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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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數千數万)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三月)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감각적, 회화적, 환상적

• 제재 : 샤갈의 그림 ‘나와 마을’

• 주제 : 봄의 맑고 순수한 생명감

• 특징 :

 ① 현재형의 시제를 사용하여,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표현함.

 ② 의미 전달보다는 서술적 이미지만으로 시상이 전개됨.

• 구성 :

 1행 : 샤갈의 그림 속의 세계

 2~4행 : 사나이의 모습에 나타난 생명감

 5~9행 : 샤갈의 마을을 덮는 눈의 모습

 10~12행 : 눈 속에 소생하는 생명

 13~15행 : 맑고 순수한 생명의 이미지


■ 작품 해설 1

 이 시는 샤갈이 그린 ‘나와 마을’이라는 그림을 보면서 얻은 이미지를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 현재형의 시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눈’, ‘정맥’, ‘불’ 등 색채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시각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생명감이 넘치는 봄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구체적인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서술적 이미지만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어떠한 감정이나 정서와 관련된 서술은 나타나 있지 않고 생동하는 느낌을 주는 이미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시의 회화성이 두드러진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시는 샤갈의 ‘나와 마을’이라는 그림을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시인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감각적인 언어를 통해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봄의 맑고 순수한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1행에서는 실재하지 않는 공간인 ‘샤갈의 마을’에 조금은 낯선 ‘삼월에 내리는 눈’을 통해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드러내 주고 있다. 그러고는 2~4행을 통해 삼월에 눈이 내리는 신선한 이미지에서 ‘새로 돋는 정맥’이라는 생명력을 떠올린다. 이 생명력을 바탕으로 5~9행에서는 다시 샤갈의 마을을 따뜻하게 덮는 ‘눈’을 그림으로써 눈 내리는 마을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명력은 10~13행의 ‘겨울 열매들’이 ‘올리브 빛’ 열매들로 바뀌는 것으로, 13~15행에서는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이라는 독자적인 이미지들로 자유롭게 연사오디면서 시상을 전개시키고 있다. 이 각각의 이미지들은 공통적으로 맑고 순수하며 생명력이 넘치는 봄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게 활용되면서 시인이 드러내고자 하는 ‘맑고 순수한 생명력’이라는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 꿈을 담는 틀, 꿈틀 문학 자습서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의 표현상 특징과 효과  

 이 시에서는 ‘눈’, ‘정맥’, ‘올리브빛 열매’, ‘불’ 등과 같이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소재들을 병렬적으로 늘어놓고 있다. ‘샤갈의 마을’은 실재하지 않는 환상의 세계이다. 그런데 이러한, 환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눈, 새로 돋은 정맥, 올리브빛 열매, 불’ 등과 같은 이질적인 시어들이 오히려 작품의 전체적인 이미지 속에서 서로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맑고 순수한 생명감’이라는 공통의 이미지를 드러냄으로써 작품 전체의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해 주고 있다. 또한 이 시에서는‘어루만지며’, ‘날개를 달고’와 같은 활유법을 사용하여 ‘눈’의 이미지를 그려 내고 있는데, 이는 눈이 갖는 포근한 이미지와 함께 맑고 순수한 생명감으로서의 ‘눈’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2.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 나타난 감각적 색채어의 대비

 이 시에서는 흰색의 ‘눈’과 파란색의 ‘정맥’, 올리브 빛인 ‘겨울 열매’, 붉은색의 ‘불’ 등 대비적 색채어가 두드러지게 사용되었다. 이 시에서 활용된 이러한 다양한 색채어들은 시인이 사걀의 그림을 보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순수한 심상들을 감각적인 언어로 형상화한 것으로 환상적 분위기를 부각시켜 준다. 또한 맑고 순수한 봄의 생명력과 소생하는 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 주는 데도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3. 김춘수의 ‘무의미시론’

 김춘수는 1960년대에 이르러 관념이나 의미를 배제하고 사물의 순수한 이미지만을 추구하는 시를 쓰게 된다. 김춘수는 의미는 산문에 어울리지만 무의미는 시의 형식에만 알맞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무의미는 시 고유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무의미시(無意味詩)’란 김춘수가 자신의 시론(詩論)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서술적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는 시들을 주로 가리킨다. 김춘수는 시론에서 이미지를 비유적 이미지와 서술적 이미지로 분류한다. 이미지가 관념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면 ‘비유적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가 어떤 관념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고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면 ‘서술적 이미지’가 된다는 것이다. ‘서술적 이미지’는 ‘묘사적 이미지’라고도 하는데, 이렇게 ‘서술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창작된 시들을 ‘무의미시’라고 부르는 것이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나 ‘처용단장’과 같은 시들이 이러한 ‘무의미시’에 해당하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 작가 소개

김춘수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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