등 식민 통치의 안정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그 결과, 우리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신세가 되었다.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그’를 우리라고 볼 때, 그의 고향은 우리 모두의 고향, 즉 잃어버린 조국이라고 할 수 있다.


 6. ‘고향’에 나타난 문체의 변화

  서술자인 ‘나’는 주인공 ‘그’를 묘사할 때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문체를 사용한다. 그러다가 ‘그’의 행적을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낸 해설체로 표현한다. 이러한 문체의 변화는 ‘그’가 처음에는 객관적 관찰의 대상이었다가 나중에는 ‘나’와 심정적으로 융합되는 대상으로 변하는 것과 관련된다.


 7. ‘고향’에 나타난 떠남의 양상

• 지향(指向): ‘그’의 집안은 넉넉지는 못할망정 평화로운 농촌에서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었으나 뒤바뀐 세상이 집안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전토와 평화로움을 빼앗아 가고 더 이상 고향에서 살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 유랑(流浪): ‘그’가 이주한 서간도도 살기 어렵기는 고향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태 동안 고생을 하다가 부모님은 죽고 한 곳에 정착해 살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게 된다.

• 회귀(回歸):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그’는 결국 고향산천이 그리워 오래간만에 고향을 둘러본다. 농경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실향(失鄕)은 고향과의 단절뿐 아니라 타인과의 단계 단절을 의미하는데, ‘그’는 농경 문화권 사람들의 속성인 회귀 본능(回歸本能)에 의해 결국 귀향을 하게 되는 것이다.


 8. 사투리를 통한 사실적 표현

  ‘그’의 사투리는 인물의 특성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기능을 한다. 사투리의 구사는 극심한 고생으로 힘들어하는 삶을 표현하는 데에 효과적이며, 인물의 신분이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 작가 소개

현진건 – 국어국문학자료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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