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문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 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2.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서정적, 낭만적, 의지적
• 제재 : 이별
• 주제 : 고향과 정든 사람들을 떠날 수밖에 없는 비애
• 특징 :
① ‘-거냐’의 의문형 어미와 ‘-련다’와 같은 종결 어미를 통해 의지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음.
② 수미상관의 구조와 의도적인 띄어쓰기, 설의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강조함.
• 구성 : 수미상관의 구조[선언 - 미련 - 불안 - 의지의 다짐]
1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화자의 결연한 의지)
2연 눈물 어려 비치는 슬픈 화자(화자의 안타까운 미련)
3연 바람마저 돌아다보는 구름을 훼방함(화자의 의지의 동요)
4연 '떠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반복(현실의 극복 의지)
3. 작품 해설 1
이 시는 일제 강점기의 현실에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람의 비애를 담고 있는 시이다. ‘나 두 야’에서는 이렇게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며, 3연에서는 떠남이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한 것이라는 정보를 알려 주는데, 이는 시대 상황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당시 일제 강점기 하에서는 경제적 수탈과 민족 문화 말살 정책에 못 이겨 고향을 뜨거나 아예 해외로 도피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1, 4연에서 드러나는 떠남에 대한 의지와는 별개로, 2연에서는 고향에 대한 미련이 매우 많이 드러나 있으며, 3연에서는 떠나기는 하지만 갈 곳도 명료하지 않다는 슬픔이 나타난다. 특히 ‘나 두 야’와 같이 띄어쓰기를 통해 호흡을 느리게 표현한 것은 고향을 떠나기 싫어하는 화자의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천재교육, 해법문학 현대시 참고
4. 작품 해설 2
이 시는 암울한 일제 강점의 현실 앞에서 눈물로만 세월을 보낼 수 없다는 젊은이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일제 강점하에서 갖은 억압과 수모를 당하면서 나라 잃은 원한을 가슴에 품은 이 땅의 젊은이들이 헐벗고 굶주린 채 사랑하는 조국, 정든 고향을 버리고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민족사의 한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에 나타난 표현상의 특징은 ‘나 두 야 간다’에서처럼 ‘나 두 야’를 띄어 쓰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시행의 형태가 유발하는 의미의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이 구절을 낭독할 경우 각각의 음절에 강세를 두게 되어 시적 화자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한 한 음절을 길게 발음하여 고향을 떠나기 싫어하는 시적 화자의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효과도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의도적인 띄어쓰기(천재교육 참고)
이 시의 ‘나 두 야’는 본디 붙여서 써야 하는 한 단어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를 각각 띄어서 쓰고 있는데, 이는 시인의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시어를 띄어 쓰게 되면 우선 ‘낯설게 하기’의 효과로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그 시어에 더 큰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또한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낭독하게 되어 시어에 담겨 있는 떠남에 대한 망설임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본래 시를 읽어 나가는 속도에 변화를 주어 상황을 강조하는 효과를 줄 수도 있는데, 이와 같이 낭독 속도에 변화를 주는 방법은 박목월의 ‘청노루’ 등에도 사용되어 독자들에게 여운을 주는 효과가 있다.
2. 일제강점기 유이민의 정서(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1930년대 발표된 이 작품에는 고향을 떠나 떠돌아야만 했던 일제 강점기 유이민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 일제의 가혹한 수탈과 폭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버리고 고된 삶을 감내해야 했던 이들의 상실감과 비애감은 당대 우리 민족의 보편적 감정이었으며 우리 문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였다. 우리는 이 작품뿐 아니라 김소월, 이용악, 백석, 정지용, 오장환 등의 시인이 쓴 여러 시편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다.
3. 박용철과 시문학파
시문학파는 <시문학> 발간에 참여한 김영랑, 박용철, 정지용, 신석정, 이하윤 등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흔히 순수시의 대명사처럼 사용된다. 이들은 20년대 경향시의 이념성에 반발하여 시의 예술성을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은 시가 언어의 예술이라는 점에 착안, 시어의 조탁에 힘썼고 시의 음악성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영롱하고 섬세한 서정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문학파의 순수시는 본래적인 의미의 순수시와는 자소 차이가 있다. 프랑스 상징주의에서 비롯된 순수시는 말의 뜻만으로 포착할 수 없는 미묘한 정신의 상태를 시어의 음악적 기능을 통해 표현하려 했던 것으로 신비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상징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 비해 시문학파의 시는 시의 음악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데 최근에 박용철의 글이 발굴되었는데 평소 생각하는 것처럼 정치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4. 공간의 의미(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고향(안)은 정든 자연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며, 젊은 나이를 눈물로만 보내야 하는 곳이다. 타향(밖)은 쫓겨나서 향하게 될 낯선 곳이며, 뚜렷한 목적지나 의지할 만한 장소도 아직 마련하지 못한 곳을 의미한다.
6. 작가 소개
박용철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2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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