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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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유미적, 낭만적, 탐미적
• 제재 : 모란의 개화
• 주제 :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림
• 특징 
 ① 대상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함.
 ② 수미 상관(반복과 변조)의 구조를 통해 주제를 강조함.
 ③ 의도적인 어미의 선택을 통해 부드러운 어감을 형성함.
 ④ 역설적 표현을 통해 의미와 정서에서 반전을 이룸.
 ⑤ ‘기다림 - 서러움 - 기다림’의 구성을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함.

 

■ 작품 해설 1

 이 시는 ‘기다림 - 상실로 인한 슬픔 - 기다림’이라는 순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봄’과 피어나는 ‘모란’의 결합인데, 시적 화자에게 있어 ‘봄’은 기쁨과 환희의 계절인 동시에, 모란이 덧없이 져 버리고 말리라는 예감 때문에 슬프고 고통스러운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란이 지는 것은 기다림으로 이어져 결코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또한, 시적 화자는 모란이 피어있는 며칠의 기쁨을 위해서 삼백예순 날의 기다림과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모란’으로 상징되는 아름다움의 대상과의 만남 또는 아름다움의 완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유미주의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봄을 기대하는 마음과 봄을 보내는 서러움을 모란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기다리는 정서’와 ‘잃어버린 설움’을 대응시키고 모란으로 상징되는 소망의 실현에 대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이 시의 중심 소재인 모란은 화자에게 아름다움이자 삶의 보람이며 간절히 소망하는 대상이다. 화자가 참고 기다리고 또 우는 것도 모두 모란이 피고 지는 까닭에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에게 ‘봄’은 모란이 피는 기쁜 시간이지만 모란이 지기 때문에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화자는 모란이 피어 있는 잠깐의 시간을 위해 삼백예순 날의 기다림과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화자의 태도는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축약되어 제시되고 있다. 또한 11~12행에서 1~2행의 내용을 반복하면서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간절한 소망과 달성의 기쁨, 기쁨의 소멸과 좌절, 그리고 다시 간절한 소망, 이런 반복과 순환의 과정이 바로 삶 자체라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다.
 한편, 이 시는 언어적 감각과 문학의 순수성을 중요시한 1930년대 시문학파의 경향을 잘 보여 주는 시로, 시의 음악성과 시어의 세련된 표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모란’으로 상징되는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의 전 생애를 바치겠다는 점에서 유미주의적 태도가 드러난다.

 - 천재교육, 해법 문학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이 시에 드러나는 화자의 삶의 태도(천재교육)

 모란을 삶의 소망으로 삼는 사람은, 모란이 피는 기쁨과 지는 슬픔을 해마다 겪게 되므로, 모란을 기다릴 때부터 이미 그 꽃이 지게 된 후의 슬픔을 알고 있다. 곧, 모란이 피는 봄은 그 꽃이 져 버리는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계절이다. 그럼에도 화자는 그 안에서 겪는 소망과 좌절의 과정이 삶 자체임을 깨닫고 소망의 실현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않는다.


2. ‘한 해’와 ‘삼백예순 날’에 드러나는 화자의 심리는?(천재교육)

 일 년이라는 시간을 9행에서는 ‘한 해’, 10행에서는 ‘삼백예순 날’로 표현하고 있다. ‘한 해’에는 모란이 진 후 상실감 때문에 남은 나날들이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심리가 드러나며, ‘삼백예순 날’에는 모란이 다시 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다고 느끼는 화자의 심리가 드러난다.


3. 이 시의 순환 구조(천재교육)

 이 작품은 ‘봄을 기다림 → 봄의 상실 → 봄을 기다림’이라는 순환 구조를 보이고 있다. 모란이 피는 봄을 기다리다 모란이 피면 기뻐하고, 모란이 지면 절망에 빠지고, 그러면서 또 모란이 피는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것은 꽃이 지는 것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때가 되면 재생하는 것이고, 이러한 과정이 곧 삶 자체라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4. 운율을 형성하는 요소(천재교육)

* ‘모란’이라는 말을 되풀이하여 일정한 리듬을 형성함.
* 수미 상관 구조를 통해 형태적 안정감을 주고, 운율을 형성함.
* 울림소리의 사용을 통해, 물이 흘러가는 듯한 부드러운 느낌의 운율을 형성함.
* 짧은 시행과 긴 시행의 교차로 두 시행이 한 단락을 이루면서 호흡의 속도를 조절하고 리듬감을 부여함.


5. ‘모란’에 대한 유미주의적 태도(천재교육)

 모란은 시적 화자의 정신적 거처로서 소망의 실현에 대한 집념을 보여 주는 대상이다. 화자가 참고 기다리고 또 우는 것도 모두 모란이 피고 지는 까닭에서인 것이다. 그러기에 화자에게 ‘봄’은 모란이 피는 기쁜 시간이지만 모란이 지기 때문에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하다. ‘찬란한 슬픔의 봄’은 소멸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감정의 극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화자는 모란이 피어 있는 잠깐의 시간을 위해 삼백예순 날의 기다림과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란’으로 상징되는 미적 대상과의 조우, 혹은 완성을 위해 자신의 전생애를 바치겠다는 유미주의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6. ‘모란’과 ‘봄’의 관계(천재교육)

 이 시에서 ‘모란’은 ‘봄’, ‘소망’, ‘보람’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봄’은 소망, 보람, 삶의 가치로 상징되는 ‘모란’이 피는 기쁜 시간인 동시에 모란이 지는 슬픈 시간이다. 이와 같이 기쁨과 절망이 교차하는 상황과 화자의 복합적인 심경이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역설적 표현에 집약되어 나타난다.


7. ‘모란’의 상징적 의미(지학사)

 이 시에서 모란은 아름다움이자 삶의 보람이며 유일한 소망을 의미한다. 5월의 어느 날 피었다가 이내 지고 마는 모란처럼, 화자에게 삶의 보람이란 짧고 어떻게 보면 허망한 것이다. 하지만 화자는 자신이 이 ‘허망한’소망 때문에 1년의 거의 대부분을 벅찬 기대와 슬픔 속에서 보내듯이, 인생에서 정말 아름다운 순간은 극히 짧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은 모든 것을 보상할 만큼 강렬하다고 말하고 있다.


8. 역설적 표현 - ‘찬란한 슬픔의 봄’(지학사)

 ‘찬란한’은 지극히 긍정적인 대상에 사용하는 관형어이며, ‘슬픔’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따라서 이 표현은 수식하는 말과 수식을 받는 말 사이에 모순이 나타나는 역설적 표현이다. 이 시에서 ‘봄’은 모란이 피기 때문에 기쁜 시간이기도 하지만, 또한 모란이 지기 때문에 슬픈 시간이기도 하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이러한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 역설적 표현이 사용된 것이다.

 

■ 작가 소개

김영랑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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