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문
돌아가야지
전나무 그늘이 한 겹씩 엷어지고
국화꽃 한두 송이 바람을 물들이면
흩어졌던 영혼의 양 떼 모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가서 한 생애 버려뒀던 빈집을 고쳐야지
수십 년 누적된 병인을 찾아
무너진 담을 쌓고 창을 바르고
상한 가지 다독여 등불 앞에 앉히면
만월처럼 따뜻한 밤이 오고
내 생애 망가진 부분들이
수묵으로 떠오른다
단비처럼 그 위에 내리는 쓸쓸한 평화
한때는 부서지는 열기로 날을 지새고
이제는 수리하는 노고로 밤을 밝히는
가을은 꿈도 없이 깊은 잠의
평안으로 온다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로 온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성찰적, 치유적
• 제재 : 집 짓기
• 주제 : 방황하고 고뇌하던 과거의 삶을 극복하고 누리는 평안
• 특징 :
① 과거와 현재의 대비를 통해 주제를 강조함.
② 특정 시어의 반복을 통해 화자의 다짐을 강조함.
③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화자의 내면을 형상화함.
• 구성 :
1~6행: 방황을 끝내고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고자 함.
7~13행: 버려뒀던 집을 수리하고 망가진 부분들을 마주함.
14~18행: 집을 수리하면서 평안에 이름.
3. 작품 해설
이 작품은 자기 성찰을 통해 방황하고 고뇌하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평안을 경험하는 자아의 내면을 형상화한 시이다. 작품에서 집으로 돌아가 버려뒀던 집을 수리하는 화자의 행동은, 본연의 자아를 돌아보고 이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은 다양한 이미지들을 통해 감각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특히 마지막 행의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은 노력의 결과로 평안의 상태에 이르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표현이다.
- 수능특강 해설 참고
4. 심화 내용 연구
1. 과거와 현재의 대비(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과거 ; 여름 – 흩어졌던, 영혼의 양 떼, 무너진 담, 상한 가지, 부서지는 열기
현재 ; 가을 – 만월처럼 따뜻한 밤, 쓸쓸한 평화, 수리하는 노고, 평안,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
과거는 앞서 제시한 시어들처럼 정돈되지 않고 훼손된 이미지로 형상화되었다면, 현재는 충만하고 평온한 이미지로 형상화 되어 있다.
2.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의 역설적 의미(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수식어 ‘따뜻하게 손을 잡는’과 피수식어 ‘이별’은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모순적이며, 이 표현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자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화자에게 있어서 자기 자신은 두 차원으로 존재한다. 하나는 ‘이별’ 대상으로서의 자아이고, 나머지 하나는 ‘따뜻하게 손을 잡는’ 대상으로서의 자아이다. ‘담’, ‘창’, ‘가지’가 상한 채, ‘영혼의 양 떼’가 흩어진 채, ‘빈집’처럼 내버려 두었던 자아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영혼의 양 떼’를 모아 돌아온, ‘담’, ‘창’, ‘가지’를 고치고 다독여 등불 앞에 앉힌 집은 후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렇게 볼 때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은, 상처 입은 채 방황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자아를 회복하고 내적 평화를 경험하는 화자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5. 작가 소개
홍윤숙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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