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오광대 놀이 - 작자미상

반응형
728x90



■ 본문

청보양반  소년(少年) 당상(堂上) 아해(兒孩) 도령 좌우로 늘어서서 말 잡아 장고(長鼓) 메고 소 잡아 북 메고    안성(安城) 마치 캥수 치고 운봉(雲峰) 내기 징 치고, 술 거리고 떡 치고, 홍문연(鴻門宴) 높은 잔치 항 장군   이 칼춤 출 때 마음이 한가(閑暇)하여 석상(石床)에 비기 앉아 고금사(古今事)를 곰곰 생각할 때, 어데서 응   박 캥캥하는 소리 양반이 잠을 이루지 못하여 나온 짐에 말뚝이나 한번 불러 보자. 이놈, 말뚝아─

어릿광대 일동(젓양반 · 갓양반 · 초란이)  (제각기) 말뚝아, 말뚝아,

청보양반  쉬─ (말뚝아 부르면서 흥청거리는 어릿광대들의 면상을 탁탁친다.)

어릿광대 일동  (제각기) 아야, 아야.


  굿거리장단이 나온다. 음악에 맞추어 덧배기 춤을 모두 어울리어 한바탕 춘다.


청보양반  (지팡이를 휘두르며) 쉬─. (음악, 춤 그친다.)                     

      ▶청보양반의 등장

말뚝이  동정(洞庭)은 광활(廣闊)하고 천봉만학(千峰萬壑)은 그림을 그려 있고 수상부용(水上芙蓉)은 지당(池   塘)에 잔잔한데 양류천만사(楊柳千萬絲) 번유춘광(繁柳春光) 자아내니 별유천지(別有天地) 비인간(非人間)   이라. 어데서 말뚝이 부르든지 나는 몰라, 말뚝이 문안 받으면 양반 머리가 툭 터진다. (채찍으로 양반의 면   상을 탁 친다.)                                       

  ▶말뚝이의 문안 인사

청보양반  벼룩이 뛴다.

어릿광대 일동  (덩달아서 나서며) 벼룩이 툭, 벼룩이 툭.

청보양반  쉬─ . 이놈 말뚝아, 잔말 말고 인사나 탱탱 꼬라 올려라.

말뚝이  (젓양반과 갓양반을 가리키며) 이 양반은 누구시오? 저 양반은 누구시오? 평양감사 갔던 청보 생원     (生員)님이시올씨까?

청보양반  청보 생원님은 이 양반이 청보 생원님이다. 이놈 말뚝아, 저 밑에 선 저 도령님이 남 보기에는 빨     아 놓은 김치 가닥 같고, 밑구멍에 빠진 촌충(寸蟲) 같아도 평양 감사 갔을 때에 놓은 도령님이니, 인사나     탱탱 꼬라 올려라.

말뚝이  예, 올소이다. (손에 쥔 채찍으로 일동의 면상을 그으니 모두 아야 아야 소리를 치고 ‘이놈 말뚝아─    .’ 하면서 오쫄거린다.)

청보양반  이놈들 시끄럽다. (모두 엉거주춤 선다.) / 말뚝이  날이 뜨뜨부리하니 양반의 자식들이 흔터에 강    아지 새끼 모인 듯이 물끼에 송어리 모인 듯이 연당(蓮塘) 못에 줄나무싱이 모인 듯이 모두 모두 모이어,     제 의붓아비 부르듯이 말뚝아 부르니 듣기 잔히 앳곱아 못 듣겠소. <중략>

말뚝이  예 소인은 상놈이라 이놈 저놈 하지만는 내 집의 근본 들어 보소. 우리 선조(先朝) 칠대 팔대 구대께   옵서는 벼슬이 일품(一品)이라 병조 판서(兵曹判書) 이조판서(吏曹判書) 더럽다고 아니하고, 육대 오대 사   대조께옵서는 좌우승지(左右承旨) 지내시니 그 근본이 어떠하오?

청보양반  이놈, 네 근본 제쳐 두고 내 집 근본을 들어 보아라. 기생이 팔선녀요, 비자(婢子)가 열둘이요,    마호군(馬護軍)이 스물이요, 농노군이 서른이라. 그 근본은 어떠하노?

   말뚝이  허허허허…… 그 근본 자아니 좋소.               

▶말뚝이와 청보양반이 서로 집안 자랑을 함.

[앞부분의 줄거리]

  시골 양반이 집을 나가 첩을 얻어 놀아나고 있는데 영감을 찾아 팔도강산을 헤매던 큰어미와 영감이 서로 만나게 된다. 이때 마침 작은 어미가 해산기가 있어 아이를 낳으려 한다.


작은어미  아─이구 배야─어─엉─ 아이구 배야.

큰어미  (영감 반대쪽에서 절을 하면서) 어진 제왕님네 미련한 인간 값지 말고 아들 하나만 놓그로 점지해 주소. 딸이라도 좋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성부 성좌 아멘. (부정을 다 친 다음 영감 반대쪽에서 빈다.)

작은어미  아이구 배야 (큰소리로 아주 큰소리로) 아이구─배─야. <중략>

큰어미  (작은어미 치마 밑에서 아이를 빼내어 허리에 차고 있던 때 묻은 수건으로 아이를 싸놓고) 영감 순산했소. / 영감  (부르르 일어나서) 뭐 나았소.

큰어미  생남이요, 생남. / 영감  어─허. 생남이라. <중략>

큰어미  어화둥둥 내 아들. 이리보아도 내 아들, 저리보아도 내 아들, 둥둥둥 내 아들.

영감  보소 이리 주소. 나도 한번 얼려 보시다.

큰어미  (건네주면서) 물망 어린 아 조심하소.

영감  (큰어미와 마주 아이를 들고 일어나 들여 보고 있다가 받아 안으며) 어디 보자 이마도 내 닮았고.

큰어미  영감 닮았소, 닮아. (엉덩이를 좌우로 네 번 흔든다.) <중략>

큰어미  영감 이리 주소. 남자가 아로 오래 얼루고 있으면 언잔사해서 못써요. 이리 주소. 영감 아─ 다칠라 조심하소. (아이를 부둥켜안고 이리 저리 좌우로 흔들며) 금자동아 옥자동아…… 금을 준들 너를 살까…… 은을 준들 너를 살까…… 어허 둥둥 내 아들…… 이리 보아도 내 아들, 저리 보아도 내 아들.

작은어미  (큰어미 뒤로 가서 좌로 우로 돌아서면서 앞으로 들어와서) 야 이년아, 내가 낳아서니 내 아들이다. 이리 내놔라. <중략>

▶아들을 두고 큰어미와 작은어미가 서로 자기 아들이라고 함.

영감  아이구, 이년들이 와이라노 이거 이거 아 안 죽였나. (부채 든 손으로 아이를 가려 치며)

작은어미  (어이없이 한참 내려 보다가 아들 볼과 얼굴 마주대고 땅을 치고) 내 자식 죽었다. 불쌍한 내 자식 아─구? 아 불쌍한 내 자식. 이년이 (벌떡 일어나 양팔을 걷어 올리며 큰어미에 달려들어 밀치락 닥치락 싸우다가 오른발로 큰어미의 복부를 걷어찬다.) 이년아 이년 살려내라 이년아 내 자식 살려내라 이년아─.

영감  이 년들이, 와이라노. 이년들이 또 와이라노. 이년들이…….

큰어미  (작은어미에게 맞고 반듯하게 넘어진다. 발을 내리며 쭉 뻗고 벌벌 떨던 것을 일시에 멈추고 발을 올렸다가 죽는다.)

영감  (죽은 큰어미 위에 엎쳐서 볼과 볼을 대고) 전주띠가 와이라노 정신 차리게 이사람아 정신 차리게 이 사람아. (좌우로 얼굴 맞대고 확인한다. 팔다리도 들었다 놓고 한다. 배를 확인한다.) 마당쇠야.

마당쇠  야─아. / 영감  마님이 돌아가셨다. 죽음은 비록 객사를 했지마는 동네사람 불러다가 송장을 운상하도록 하여라.                                        

 ▶작은어미에게 맞아 큰어미가 죽음.


■ 핵심 정리

․ 갈래 : 민속극

․ 구성 : 다섯 마당

․ 제재 : 양반의 무능

․ 주제 : 무능한 양반에 대한 풍자

․ 구성 :

 - 첫째 마당 : 중춤. 중과 각시가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서 춤을 춘다. 중이 각시를 유혹하고 각시는 마주보고 그에 응하는 요염한 춤을 춘다.

 - 둘째 마당 : 문둥이. 오그라진 손으로 소고(小鼓)를 들고 등장하여 벌벌 떨면서 문둥이의 흉내를 내며 춤을 춘다.

 - 셋째 마당 : ‘오광대’. 양반이 위엄을 부리고 마부인 말뚝이에게 인사를 강요하지만 말뚝이는 반항한다. 양반이 말뚝이를 윽박지르면 슬그머니 말을 돌려서 변명하고, 양반은 그것을 듣고 속아서 더욱 바보스럽게 된다. 다른 지방 오광대의 양반마당에 해당하는 것이다.

 - 넷째 마당 : 비비. 비비는 상상의 동물로 영노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호드기와 비슷한 것을 불어 ‘비- 비-’하고 소리 내기 때문에 ‘비비’ 혹은 ‘비비촐촐’이라고 한다. 다른 오광대의 영노마당에 해당한다. 비비가 양반을 만나 무엇이든 잘 잡아 먹는다고 하자 양반은 먹히지 않으려고 자기는 양반이라고 하자 비비가 양반은 더 잘 잡아먹는다고 한다. 양반은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너의 할아버지라고 하니, 비비가 잡아먹지 못하고 서로 어울려 덧베기춤을 추고 퇴장한다.

 - 다섯째 마당 : ‘제밀주’. 할미가 나와 집 나간 영감을 찾아다니고, 영감은 제밀주라는 첩을 데리고 나타난다. 제밀주가 득남하고 할미가 그 아이를 어르다가 떨어뜨려 죽여서 제밀주에게 맞아 죽고 할미의 상여가 출상한다. 이것은 다른 지방 오광대의 영감, 할미마당에 해당한다.


■ 작품 해설 1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탈놀이로는 중부지방의 산대놀이(山臺劇), 해서(海西)지방의 탈춤, 영남지방의 오광대놀이와 들놀음을 들 수 있다. 이 중 오광대놀이는 예전에는 광범한 지역에서 행해졌던 것으로 보이나 오늘날은 고성 오광대놀이와 통영 오광대놀이만 전해 온다. 고성 오광대놀이는 원래 나무탈을 쓰고 놀았으나 현재는 종이탈이나 바가지탈을 쓰고 논다. 이 놀이는 모두 다섯 마당으로 짜여져 있다.

 제1마당은 승무(僧舞) 마당으로 중이 고깔을 쓰고 장삼을 입고 소무(小巫)에게 접근하여 호려내는 시늉을 하면서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는 마당이며, 제2마당은 북춤 마당으로 문둥 광대가 벙거지를 쓰고 검은 더러기를 입고 북춤을 추는 마당이다. 제3마당은 오광대 마당으로 말뚝이가 양반들에게 모욕을 주며 같이 어울려 춤을 추고 재담을 주고받는 마당이며, 제4마당은 비비마당으로 비비가 등장하여 양반을 놀려 대면서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마당이다. 마지막 제5마당은 제밀지 마당으로 처첩의 갈등으로 본처가 죽어 상여가 나가는 마당이다. 이 놀이는 양반에 대한 풍자와 처첩의 갈등으로 인한 봉건 가족 제도의 모순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작품 해설 2

  경남 고성에서 전승되고 있는 가면극이다. ‘통영 오광대’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과 같은 가면극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연희자는 전문적인 광대 집단이 아니라 서민층에 속하는 주민 가운데 음악과 춤에 능하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그중에서 연장자가 주관을 하였다. 특별한 장치가 없이 땅에서 그대로 연희하며, 악사는 놀이마당 가장자리에 앉고 관객은 그 주위를 원형으로 둘러싸고 구경하며, 조명은 놀이마당 가운데 몇 군데 장작불을 놓아서 밝힌다. 추석이나 봄철놀이에서 연희되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탈놀이 대사의 반복

  민속극에서는 단어 · 구절과 문장 · 표현 단위를 빈번하게 반복하고 있다. 반복에 의해 형성된 대사는 율동감을 조성하게 된다. 또한 민속극들이 대부분 구비 전승물이기 때문에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반복의 방식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흥청거리는 탈놀이판의 분위기 속에서 반복을 통하여 동일한 혹은 유사한 내용의 사설을 거듭 제시함으로써, 등장인물의 대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 단어의 반복

청보양반  이때는 어느 때냐? 춘삼월 호시절이라 석양은 재를 넘고 강마 슬피 울 때 한 곳을 내려가니, 마하에 난양공주 · 영양공주 · 계섬월 · 진채봉 · 심요연 · 적경홍 · 가춘운 · 백능파 모두모두 모여서 나를 보고 반기 하니, 이내 작순이가 철철철철.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일동이 덧베기춤을 춘다.)

  • 구절과 문장의 반복

말뚝이  (젓양반과 갓양반을 가리키며) 이 양반은 그 누구시요? 저 양반은 누구시요? 평양 감사 갔던 청보 생원님이올씨까?



'문학 이야기 > 고전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방울전 - 작자미상  (0) 2017.06.20
낙성비룡 - 작자미상  (0) 2017.06.08
화왕계 - 설총  (0) 2017.04.14
운영전 - 작자미상  (0) 2016.08.18
호질 - 박지원  (2) 2016.08.16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