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에 기약을 두고 - 정구

 

 

<이 작품은 2015년 EBS수능특강 A형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강호(江湖)에 기약(期約)을 두고 십 년을 분주(奔走)하니
 그 모른 백구(白鷗)는 더디 온다 하려니와
 성은(聖恩)이 지중(至重)하시매 갚고 가려 하노라.

 

<현대어 풀이>

 자연에 묻혀 살겠다는 약속을 하고도 십 년동안 일(벼슬)만하고 분주히 살고 있으니
 내 뜻을 모르는 흰 갈매기는 더디 온다고 탓하겠지만
 임금님에 대한 은혜가 지극히 무거우니 그것을 갚고 가려 하노라.

 

■핵심 연구
 갈래 : 평시조
 성격 : 강호한정, 임금에 대한 충(忠)
 특징 :
   ① 의인화(백구(白鷗))를 통해 화자의 정서를 드러냄
   ② 조선시대 사대부의 감정인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조화된 삶을 추구함
   ③ 초장-중장-종장이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의 흐름으로 진행된다고 인식할 수 있음
 주제 : 성은의 지중함과 강호에 대한 지향

 

■ 작품 해설
 이 작품은 강호로 돌아가 자연을 즐기며 음풍농월(吟風弄月)하고 싶지만 관리의 입장으로서 임금의 은혜를 받은 이상 그 은혜에 보답을 하고 가겠다는 정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러한 정서는 조선조 사대부들의 ‘선공후사(先公後私)’나 ‘수기치인(修己治人)’하는 삶의 자세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두 가지 삶의 지향점 속에서 내면적 갈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삶의 목표를 이루고 결국에는 조화와 균형의 삶을 살겠다는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초장-중장-종장의 내용이 마치 ‘과거-현재-미래’의 시간 순으로 이어진 듯 구성한 작품으로 대유법과 의인법을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잘 드러내주고 있으며, 특히 ‘백구(白鷗)’는 고전시가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이 작품에서도 ‘의인법’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드러냄과 동시에 자연물과의 친근함을 보여주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 작품의 작가를 ‘이항복(李恒福)’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구(鄭逑)’ 자신이 한역(漢譯)한 것이 있어 정구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한국시조감상 참고)

 

■작가 소개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 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