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문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방공호 위에
어쩌다 핀
채송화 꽃씨를 받으신다.
호(壕) 안에는
아예 들어오시질 않고
말이 숫제 적어지신
할머니는 그저 노여우시다.
― 진작 죽었더라면
이런 꼴
저런 꼴
다 보지 않았으련만……
글쎄 할머니
그걸 어쩌란 말씀이셔요.
숫제 말이 적어지신
할머니의 노여움을
풀 수는 없었다.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인젠 지구가 깨어져 없어진대도
할머니는 역시 살아 계시는 동안은
그 작은 꽃씨를 받으시리라.
2.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의지적, 비판적, 상징적, 희망적
• 제재 : 꽃씨
• 주제 : 전쟁의 폭력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
• 특징 :
① 상징적인 시어를 활용하여 주제 의식을 강조함
② 대조되는 상황과 태도를 제시하여 특정 대상의 정서와 태도를 보여줌
③ 변형된 수미상관의 구조를 활용하여 할머니의 의지를 부각함
• 구성 :
1연: 방공호 위에 핀 채송화 꽃씨를 받으시는 할머니
2연: 방공호 앞에서 노여워하시는 할머니
3연: 전쟁의 비극에 대한 푸념
4연: 할머니의 노여움을 풀 수 없는 화자
5연: 어떤 상황 속에서도 꽃씨를 받으실 할머니
3. 작품 해설 1
월남(越南) 후의 첫 작품. 《시원유전(始源流轉)》 · 《원죄(原罪)의 거리》 등과 더불어 북한(北韓)에서 겪은 전쟁의 상황이 주제(主題)가 되어 있다.
이 작품은 전쟁의 악의(惡意)와 비참상을 그려 민족상잔(民族相殘)의 비극을 은연중 고발(告發)하고 있지만 자연의 생명력과 영구불변(永久不變)의 아름다움을 통해 희망(希望)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인제 지구(地球)가 깨어져 없어진 대도/할머니는 역시 살아 계시는 동안은/그 작은 꽃씨를 털으시리라」 절망(絶望) 속에 놓이더라도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강인한 의지가 엿보인다. 내일 인류(人類)의 종말(終末)이 온다 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은 심정과도 통하는 데가 있다. 흔히 전쟁의 상황을 다룬 작품들이 감정과잉(感情過剩) 때문에 전투적(戰鬪的)이거나 관념(觀念)의 절규(絶叫)를 일삼기 쉬운데 그는 전쟁의 벅찬 감회를 일단 억제하여 객관적(客觀的) 상관물(相關物)로 감정을 이미지화하고 있다. 전쟁시기의 기념비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집 《갈매기 소묘》에 수록되어 있다.
- 이응백, 김원경, 김선풍, 국어국문학자료사전 참고
4.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전쟁의 폭력성과 비극성 속에서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시이다. ‘방공호’로 상징되는 전쟁과 그 위에 핀‘채송화’의 대조를 통해 전쟁이라는 파괴적 상황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 주고 있다. 아울러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꽃씨’를 받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생명에 대한 애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수능특강 해설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채송화 꽃씨’의 상징적 의미(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채송화는 아주 작고 여린 꽃이지만 우리나라 전역에 피고, 씨가 많아 번식력이 강하다. 그런 까닭에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채송화는 강한 번식력으로 꽃씨를 퍼뜨리고, 생명을 이어 가는 존재로서 의미를 갖게 된다. 이렇게 볼 때, 할머니가 ‘채송화 꽃씨’를 받는 행위는 생명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다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변형된 수미상관의 구조
이 시에서 1연과 5연은 할머니의 행위가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의 처음과 마지막을 유사하게 진행하는 변형된 수미상관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꽃씨를 받으시는 할머니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표현하여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생명에 대한 할머니의 의지와 희망을 부각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6. 작가 소개
박남수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박남수
감각과 인식의 적절한 조화로 언어의 자각에 관심을 기울이며, 사물이 지닌 미적 질감을 넘어 그 존재의 이원성을 탐색하는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1918년 5월 3일 평남 평양 태생. 평양숭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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