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옹시여(放翁詩餘) - 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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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일부)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어라
시비(柴扉)를 여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있으리
밤중만 일편명월(一片明月)이 그의 벗인가 하노라              <제1수>

초목(草木)이 다 매몰(埋沒)한 제 송죽(松竹)만 푸르렀다
풍상(風霜) 섞어 친 제 네 무슨 일 혼자 푸른가
두어라 내 성(性)이어니 물어 무엇 하리                       <제3수>

어젯밤 눈 온 후(後)에 달이 좇아 비추었다
눈 후(後) 달빛이 맑음이 그지없다
엇더타 천말부운(天末浮雲)*은 오락가락하느뇨                  <제6수>

서까래 기나 짧으나 기둥이 기우나 트나
수간모옥(數間茅屋)을 작은 줄 웃지 마라
어즈버 만산나월(滿山蘿月)*이 다 내 것인가 하노라             <제8수>

시비(是非) 없은 후(後)이라 영욕(榮辱)이 다 불관(不關)타*
금서(琴書)*를 다 흩은 후(後)에 이 몸이 한가하다
백구야 기사(機事)*를 잊음은 너와 낸가 하노라                 <제14수>

한식(寒食) 비 온 밤의 봄빛이 다 퍼졌다
무정(無情)한 화류(花柳)도 때를 알아 피었거든
엇더타 우리의 님은 가고 아니 오는고                          <제17수>

창(窓)밖의 워석버석 님이신가 일어나 보니
혜란(蕙蘭) 혜경(蹊徑)*에 낙엽(落葉)은 무슨 일인고
어즈버 유한(有恨)한 간장(肝腸)이 다 끊길까 하노라             <제19수>

꽃 지고 속잎 나니 시절도 변(變)하였다
풀 속에 푸른 벌레 나비 되야 날아다닌다
뉘라서 조화(造化)를 잡아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고             <제26수>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 할샤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풀었던가
진실(眞實)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제29수>

*천말부운: 하늘 끝자락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구름.      

*만산나월: 산 가득 풀 덩굴에 비친 달빛.
*불관타: 상관없다.     

*금서: 거문고와 책.      

*기사: 욕심.   

*혜란 혜경: 난초 핀 좁은 길.

 

2. 핵심 정리

• 갈래 : 연시조
• 성격 : 서정적, 영탄적, 비판적, 의지적
• 주제 : 자연에 묻혀 사는 이가 느끼는 삶의 정취 / 임을 향한 그리움 / 세상에 대한 근심
• 특징 :
 ① 실제 정쟁으로 관직을 잃고 쫓겨난 화자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
 ② 계절의 흐름을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③ 자연물을 활용하여 시간적 배경을 제시하고 있다.
• 구성 :
 제 1 수: 달빛을 벗 삼아 보내는 산촌의 겨울밤
 제 3 수: 소나무와 대나무의 기상에 대한 예찬
 제 6 수: 겨울밤 달빛의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과 혼탁한 세상에 대한 근심
 제 8 수: 자연에 묻혀 사는 삶에 대한 자부심
 제 14 수: 세속을 떠나 자연 속에서 욕심 없이 삶.
 제 17 수: 봄날에 더욱 깊어지는 임을 향한 그리움
 제 19 수: 낙엽 소리로 촉발된 임을 향한 그리움
 제 26 수: 계절의 변화에서 느끼는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
 제 29 수: 노래를 불러 풀고 싶은 깊은 시름

 

 

 

 

3. 작품 해설

 이 작품은 작가인 신흠이 1613년 계축옥사에 연루되어 관직을 잃고 경기도 김포로 쫓겨나 있던 시기에 반년여에 걸쳐 쓴 전체 30수의 연작 시조이다. 자연에 묻혀 살면서 느끼는 삶의 정취와 연군지정, 세태에 대한 좌절감 등이 30수의 시조에 두루 담겨 있다. ‘겨울 → 봄 → 여름’으로 이어지는 계절적 흐름을 작품 전체의 기본 틀로 삼아 30수의 시조가 일정하게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연시조처럼 작품 전체가 긴밀한 유기적 짜임새를 지녔다고 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 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4. 작품 해설

 〈방옹시여〉의 시조 작품들은 신흠(1566∼1628)의 문집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18세기 이후 가객들이 편찬한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 등의 가집에 수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진본청구영언(珍本靑丘永言)』에 가장 많은 30수(수록 번호 116∼145번)가 실려 있다. 이들 작품 끝에 「방옹시여서」가 함께 실려 있어서 이들 신흠의 시조 30수를 ‘방옹시여’라고 부르는 것이다. ‘방옹(放翁)’이란 말은 신흠이 김포로 쫓겨나 지내면서 쓰기 시작한 호이며, ‘시여(詩餘)’란 말은 한시가 아닌 우리말 노래를 뜻한다. 『진본청구영언』은 신흠 시조를 전하는 가장 오래된 자료이면서 가장 많은 작품들, 특히 「방옹시여서」를 싣고 있어서 〈방옹시여〉의 최선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흠이 〈방옹시여〉를 창작한 동기는 김포로 쫓겨나면서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과 그에 따른 세상에 대한 염증과 시름, 세상에 대한 대결의식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아울러 그는 우리말 노래로써 쫓겨난 자신의 처지를 차분히 돌아보며 현실 인식을 새롭게 하고 좀더 나은 미래를 꿈꾸었다.

 〈방옹시여〉의 창작 시기에 관한 견해로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1613년, 둘째, 1613년 11월∼이듬해 초여름, 셋째, 1613년 5월∼1616년 봄. 그러나 우선은 「방옹시여서」의 기록을 존중하여 계축년(1613)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방옹시여〉 시조 각 작품 옆에는 신흠 자신이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 한역시도 함께 실려 있다. 이들 한역시는 『진본청구영언』에만 있다.

 한편 이들 30수의 내용과 주제의식을 살펴보면, 〈방옹시여〉를 연작시로 볼 만한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연작 가능성’은 성기옥(1996)이 처음 제기한 이래 많은 연구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연작으로 보는’ 일련의 작품을 묶는 방식은 연구자들마다 다르다.

 

방옹시여

신흠(申欽)이 계축옥사(1613년)에 연루되어 김포로 쫓겨났던 시기에 지은 시조 작품 30수. 〈방옹시여〉의 시조 작품들은 신흠(1566∼1628)의 문집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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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참고

5. 심화 내용 연구

1. ‘방옹시어’에 사용된 시간 관련 표지어(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제1수 : 눈, 일편명월 – 겨울, 밤의 시간 배경을 나타내며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자연으로부터 위안을 얻는다는 화자의 정서가 드러난다. 제3수 : 초목이 다 매몰, 풍상 – 겨울의 배경을 나타내며 시련의 상황과 의지적 태도가 드러난다.

 제6수 : 눈, 달 – 겨울, 봄의 배경을 나타내며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이를 어지럽히는 구름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제17수 : 한식, 봄빛, 화류 – 봄의 배경을 나타내며 떠난 임에 대한 서운함과 그리움을 드러낸다.

 제26수 : 속잎, 나비 – 초여름의 배경을 나타내며 계절의 변화에서 느끼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드러낸다.

 

2. ‘백구’의 상징성(수능특강 사용설명서 참고)

 동아시아의 전통 문학에서 ‘백구(갈매기)’는 ‘망기(忘機, 욕심이나 세속의 일을 잊음)’를 뜻하는 관습적 상징어로 많이 쓰였다. 옛 선비들이 백구에게 친근감 도는 동질감을 느꼈던 까닭도 그러한 맥락에서이다. ‘백구’의 상징성을 중국의 ‘열자’에 실린 고사에서 비롯된다. 바닷가에 사는 한 사람이 갈매기와 친해서 갈매기가 늘 가까이 다가왔는데 하루는 아버지가 “갈매기를 구경하게 한 마리만 갖고 오너라.”하고 부탁하여 다음 날 바닷가에 나가니 갈매기들이 공중에서 맴돌 뿐 다가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6. 작가 소개

신흠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신흠

조선시대 예조참판, 자헌대부, 예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본관은 평산(平山). 자는 경숙(敬叔), 호는 현헌(玄軒)·상촌(象村)·현옹(玄翁)·방옹(放翁). 증판서 신세경(申世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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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옹시여 - 신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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