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 초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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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애상적, 격정적, 전통적

• 제재 : 임의 죽음

• 주제 : 임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임에 대한 그리움

• 특징 :

 ① 3음보의 전통적 민요조 율격이 나타남.

 ② 반복, 대구, 영탄, 과장 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감정을 격정적으로 표출함.

 ③ 고복 의식이라는 전통 의식과 설화적 모티프(망부석 설화)와 연관됨.


■ 작품 해설 1

이 시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한 인간의 처절한 슬픔을 노래한 김소월의 대표작 중하나이다. ‘초혼’이란 전통적인 장례 절차의 하나로, 사람이 죽었을 때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을 말한다. 죽은 사람이 살았을 때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허리에 대고는 지붕에 올라서거나 마당에서서, 북쪽을 향하여 ‘아무 동네 아무개 돌아오라.’라고 세 번 부르는 것을 말한다. 이 시는 감정의 절제대신 직설적인 감정의 토로를 통해 죽은 임의 이름을 불러 자신에게로 끌어오고자 하는 화자의 처절한 슬픔을 잘 드러내고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시는 장례 절차의 하나인 초혼 의식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사별한 처절한 한과 슬픔을 절절히 형상화한 작품이다.

 1연에서는 ‘불러도 주인 없는’ 임의 죽음에서 오는 애통한 심정을 반복과 영탄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2연에서는 임의 죽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고백하지 못한 간절한 안타까움과 회한의 정서를 토로하고 있다. 3연에서는 해가 지고 있는 배경 묘사를 통해 임의 부재에서 오는 허탈함을 강조하고, ‘사슴의 무리’에 감정을 이입해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4연에서는 ‘하늘’로 대변되는 죽음의 세계와 ‘땅’으로 대변되는 삶의 세계를 잇는 산 위에서 간절한 목소리로 임을 부르지만 결국 삶과 죽음의 거리는 극복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드러난다. 그러나 5연에서 화자는 죽어서 ‘돌(망부석)’이 될지라도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의 다짐을 하고 있다. 화자의 ‘한’의 응결체인 ‘돌’이 전통적인 망부석 모티프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이 시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정서와 관련됨을 알 수 있다.

 - 꿈을 담는 틀, 꿈틀문학 자습서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초혼(招魂)’의 표현 방식과 표현 효과

 이 시는 반복법과 ‘~이여’라는 영탄적 어조 등을 사용하여 화자의 그리움과 애절하고 격정적인 심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부르다가 내가 죽을’이라는 극단적인 시구를 통하여 화자의 처절한 슬픔과 절규를 형상화하고 있다.


 2. 당대 현실과 관련하여 이 시가 공감을 얻은 이유

 이 시가 국권을 상실한 일제 강점기에 창작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죽은 임’은 ‘잃어버린 조국’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임을 부르는 애절한 통곡의 목소리 속에는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으려는 간절한 염원과 이상이 담겨 있다. 일제에 대한 항거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외침은 ‘선채로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지라도 끝끝내 버릴 수 없는 강렬한 의지를 담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3. ‘돌’의 의미

 이 시에서 대답 없는 임을 부르다 죽어 ‘돌’이 되겠다는 표현은 망부석 설화와 관련이 있다. 임과의 이별 상황에서 임을 애타게 부르고, 기다리고, 만나고자 하는 설움과 소망이 ‘돌’로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즉, ‘돌’은 임이 죽었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살아 돌아와야 한다는 비원(悲願)을 담은 한의 응결체인 것이다.


 4. 고복 의식(皐復儀式)

 민간 신앙에서 흔히 ‘초혼(招魂)’이라고 부르는 고복 의식은 ‘사람의 죽음이 곧 혼의 떠남’이라는 믿음에 근거하여 이미 떠난 혼을 불러들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 내려는 간절한 소망이 의례화 된 것이다. 그 의식 절차는 사람이 죽은 직후 북쪽을 향해 죽은 사람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행위가 중심을 이룬다. 말하자면 고복 의식은 죽은 사람을 재생시키려는 의지의 한 표현이자 혼을 불러들이는 일종의 ‘부름의 의식’이다.


 5. 망부석(望夫石) 설화

 절개 굳은 아내가 외지에 나간 남편을 고개나 산마루에서 기다리다가 만나지 못하고 죽어 돌이 되었다는 설화로, 신라 시대 눌지왕의 아우를 구하러 일본에 갔다가 죽은 남편을 기다리다 치술령에서 죽어 망부석이 되었다는 박재상의 아내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 설화의 배경에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애환이라는 우리 민족의 보편적 성정이 반영되어 있다.


■ 작가 소개

김소월 – 국어국문학자료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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