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 - 김용택

1. 본문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 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 가고 
저 달 금방 져 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 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2.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애상적, 자조적, 대조적
• 제재 : 들국
• 주제 : 임에 대한 그리움과 막막한 기다림
• 특징 :
 ① 사투리를 사용하여 화자의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
 ② 아름다운 자연물을 화자의 암담한 심경과 대조적으로 제시
 ③ 동일한 구절을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
• 구성 :
 1~9행: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대조적인 화자의 마음
 10~15행: 임이 없는 상태의 암담하고 막막한 심정
 16~19행: 부질없는 기다림의 허망함과 안타까움

3. 작품 해설 1

 이 시의 화자는 가을이 깊어 가도록 서리를 맞으며 들판에 피어 있는 들국의 모습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기만을 부질없이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다양한 자연물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대비되는 화자의 쓸쓸하고 허망한 심정이 시 전반에 깔려 있다.

- 수능특강 해설 참고

4. 작품 해설 2

 이 시는 가을이 깊어가도록 들판에 피어 있는 들국을 소재로 하여 임과 이별한 화자의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시에 사용된 자연적 소재들은 화자의 기다림, 슬픔, 절망감 등의 정서와 대비되어 오히려 화자의 정서를 심화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가을이 깊도록 서리를 맞으며 들판에 피어 있는 들국의 모습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 시는 임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 화자는 ‘병신같이, 바보 천지같이’라는 서리밭에 피어 있는 ‘하얀 들국’이라는 소재를 통해 오지 않는 임을 부질없이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대비되는 화자의 쓸쓸하고 허망한 심정이 시 전반에 가득 깔려 있다.

 - 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시어의 의미와 기능

 ‘단풍, 물빛, 억새꽃’은 화자의 외로운 처지와 대비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반면에 화자는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쳐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마치 ‘마른 지푸라기, 허연 서리, 어둠 천지’라는 시어가 생기 없는 화자의 모습과 상처 입은 내면에 대응되는 것과 관련있다고 할 수 있다.

 외롭고 기다림에 지친 상황에서 ‘들국’은 변함없는 사랑으로 임을 기다리며 서 있는 화자의 모습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다.

2. 김용택의 대표작 ‘섬진강’(권영민,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참고)

 1985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간행한 김용택의 첫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표제작 연작시 「섬진강」 20수가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의 정서적 기반을 이루고 있는 섬진강은 시인 자신의 삶의 터전이면서 동시에 절실한 시적 세계를 형성하는 정신적 고향이다. 거기에는 시인과 함께 살아온 어머니가 있고 친구들이 있고, 시인이 키우는 아이들이 있으며 오롯한 꿈이 있다. 시인은 섬진강을 통해 그 순연한 자연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 속에 어려 있는 민중들의 삶의 자취를 모두 읽어낸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정서의 소박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박함은 일상을 벗어난 정결함이 아니라 일상의 한복판에서 느끼는 경험적 진실미를 의미한다.

 물론 이 정서의 소박함을 위해 시인은 구수한 전라도의 토속어를 시 속에 동원하기도 하고 타령조의 가락을 살려보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이 같은 삶의 소박성을 깨치는 무자비한 비윤리와 부도덕을 핀잔하기도 한다. 험난한 세월을 견디며 폐가만이 늘어가는 황량한 농촌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시인은 이 땅을 사랑하는 이들의 진정한 아픔을 발견한다. 이 작품에서 민중의 삶의 자취가 지나치게 순정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삶을 자연이 너그러운 품으로 안아 들이고자 하는 시인의 시적 상상력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6. 작가 소개

김용택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김용택

김용택은 부박한 모더니즘에 휩싸이지 않고, 이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언어적 절제를 지키면서 아름다운 시로써 독자들을 감동시킨 시인으로 평가된다. 전북 임실 출생. 순창농림고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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