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울전 - 작자미상


■ 본문

 하루는 막 씨가 일만 가지 시름을 띠고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한바탕 음산한 바람이 일어나며 초막 밖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 사람은 곧 삼랑이었다. 막 씨가 놀라서 묻기를,

“그대가 나를 버리고 나간 지 거의 수십 년이라. 간 곳을 몰라 의심하고 염려하는데 신령이 이르기를 난중에 죽었다 하매 꿈을 믿을 것이 아니로되 역력히 들었으므로 영연(靈筵)*을 배설*하였는데 의심컨대 살아 서로 보는 것입니까? 어찌 깊은 밤에 거취가 분명하지 아니합니까?”

 삼랑이 목이 메어 이르되,

“과연 그대의 덕을 모르고 탕자의 마음을 걷잡지 못하여 그대를 박대한 죄로 하늘이 내린 재앙을 받아 난중에 죽으매 후천에 가도 또한 죄인이라. 깨달으나 가히 미치지 못할 바이오, 귀신의 무리에도 참례하여 섞이지 못하고 음풍에 다니는데 그대가 나를 위하여 지극히 제사 지내니 어찌 부끄럽지 않으리오? 비록 유명이 다르기는 하나 그 감격함을 사례하고자 하노라.”

 하고, 생시와 다름이 없이 수작하다가 돌아간 후 자주 왕래하여 몽중에 친밀함이 있었다. 막 씨가 갑자기 배가 아프며 마치 태에 아이가 노는 듯하여 배가 점점 불러 왔다. 심히 고이하게 여겨 행여 남이 알까 근심하였는데, 열 달이 이르러서는 해산 기미가 있어 초막에 엎드려 있다가 해산하고 돌아보니 아이는 아니오, 금방울 같은 것으로서 금빛이 찬란하였다. 막 씨가 크게 놀라 고이 여기며 손으로 누르되 터지지 아니하고 돌로 깨쳐도 깨지지 아니하거늘, 이에 집어다가 멀리 버리고 돌아보니 금방울이 굴러 따라왔다. 더욱 의심하여 집어다가 깊은 물에 들이치고 돌아오니, 금방울이 물 위에 가벼이 떠다니다가 막 씨가 가는 것을 보고 여전히 굴러 따라왔다.

 막 씨가 헤아리되,

‘나의 팔자가 기구하여 이 같은 괴물을 만나니 타일에 이로 인하여 반드시 큰 화근이 되리로다.’하고 불을 땔 때에 아궁이에 두리쳤다가 닷새 후에 헤쳐 보니, 금방울이 뛰어나오는데 상하기는커녕 금빛이 더욱 씩씩하고 향내가 진동하였다. 막 씨가 하릴없이 두고 보니, 밤이면 품속에 들어와 자고 낮이면 굴러다니며 혹 칩떠서* 날아가는 새도 잡고 나무에 올라 과실도 따 가지고 와서 막 씨 앞에 갖다 놓았다. 막 씨가 자세히 본즉 속에서 실 같은 것이 온갖 것을 묻혀 오되 그 털에 솔잎이 있어 평소에는 반반하고 보이지 아니하였다. 추위를 당하여도 금방울이 굴러 품에 들어오면 조금도 춥지 아니하여 엄동설한에 한데서 남의 방아를 찧어 주고 저녁에 초막으로 돌아오니 방울이 굴러 초막에서 내달아 반기는 듯 뛰놀았다. 막 씨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여 초막 속으로 들어가니 그 속이 놀라울 정도로 더우며 방울이 빛을 내어 밝기가 낮과 같았다. 막 씨가 기이하게 여기고 남이 알까 저어하여 낮이면 초막 속에 두고 밤이면 품속에 품고 잤다.


[중략 부분 줄거리] 동리에 사는 묵손이라는 자가 금방울을 욕심내어 도둑질해 갔으나 금방울의 신통력으로 재앙을 받는다. 묵손은 고을 수령인 장 공에게 참소하여 금방울과 막 씨가 옥에 갇힌다. 그러자 금방울의 조화로 장 공 부부가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고통을 당한다.


 부인이 막 씨를 놓아줄 것을 권하니 장 공이 깨닫고 즉시 막 씨를 놓으니 그날부터 침식이 여전하였다. 장공이 막 씨의 효행을 듣고 크게 뉘우쳐 초막을 헐고 그 터에 크게 집을 지으며 정문을 세워 잡인을 금하고 달마다 돈을 주어 일생을 평안하게 하였다.

 차설. 장 공이 뇌양현에 온 후로 몸이 편안하나 주야로 해룡을 생각하고 부인과 함께 슬퍼하였다. 부인이 이로 말미암아 침석에 누워 위독하게 되어 백약이 무효하매, 공이 밤낮으로 병자의 곁을 떠나지 아니하였다.

 하루는 부인이 공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첩의 팔자가 기박하여 한낱 자식을 난중에 잃고 지금까지 목숨을 보전한 것은 요행 생전에 만나 볼까 하였음인데 십여 년 동안 존망을 모르매 병이 골수에까지 스며들어 명이 오늘뿐이라. 구천에 돌아간들 어찌 눈을 감으리오? 바라건대 공은 길이 보중하소서.”

하고 숨이 끊어졌다.

 장 공이 낯을 대고 애통하여 자주 기절하매 좌우가 붙들어 구호하였는데, 밖에서 금방울이 굴러 부인시체 앞으로 들어갔다. 모두 보니 방울이 풀잎 같은 것을 물어다가 놓고 갔다. 급히 집어 보니 나뭇잎 같은 것인데 가늘게 보은초라 씌어 있었다. 장 공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기를,

“이는 막 씨가 보은한 것이로다.”

하고 그 풀을 부인의 입에 넣었다.

 식경 후에 부인이 몸을 움직이며 돌아눕거늘, 좌우가 울음을 그치고 수족을 주무르니 그제야 부인이 숨을 길게 쉬었다. 장 공이 병세를 물으니 부인은 자고 나매 정신이 씩씩하다고 대답하였다. 공이 방울의 전말을 말하고 못내 기뻐하였다. 그 후로 부인의 병이 과연 평복(平復)하니, 부인이 친히 막 씨의 집에 가서 재생지은(再生之恩)을 만만 사례하고 결의형제가 되었다. 그 후로는 금방울이 굴러 부인 앞에 오거늘 공의 부부가 사랑하여 손에서 놓지 아니하니, 방울이 아는 듯이 이리 안기며 저리 품기어 영민함이 사람 뜻대로 하였다. 이에 ‘금령(金鈴)’이라 이름하였다. 금령이 낮이면 제집에 갔다가 밤이면 돌아와 품에 들어와 잠을 자니 정의가 골육보다 더하였다.

 하루는 금령이 무엇을 물어 왔거늘, 장 공의 부부가 고이하게 여기고 집어 보니 작은 족자와 같았다. 펴보니 작은 아이가 길가에 앉아 우는데, 사면에 도적이 쫓아오고 남녀 두 사람이 아이를 버리고 달아나며 울고 돌아보는 형상을 그렸고, 또 한 장수가 그 아이를 업고 시골집으로 가는 형상이 그려 있었다.

 장 공이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이 그림은 분명 우리가 해룡을 버리고 가던 형상이로다.”

 부인이 또한 울며 말하기를, / “어찌 죽지 않은 줄 아시나이까?”

 장 공이 말하기를,

“사람이 업고 마을로 들어가는 형상이라. 생각건대 누군가가 기르려고 업어 감이 확실하거니와, 금령이 신통하여 우리가 설워하는 줄 알고 죽지 않은 줄만 알게 하고 있는 곳은 가르치지 아니하니 이도 또한 하늘의 뜻인가 하노라.”

하고 침상에 족자를 걸고 보며 슬퍼하지 아니할 때가 없었다.

 그 후에 금령이 홀연 간데없이 사라졌다. 막 씨가 울며 내아에 들어와 금령이 간데없음을 이르니, 장 공 부부가 놀라며 슬퍼함을 마지아니하였다.


[뒷부분 줄거리] 금령은 해룡이 지하국 요괴에게 납치된 금선 공주를 구하는 것을 돕는다. 해룡은 부마가 된 후 전장에 나가 금령의 도움을 받아 적을 물리쳐 큰 공을 세운다. 이후 금령은 허물을 벗고 예쁜 처녀로 변신한 후 신통력을 잃게 된다. 금령은 황제의 허락을 받아 해룡과 혼인하였으며, 금선 공주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았다.


*영연: 죽은 사람의 영궤와 그에 딸린 모든 것을 차려 놓는 곳.

*배설: 연회나 의식에 쓰는 물건을 차려 놓음.

*칩떠서: 몸을 힘차게 솟구치어 높이 떠올라서.

■ 핵심 정리

․ 갈래 : 고전소설, 전기소설, 영웅소설, 도술소설

․ 성격 : 전기적, 도술적

․ 배경 : 시간 – 명나라 초엽, 공간 – 명나라

․ 시점 : 전지적 작가시점

․ 소재 : 금방울과 해룡의 활약상, 금방울이 장애를 극복하고 혼사에 성공하는 과정

․ 주제 : 고난을 극복한 후 남녀 결합과 부귀 획득

․ 특징 :

 ① 많은 전래 설화의 주요 모티프(난생설화, 지하국 대적 퇴치설화, 계모 설화, 변신 모티프)가 수용됨

 ② 여성 주인공의 활약을 그리고 있음,    ③ 소외 계층에게 정신적 위안을 줌


■ 전체 줄거리

 명나라 초엽에 장원(張源)이라는 선비가 동해 용왕의 아들을 구출해 준 인연으로 부인이 잉태하였고, 열 달 뒤에 아들을 낳자 이름을 해룡(海龍)이라고 짓는다. 그 뒤에 난리를 만나 피란길에 장원 부부가 어쩔 수 없이 해룡을 버리고 도망가자, 도적인 장삼(張參)이 해룡을 업고 강남고군으로 달아난다. 

 한편, 김삼랑의 처 막씨는 늙은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효성이 지극한 과부였는데 어머니가 죽자 초막을 짓고 묘소를 돌보며 살고 있었다. 막씨는 어느 날 꿈속의 옥황상제로부터 아이를 점지 받고, 죽은 남편의 혼과 동침해서 금방울을 낳는다. 금방울은 신출귀몰하는 재주로 과부인 어머니를 도와 온갖 어려운 일을 해낸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욕심 많은 이웃 사람인 무손(武孫)이 금방울을 훔쳐서 집으로 가져왔는데 그날 밤에 난데없이 불이 나 가재도구가 모두 불타 버린다. 또 고을 원님인 장원이 막씨를 가두고 금방울을 처치하려 하였으나 도리어 큰 혼만 당하자 금방울과 막씨를 풀어준다.

 하루는 장원의 부인이 병을 얻어 죽게 되었는데, 이때 금방울이 보은초를 가지고 와 생명을 구해준다. 이 인연으로 장원 부부는 막씨와 의형제를 맺고, 그 뒤로 금방울은 장원 부인과 막씨 사이를 오가면서 사랑을 받는다. 얼마 후 금방울은 장원에게 난리 중에 잃은 해룡의 모습을 그린 족자를 가져다 준 뒤에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때 태조 고황제가 난을 평정한 뒤 늙어서 금선공주를 얻는다. 하루는 황후와 공주가 시비와 함께 달을 구경하다가 요귀에게 납치당하자, 황제는 공주를 찾아 주면 천하의 반을 주겠다는 방을 써 붙인다.

 한편, 장삼이라는 도적의 집에서 자라던 해룡은 장삼이 죽자 아내 변 씨의 학대가 더 심해져 어려운 일만 당하는데, 그때마다 금방울이 나타나 그를 도와준다. 그러나 해룡은 구박을 못 견디어 어느날 변 씨 집을 나와 산중으로 들어가는데, 금색 털을 가진 머리 아홉 개의 요귀를 만나 위태롭게 된다.

 이때 금방울이 나타나 요귀에게 대신 먹힌다. 해룡은 금방울을 구하려고 간신히 굴속을 기어 들어가 금선수부라 하는 곳에 이른다. 그 앞에서 피 묻은 옷을 빠는 시녀를 만나고, 그 시녀를 따라간 해룡은 시녀가 준 보검으로 요귀를 찔러 죽인다.

 그 요귀는 금색 터럭이 난 짐승이었으며, 가슴을 파헤치니 거기서 금방울이 굴러 나온다. 납치되었던 공주와 시녀들을 모두 구하여서 돌아오니 황제는 해룡을 부마로 삼는다. 그즈음 북방의 흉노가 침범하니 대장군이 된 해룡이 나아가 싸워 크게 이기고 개선하여 좌승상이 된다. 한편, 막 씨는 금방울을 잃고 장원 부인과 함께 슬퍼하였는데, 어느 날 금방울이 돌아오자 기뻐한다. 하루는 막 씨와 장 부인의 꿈속에 선관이 나타나 딸과 아들을 각각 만나게 될 것이라고 일러 준다. 이윽고 꿈을 깨니 금방울은 간 곳 없고 선녀가 앉아 있으니, 그 선녀가 바로 금방울의 껍질을 벗고 나온 선녀였다.

 이때 다시 나라의 변방이 어지러워지자 해룡은 순무어사가 되어 다스리기 위해 전국을 돌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해룡은 장삼의 묘가 있는 곳을 지나게 되자 장삼을 위해 제사를 지내 주고 변 씨 모자를 만나 지난날의 죄를 용서해 준다.

 그 뒤 장원이 다스리는 고을에 도착해 잠을 자는데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부모를 곁에 두고 찾지 않음을 질책한다. 그날 밤 다시 잠에 들지 못한 해룡이 우연히 벽에 걸린 족자를 보게 되고 장원과 해룡은 서로가 찾던 아버지와 아들임을 알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이에 황제는 금방울을 황후의 양녀로 삼아서 서울로 데려오고 날을 잡아서 해룡과 결혼시킨다. 해룡은 두 부인을 거느리고 일생을 누리다가 두 부인과 함께 승천한다.

 - 타임기획, 소설119플러스 9권 참고


■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금방울로 태어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도와 요괴를 퇴치하고 마침내 액운을 다한 뒤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해 남자 주인공과 결혼해 행복하게 산다는 일반적 설화의 구성 요소를 따르고 있다. 작품 속에 드러난 당대의 가치관은 세 가지로 얘기할 수 있는데 첫째, ‘행복’에 대한 가치관이다. 동해 용왕의 아들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장해룡이 남자 주인공이고 사람이 아닌 금방울로 태어난 용녀가 여자 주인공이다. 흉노의 침략 등 온갖 난리 속에서 금방울은 해룡을 도와 큰 공을 세우게 하고, 해룡은 마침내 왕의 사위가 된다. 그 후, 금방울이 방울을 벗고 절세미인으로 탈바꿈해 해룡과 결혼한다. 이 작품의 가치관은 두 주인공의 ‘남녀 결합’과 ‘부위 획득’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작가 및 독자층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다. 둘째, 여성들의 소망이 반영되어 있다. 여주인공은 해룡이 고난에 처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와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 준다. 여주인공의 적극적인 활동과 남녀 간의 애정 성취는 여성 독자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셋째, 권력에서 소외된 피지배 계층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주인공의 고난과 시련은 백성의 고통 받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고 볼 수 있다. 남자주인공이 황제의 부마가 되어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고 신분 상승을 하는 것과 여주인공의 초월적인 힘은 미천하게 태어나 고달픈 삶을 살고 있는 많은 독자에게 정신적 위안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배경 공간, 또는 고난과 행운이 교차하는 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그 유형은 세 가지다.

 첫째, 현실계와 비현실계의 순환이 나타난다. 해룡과 금령은 본래 동해용왕의 용자와 남해용왕의 용녀였는데, 인간계에서 ‘해룡’과 ‘금령’으로 환생한다. 용자와 용녀가 살던 곳은 수중계라는 비현실계다. 비현실계의 존재인 용자와 용녀가 현실계인 지상계에서 해룡과 금령으로 태어난 것이다. 지상계에서 살던 해룡과 금령은 이곳과 다른 지하계로 가서 요괴를 물리치고 금선공주를 구출해 데려왔다. 즉 해룡과 금령은 지하계에 가서 가난하고 비천하여 불행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돌아온 것이다. 그 결과 해룡은 금선공주와 혼인하여 부마가 되고, 나라에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어릴 때 헤어졌던 부모를 다시 만나고, 금령과 혼인하여 부귀영화를 누렸다. 방울의 모습으로 살던 금령은 탈각(脫殼)하여 미인이 되고, 황제의 양녀가 되었다. 그리고 해룡과 혼인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해룡과 금령은 존재의 근원이라는 지하계에 가서 빈천(貧賤)과 불행을 소거(消去)하고, 부귀와 행운을 획득ㆍ충족하고 돌아왔다. 따라서 완벽에 가까운 행복을 누리게 된 것이다. 부모를 잃고 천대받던 해룡과 괴이한 모습으로 태어나 천대받던 금령이 지하계에 다녀온 뒤에 행복을 누리는 구조는, 인간의 생명과 생명 유지에 필요한 부ㆍ귀ㆍ건강 등이 비현실계에 근원을 둔 상태에서 ‘현실계 → 비현실계 → 현실계’로 순환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고난과 행운의 순환이 나타난다. 해룡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장삼의 양육을 받았다. 그런데 장삼이 죽은 뒤에, 그의 처 변씨의 계략에 빠져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맞는다. 부마가 된 뒤에도 전장에 나가선 적의 계략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고난을 당한다. 그러나 해룡은 금령의 도움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행운을 얻는다. 이처럼 해룡의 일생은 행운이 고난에 의해서 부정되고, 그 고난은 다시 행운에 의해서 극복되면서 고난과 행운이 교차하여 순환한다. 그런데 해룡은 고난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금령의 도움으로 극복한다. 금령의 일생을 보면, 남해용왕의 딸이 과부 막씨의 몸에서 금방울로 태어나서 자기에게 닥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룡을 도와준다. 그 후에 해룡과 힘을 합하여 요괴를 물리치고, 여인으로 변신하여 해룡과 혼인한다. 금령의 일생 역시 행운이 고난에 의해서 부정되고, 그 고난은 행운에 의해서 극복되면서 고난과 행운이 교차 순환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때의 고난은 본인의 잘못과 무관한 것이며, 행운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해룡과 금령의 일생은 고난과 행운이 반복적으로 대립하면서, 보다 완전한 행복을 향하여 진행된다. 그러다가 모든 고난이 해결되고 행복이 절정에 이르러 완성되면서 작품은 끝을 맺는다.

 셋째, 변신을 통한 순환이 나타난다. 막씨의 절개와 지극한 효성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자식을 점지하여 상을 주려 했다. 그때 용녀가 원수를 갚게 해달라고 발원(發願)하니, 옥황상제는 용녀를 막씨의 딸로 점지하여 방울로 태어나게 했다. 만일 용녀가 막씨의 몸에서 방울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과부가 딸을 낳은 데 따르는 여러 문제에 부딪혔을 것이다. 그리고 신행하다가 헤어진 전생의 남편 해룡을 찾는 일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용녀는 금방울로 변신하여 출생했던 것이다. 용녀는 금방울로 변신함으로써 모든 문제와 고난을 해결한 뒤에, 미인으로 변신하여 해룡과 혼인하고 행복을 누렸다. 이처럼 금방울의 일생은 변신순환(變身循環)하는데, 이런 구조는 도선사상(道仙思想)에 의해 치밀하게 구성된 것이다. 사람이 금방울로 변신하고, 금방울이 사람으로 변신하는 것은 현실이라는 실제 공간과 시간 속에선 성립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작품 끝 부분의 행복은 비현실적 상황인 변신에 의해 성취된 것이다. 즉 비현실계의 용녀가 금방울로 태어나서 지하계에 가서 요괴를 퇴치하는 구조는, 비현실계와 현실계의 순환형이 변신순환형과 복합된 것이다. 이러한 순환은 하나의 현실을 폐기하고, 보다 새롭고 행복한 현실을 만들려는 재생적 순환의 의미를 지닌다. 재생적 순환은 인간이 제한된 현실 속에 살면서도 그 제약을 벗어나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욕망을 바탕으로 한 상상에 의한 것이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런 상상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도선사상과 불교사상, 유교사상, 무속사상, 그리고 시대성과 작가 및 독자들의 의식이 작용하여 한층 흥미롭고 복잡한 구성이 되었다.

- 고전해설ZIP 및 타임기획 소설119플러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남주인공 해룡과 여주인공 금령이 온갖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혼인을 함으로써 전생의 인연을 되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금령의 적극적인 활동과 남녀 간의 애정 성취는 당시 여성 독자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부귀 획득과 신분 상승은 권력에서 소외된 피지배 계층 독자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며, 주인공의 고난과 시련은 이런 독자들의 고통받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김원전」의 김원도 해룡과 같이 요괴를 죽이고 공주를 구출한다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두 작품의 연관성을 알 수 있다.

 - EBS 수능특강 문학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금방울전’의 문학사적 의의

 이 작품은 중국을 배경으로 하여 여주인공 금령이 금방울모양으로 태어나서 벌이는 신기담을 흥미있게 전개해 놓은 전기소설이다. 이 작품의 가치관은 해룡과 금령의 ‘남녀결합’과 ‘부귀획득’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금방울전」을 쓴 작가의 가치관인 동시에 독자층의 행복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여주인공의 적극적인 활동과 남녀의 결합은 여성독자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요, 특권획득과 신분상승은 권력에서 소외된 피지배계층에 속하는 독자층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금령의 초월적인 힘은 미천하게 태어나 고달픈 삶을 살고 있는 많은 독자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2. 영웅소설

 주인공의 영웅적인 일생을 그린 소설로 건국신화, 서사무가(敍事巫歌) 등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으며 고대의 진취적이고 투쟁적인 영웅들이 고대소설에서는 운명론적 사고를 지닌 나약한 영웅으로 나타나며 이런 경향은 신소설로 연장되었다. 영웅의 일생을 작품화한 소설을 모두 말하기도 하지만 고대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영웅적인 전쟁 중심의 내용만을 군담소설로 따로 모아놓고 있다. 군담소설은 전쟁에서 싸워 이긴 무용담을 중시하지만 가공의 인물이나 사건을 꾸며서 지은 역사소설이나 전기소설과는 다르다.

  내용은 권선징악, 사필귀정, 고진감래 등을 담고 있으며 사회의 비리를 척결하거나 요괴를 처치하는 것 등 다양하다. 체제 수호를 대변해 주는 것 같지만 집권층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의식을 대변하며 집권층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삼국지' '서유기' 등 중국소설의 영향으로 등장하였고, '유충렬전' '조웅전' '신유복전' '임경업전'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홍길동전' '구운몽' '숙향전' 등도 넓은 의미로는 영웅소설에 속한다. 서양에는 '잔 다르크' '르 시드' '장 크리스토프' 등이 알려져 있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3. 금방울전의 영웅소설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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