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가(居昌歌)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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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거창지경(居昌之境) 둘러보니 삼가 합천 안의 지례
네 읍 중에 처하여서 매년 결복(結卜)* 상정(詳定)할 제
타읍은 열한두 냥 민간에 출질(出秩)하고
거창은 십육칠 냥 해마다 가증(加增)하네
타읍도 목상납(木上納)*을 호조혜청(戶曹惠廳) 봉상하고
본 읍도 목상납을 호조혜청 봉상하니
다 같은 왕민(王民)으로 왕세(王稅)를 같이하되
어찌타 우리 거창 사오 냥씩 가증하노
더구나 원통할사 백사장의 결복이라
근래에 낙강성천(落江成川) 구산(丘山)같이 쌓였는데*
절통타 우리 백성 재* 한 짐 못 먹어라
재결(災結)*에 회감(會減)*함은 묘당(廟堂) 처분(處分) 있건마는
묘당 회감 저 재결을 중간투식(中間偸食) 뉘 하는고
가포(價布)* 중 악생포(樂生布)는 제일 심한 가포라
삼사 년 내려오며 탐학(貪虐)이 더욱 심하다
악생포 한 당번(當番)을 한 고을을 얽어매어 침탈하며
많으면 일이백 냥 적으면 칠팔십 냥
모야무지(暮夜無知) 남모르게 책방(冊房)으로 들여가니
이 가포 한 당번에 몇몇이 탕산(蕩産)한고
그 남은 많은 가포 수륙군병(水陸軍兵) 던져두고
선무포 제번포며 인리포 노령포라
명색(名色) 다른 저 가포를 백 가지로 침책(侵責)*하니
김(金)담사리 박(朴)담사리 큰 애기며 작은 애기*
어서 가고 바삐 가자 향작청(鄕作廳)에 잡혔단다
앞마을에 짖는 개는 아전 보고 꼬리 치며
뒷집에 우는 아기 아전 왔다 우지 마라
일신양역 원통 중에 황구첨정(黃口簽丁) 가련하다
생민가포(生民價布) 던져두고 백골징포(白骨徵布) 무슨 일고
황산고총(荒山古塚) 노방강시(路傍僵屍)* 네 신세 불쌍하다
너 죽은 지 몇 해관대 가포 돈이 어인 일고
관문(關門) 앞에 저 송장은 죽음도 원통커든
죽은 송장 다시 파서 백골징포 더욱 설다
가포탈*할 제 원정(冤情)을 호령하여 쫓아내니
월락삼경(月落三更) 깊은 밤과 천음우습(天陰雨霫) 슬픈 밤에
원통타 우는 소리 동헌(東軒) 하늘 함께 운다
청산(靑山) 백수(白首) 우는 과부 그대 울음 처량하다
엄동설한 긴긴 밤에 독수공방 더욱 설다
남산(南山)에 농사지은 밭을 어느 장부 갈아 주며
동원(東園)에 익은 술을 뉘 데리고 화답(和答)할고
어린 자식 아비 불러 어미 간장 녹여 낸다
엽엽히 우는 자식 배고파 설워하며
가장(家長) 생각 설운 중에 죽은 가장 가포 난다
흉악하다 저 주인 놈 과부 손목 끌어내어
가포 돈 던져두고 차사(差使)의 관습 먼저 찾아
필필이 짜는 베를 탈취하여 가단 말가
(중략)
청천(靑天)의 외기러기 어디로 향하느냐
소상강을 바라느냐 동정호를 향하느냐
북해상에 높이 올라 상림원(上林園)*을 향하거든
구름 없는 하늘 종이에 세세민정(細細民情) 그려다가
인정전 임금 앞에 나는 듯이 올려다가
우리 임금 보신 후에 별반(別般) 처분 내리소서
더디도다 더디도다 암행어사 더디도다
바라고 바라나니 금부도사(禁府都事) 내리나니
자루 쌈에 잡아다가 길가에 버리소서
어와 백성들아 연후(然後)의 태평세계(太平世界)
만세만세 억만세로 여민동락(與民同樂)하오리라

*결복: 조선 시대에, 토지세 징수의 기준이 되는 논밭의 면적에 매기던 단위인 결, 짐, 뭇을 통틀어 이르는 말.
*목상납: 나라에 바치던 세금이나 물건을 무명이나 광목으로 납부하던 일.
*낙강성천 구산같이 쌓였는데: 강물이 범람하여 논밭을 덮어 버린 모래가 언덕과 산처럼 쌓여 있다는 말.
*재: 논밭이 재해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받게 되는 조세 감면의 혜택.
*재결: 가뭄, 홍수, 태풍 따위의 자연재해를 입은 논밭.
*회감: 서로 주고받을 것을 셈 쳐 보고 남은 것을 셈함.
*가포: 조선 시대에, 역(役)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그 대신으로 군포에 준하여 바치던 베.
*침책: 조선 시대에, 물품을 거두어들일 때 트집을 잡아 술이나 돈을 청하던 일.
*김담사리 박담사리 큰 애기며 작은 애기: 가짜 이름과 거짓 기록을 가리키는 말.
*노방강시: 길가에서 얼어 죽은 시체.
*가포탈: 수령과 아전들이 백성들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세금을 받아내어 포탈하던 일.
*상림원: 천자의 동산 이름으로, 여기서는 임금이 있는 궁궐을 말함.

2. 핵심 정리

• 갈래 : 현실 비판 가사, 규방가사
• 성격 : 현실 비판적, 저항적
• 주제 :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
• 특징 :
① 직유법, 의인법 등 다양한 수사법이 활용됨.
② 현실의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적으로 고발함.
③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임금에게 호소함.
• 구성 : 
 서사: 고통스러운 거창의 상황
 본사: 수령 이재가에 대한 규탄과 거창의 비참한 현실
 결사: 임금에게 거창을 구제해 줄 것을 호소

 

3. 작품 해설

 이 작품은 이본에 따라 내용은 다르지만 주로 1840년 전후, 거창의 수령 이재가와 아전들이 저지른 탐학을 폭로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현실 비판 가사로서 의의를 지니고 있다. 또한 「거창부폐장 초」등의 자료를 통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이 입증되면서 19세기 전반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는 자료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4. 작품 해설

 1841년 경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가사. 한말 거창 지방의 학정과 민생이 도탄에 빠진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 가사이다. 서두에는 <태평사>를 인용하여 조선이 창업한 이래로 예악문물이 흥성하고 헌종이 즉위하여 태평세월을 구가하고 있음을 말한 다음 거창읍에서 행해진 수취 제도의 모순과 학정, 아전들의 가렴주구와 횡포, 농민의 피폐상과 저항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가혹한 징세는 족징, 인징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세금을 가하는 백골징포, 한해와 수해 등으로 수확이 전연 없는 땅에도 조세를 가하는 백지징세까지 이루어졌으며 악생포, 선무포, 제번포, 일리포 등 아전들의 가포 행위는 극에 달하여 심지어 우거 양반 김일광의 처는 선무포를 내지 못하여 면임(面任)으로부터 손목을 잡히는 등 모욕을 당하여 손목을 끊고 즉사하기까지 했고 당시 인명남살까지 자행되었다고 폭로하고 있다.

 특히 아전들은 각종 공납을 미리 받아 중간요리를 취하고 장리, 별리를 놓아서 사복을 채울 뿐만 아니라 환자를 매개로 한 농간과 향교에서의 갖은 작폐로 거창은 폐창이 되고 말았음을 사실적인 표현과 풍자적 수법으로 비판하고 있다. 

- 네이버 고전문학사전(권영민)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거창가’에 반영된 현실 인식(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 타읍에 비해 세금을 더 걷음.
 - 재결을 중간에서 투식함.
 - 황구첨정, 백골징포의 폐단이 발생함.
 - 백골징포로 인해 여성들이 수난을 겪게 됨.

 

2. 19세기 조선 사회의 모습과 거창가의 탄생(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19세기에는 각 지방의 수령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많았다. 이때 함께 부정을 일삼은 계층은 바로 아전들이었다. 이들은 수령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고 부당하게 백성들의 재물을 취하였다. 거창가는 이러한 관리들의 탐학을 주요 소재로 다루어 이를 고발하고자 하였다.

 특히 관리들의 수탈은 하층 백성에게만 적용되는 일이 아니었다. ‘우거양반’, 즉 남의 집에 붙어 살던 몰락 양반에게도 명분을 무시하고 선무포를 징수하였다. 이때 양반가 부인에게 폭언을 하고 머리채를 끌어 잡는 폭력을 행사하였는데, 이로 인해 그녀는 자결을 하게 된다.

 19세기 조선 사회에서의 이러한 탐관오리들의 탐욕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백성들의 모습들을 고발한 작품이 바로 거창가이다.

 

거창가 - 작자미상.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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