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가(令山歌) -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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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

영산홍록(映山紅綠)*에 봄바람 넘노나니 황봉백접(黃蜂白蝶)
붉은 꽃 푸른 잎은 산양산기(山陽山氣)를 자랑하고
가는 새 오는 나비 춘기춘흥(春氣春興)을 조롱한다
죽장(竹杖)을 짚고 망혜(芒鞋)를 신어라
천리강산 들어가니 만장폭포도 좋거니와
여산(廬山)이 여기로다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의시은하낙구천(疑是銀河落九天)*은 옛글에도 일러 있고
타기황앵(打起黃鶯) 아이들은 막교지상(莫敎枝上)에 한을 마라
꾀꼬리 탓이 아니더냐 황금 같은 저 꾀꼬리
황금 갑옷 떨쳐입고 세류영(細柳營)에 넘노는 듯
벽력같이 우는 소리 깊이 든 잠 다 깨운다
산 절로 수 절로 하니 산수 간에 나도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난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
화류 장대(章臺) 고운 여자
너희 얼굴 곱다 하고 자랑하지 말려무나
뒷동산 피는 꽃은 명춘 삼월 피려니와
나와 같은 초로인생(草露人生) 한번 끔쩍 죽어지면
다시 갱생 어려워라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대가인이 몇몇이냐
통일천하 진시황은 아방궁(阿房宮)을 사랑 삼고
삼천궁녀를 시위하여 몇만 년을 살자 하고
만리장성 굳게 쌓고 기천만 년 살잤더니
사구평대(沙丘坪臺) 저문 날에 여산청초(驪山靑草) 속절없다*
이러한 영웅들은 사후유명(死後留名) 되려니와
나와 같은 초로인생 한번 끔쩍 죽어지면
칠성포*로 질끈 묶어 소방상* 댓돌 위에
두렷이 메고 갈 때 한 모퉁이 돌아가니
궂은비는 세우 섞어 함박으로 퍼붓는데
무주공산 터를 닦아 청송(靑松)으로 울을 삼고
두견새로 벗을 삼아 주야장천 누웠으니
산은 요요 물은 쾅쾅 이것이 낙이로다
이러한 일 생각하면 아니 놀고 무엇 하리
노류장화(路柳墻花)*를 꺾어서 들고 마음대로만 놀아 보세

*영산홍록: 붉은 꽃과 푸른 잎이 무성하여 산을 붉고 푸르게 덮음.
* 비류직하삼천척 / 의시은하낙구천: 삼천 척이나 되는 폭포가 나는 듯이 곧장 쏟아져 내리니 마치 저 높은 하늘에서 은하수가 떨어지는 듯하네. 이백(李白)의 「망여산폭포」의 한 구절.
*사구평대 ~ 속절없다: ‘사구평대’는 진시황이 죽은 곳, ‘여산’은 진시황이 묻힌 곳으로, 인생무상을 의미함.
*칠성포: 시신을 염습한 다음에 묶는 끈으로 사용하는 삼베.
*소방상: 좁은 곳에 사용하는 작은 상여.
*노류장화: 아무나 쉽게 꺾을 수 있는 ‘길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이라는 뜻으로, 기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핵심 정리

• 갈래 : 잡가
• 성격 : 감각적, 현실적
• 주제 : 인생무상과 삶의 유흥에 대한 권유
• 특징 :
① 대상의 의인화를 통해 화자의 친밀감을 드러냄
② 색채어의 대비를 통해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을 제시함
③ 주변 풍경의 모습을 음성 상징어를 활용하여 생생하게 표현함
④ 고사를 활용하여 화자의 생각을 강조함
⑤ 물음의 방식을 활용하여 청자의 공감을 이끌어 냄
• 구성 :
 1~11행: 봄날의 아름다운 경치에서 느끼는 흥취
 12~24행: 인생의 허무함과 덧없음
 25~34행: 마음껏 인생을 즐길 것을 권유함.

 

3. 작품 해설

 이 작품은 인생은 덧없는 것이니 살아생전 마음껏 놀아볼 것을 권유하는 조선 시대 후기 십이 잡가의 하나이다. 후렴구 없이 인생무상과 삶의 유흥을 노래하는 비교적 일관된 가사를 지닌 작품으로, 자연을 유흥과 풍류의 공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존 사대부 가사와의 차이가 드러난다. 한자어나 고사의 활용과 같은 당대 양반층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산 절로 수 절로 하니 산수 간에 나도 나도 절로’와 같이 당시 유행하던 시조를 인용하는 등 다양한 계층의 언어를 사용하여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 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4. 심화 내용 연구

1. 제목의 의미(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이 작품의 제목 ‘영산가’의 한자 표기를 해석하면 ‘산꼭대기에 관한 노래’, ‘산꼭대기에서 부르는 노래’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봄날 산 풍경의 아름다움과 흥취에 대해 노래하고, 중반부에서 인생은 유한하고 무상하다고 밝히면서, 마무리 부분에서 아름다운 봄날의 경치를 마음껏 즐기자고 하는 내용을 볼 때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봄날의 산 풍경, 즉 영산(令山)의 풍경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통일성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12잡가(국어국문학자료사전 참고)

 경기잡가(京畿雜歌)의 하나. 좌창(坐唱)에 속하는 열두 가지 잡가로 열둘이라는 수로 노래를 묶는 것은 십이가사, 판소리 열두마당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십이잡가에는 <유산가> · <적벽가> · <제비가> · <소춘향가> · <선유가> · <집장가> · <형장가> · <평양가> 등 8잡가와, <달거리> · <십장가> · <출인가> · <방물가> 등 잡잡가 4편을 합하여 일컫는 것이다. 이러한 십이잡가가 언제 누구에 의하여 이루어졌는지는 자세하지 않으나 국악계에서는 서울의 사계(四契) 축의 소리꾼이나 삼패기생(三牌妓生)들이 불렸다고 하며, 대체로 19세기 후반에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십이잡가

경기잡가(京畿雜歌)의 하나. 좌창(坐唱)에 속하는 열두 가지 잡가로 열둘이라는 수로 노래를 묶는 것은 십이가사, 판소리 열두마당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십이잡가에는 <유산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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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잡가’의 문학사적 의의(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잡가는 선행하는 여러 문학적 장르의 특징을 패러디한 문학이라는 점에서 조선 시대에 유행한 운문 문학을 계승한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일제가 우리를 강점한 정치적, 문화적 현실을 반영한 작품들도 다수 창작되었다는 점에서 당대의 시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잡가는 우리 전통의 노래와 새로이 밀려드는 서구식 노래가 우리 생활에 침투되는 양상을 아울러 살필 수 있는 소중한 문학 갈래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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