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 이상



■ 본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珍擦)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 제재 : 거울

• 성격 : 심리적, 주지적, 자의식적

• 주제 : 현대인의 자아 분열과 불안 심리

• 특징 :

 ① 띄어쓰기를 무시하여 분열된 자의식을 효과적으로 표현함.

 ② 자동기술법으로 참된 자아의 인식을 표현함.

 ③ 역설적 표현으로 자아의 모순성을 드러냄.


■ 작품 해설 1

 이 시는 거울을 중심 구조로 현실적 자아(일상적 자아)와 본질적 자아(내면적 자아)사이의 갈등, 즉 자의식의 분열을 드러낸 작품이다. ‘거울 밖의 나’와 ‘거울 속의 나’는 거울에 의해 비추고 비치는 관계에 있으나,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이거나,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로 사사건건 반대되며 서로 만나지 못한다. 모든 물체를 정반대로 비추는 거울의 본질 상 그럴 수밖에 없지만, 이는 두 자아의 공존과 함께 두 자아 사이의 단절과 분열, 갈등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시는 이를 통해 현실적 자아인 ‘나’와 본질적 자아인 ‘또 다른 나’의 대립과 모순을 드러내 참된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시는 일제의 군국주의가 본격화되었던 1930년대에 현대인의 소외된 내면을 모더니즘적인 수법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즉 일상적인 자아와 보래적인 자아 사이의 갈등, 즉 분열된 자의식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거울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이다. 이들은 각각 존재하지만 서로 만나지 못한다. 그러한 상황은 2, 3연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말을 건네 보고 악수를 청해 보지만 거울속의 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악수를 모른다. 이러한 공존과 대립은 현대인의 분열된 내면의식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시는 현대인의 자아분열을 주지적인 수법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시에는 ‘거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거울은 거울 밖의 나와 거울속의 나를 만나 볼 수 있게 해주는 연결과 접촉의 매개체이다. 동시에 단절의 매개체이다. 이러한 거울의 이중성이 이 시의 창작의 단서가 된 것이다. 4연은 그러한 거울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거울 때문에 거울속의 나를 만져보지 못하지만 그것을 탐구할 수 있게 하는 점 또한 ‘거울’인 것이다.

 - 윤희재, 전공국어 현대문학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의도적인 띄어쓰기의 거부 

 띄어쓰기는 독자들에게 시간적인 휴지를 주어 논리적 판단으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러나 이 시에서 작가는 언어 규범의 전제인 논리성 자체에 대한 부정의 입장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빠른 호흡으로 인하여 불안한 화자의 심리를 부각시킨다. 또한 자동기술법으로 자아 분열의 현상을 극대화시킴으로써 현대인의 비극성을 강조하고 있다.


2. ‘거울’의 상징적 의미  

‘거울’은 사물을 비춰 주는 소재로 단절과 매개라는 이중성을 지닌다. 즉, 현실적 화자는 ‘거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본질적 자아를 만나지만 현실과 반대인 모습에 절망하며 자아 분열의 양상을 보인다. 이는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나타낸 것이다.


3. ‘외로된 사업’의 의미

 현실적 자아와 내면의 자아 사이의 분열이 극한 상태에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일상의 허위에 길들여진 현실적 자아의 눈에는 거울 속의 자아가 하는 짓이 진실된 것으로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는 거울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하려 드는 것이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예술 운동에서 제창된 표현 기법으로 이성이나 기존의 미학을 배제하고 무의식의 세계에서 생긴 이미지를 그대로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시와 회화에서 행하여졌는데 인간 내면의 무의식 세계를 연상 작용에 의해 서술하므로 시인에게 새로운 생각과 감정을 지니게 했다는 점에서 기성의 권위를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효과를 주었다.


5. 초현실주의

 비합리적 인식과 잠재의식의 세계를 탐구하여 기성 미학과 도덕을 거부하고 표현의 혁신을 추구한 1920년 중반에 일어난 예술 운동이다. 합리성을 고의적으로 무시한 반예술 운동인 다다이즘에 기원을 두고 있으나 초현실주의는 적극적 표현과 창조적 태도, 내적 충동의 표현을 강조하여 다다이즘과 구별된다. 

 초현실주의는 순수 정신의 자동성 또는 잠재의식을 표면으로 떠오르게 하는 자유 연상 기법을 중시하여 이성이나 미적·도덕적 선입견에 의한 통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내적 사상의 표현을 강조했다. ‘거울’에서도 무의식의 흐름에 따른 자동기술법, 띄어쓰기의 무시,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초현실주의의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5. ‘나’와 거울 속의 ‘나’

 이 시의 시적 화자는 거울 속의 ‘나’를 보고 그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시적 화자의 또 다른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시적 화자는 마치 다른 사람을 말하는 것처럼 하고 있다. 이는 내면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철저한 분절, 단절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1연에서 시적 화자는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고, 현실과 달리 아주 조용한 세상이라고 했다. 즉, 소리라는 관점에서 거울 속은 현실과 단절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2연에서 그 안에 있는 ‘나’는 현실 속의 ‘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 즉, 시적 화자의 내면은 현실과 단절되어 있다. 3연에서는 관계 회복을 위해 ‘나’가 내미는 손을 거울 속의 ‘나’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즉, 시적 화자는 내면의 자아와 일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다. 결국 단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이상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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