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 김만중

반응형
728x90


■ 본문

  홀연 석경에 막대 던지는 소리 나거늘 괴이히 여겨 생각하되‘어떤 사람이 올라오는고?’ 하더니 한 호승(胡僧)이 눈썹이 길고 눈이 맑고 얼굴이 괴이하더라.

  엄연히 좌상(座上)에 이르러 승상을 보고 예하여 왈,

  “산야 사람이 대승상께 뵈나이다.”        

▶괴이한 호승(육관대사)의 등장

  승상이 이인(異人)인 줄 알고 황망히 답례 왈,

  “사부는 어디로부터 오신고?”

  호승이 웃어 왈,

  “평생 고인(故人)을 몰라보시니 귀인이 잊음 헐타는 말이 옳도소이다.”

  승상이 자세히 보니 과연 낯이 익은 듯하거늘 홀연 깨쳐 능파 낭자를 돌아보며 왈,

  “소유가 전일 토번을 정벌할 제 꿈에 동정(洞庭) 용궁에 가 잔치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악(南嶽)에 가 놀았는데 한 화상이 법좌에 앉아서 경을 강론하더니 노부가 그 화상이냐?”

  호승이 박장대소하고 가로되,

  “옳다. 옳다. 비록 옳으나 몽중에 잠깐 만나본 일은 생각하고 십 년을 동처하던 일을 알지 못하니 뉘 양 장원을 총명타 하더뇨?”

  승상이 망연하여 가로되,

  “소유 십오륙 세 전은 부모 좌하를 떠나지 않았고 십육 세에 급제하여 연하여 직명이 있었으니 동으로 연국에 봉사하고 서로 토번을 정벌한 밖은 일찍 경사를 떠나지 않았으니 언제 사부로 더불어 십 년을 상종하였으리오.”

  호승이 웃어 왈,

  “상공이 오히려 춘몽을 깨지 못하였도소이다.”

  승상 왈,

  “사부 어찌하면 소유로 하여금 춘몽을 깨게 하리오?”

▶선계의 자신을 깨닫지 못하는 양소유

  호승 왈,

  “이는 어렵지 아니하니이다.”

하고, 손 가운데 석장을 들어 석난간을 두어 번 두드리니 홀연 네 녘 산골로부터 구름이 일어나 대 위에 끼이어 지척을 분변치 못하니, 승상이 정신이 아득하여 마치 취몽 중에 있는 듯하더니 오래되어서야 소리 질러 가로되,

  “사부가 어이 정도로 소유를 인도치 아니하고 환술로 서로 희롱하느뇨?”

  말을 떨구지 못하여서 구름이 걷히니 호승이 간 곳이 없고 좌우를 돌아보니 팔 낭자가 또한 간 곳이 없는지라. 정히 경황하여 하더니, 그런 높은 대와 많은 집이 일시에 없어지고 제 몸이 한 적은 암자 중의 한 포단 위에 앉았으되 향로에 불이 이미 사라지고 지는 달이 창에 이미 비치었더라.

▶호승이 도술로 양소유의 꿈을 깨워 현실의 성진으로 돌아옴.

  스스로 제 몸을 보니 일백여덟 낱 염주가 손목에 걸렸고 머리를 만지니 갓 깎은 머리털이 가칠가칠하였으니, 완연히 소화상의 몸이요 다시 대승상의 위의 아니니, 정신이 황홀하여 오랜 후에 비로소 제 몸이 연화 도량 성진 행자인 줄 알고 생각하니, 처음에 스승에게 수책하여 풍도로 가고 인세에 환도하여 양가의 아들 되어 장원 급제 한림학사하고 출장입상하여 공명신퇴하고 두 공주와 여섯 낭자로 더불어 즐기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이라. 마음에, 

▶성진이 꿈에서 깨어남.

  ‘이 필연 사부가 나의 염려를 그릇함을 알고 나로 하여금 이 꿈을 꾸어 인간 부귀와 남녀 정욕이 다 허사인 줄 알게 함이로다.’

  급히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하며 방장에 나아가니 다른 제자들이 이미 다 모였더라. 대사가 소리하여 묻되,

  “성진아, 인간 부귀를 지내니 과연 어떠하더뇨?”

  성진이 고두하며 눈물을 흘려 가로되,

  “성진이 이미 깨달았나이다. 제자가 불초하여 염려를 그릇 먹어 죄를 지으니 마땅히 인세에 윤회할 것이어늘, 사부가 자비하사 하룻밤 꿈으로 제자의 마음을 깨닫게 하시니 사부의 은혜를 천만겁이라도 갚기 어렵도소이다.”

  대사가 가로되,

  “네 승흥하여 갔다가 흥진하여 돌아왔으니 내 무슨 간예함이 있으리오? 네 또 이르되 ‘인세에 윤회할 것을 꿈을 꾸었다.’하니 이는 인세의 꿈을 다르다 함이니 네 오히려 꿈을 채 깨지 못하였도다. ‘장주가 꿈에 나비 되었다가 나비 장주 되니’, 어느 것이 거짓 것이요 어느 것이 참된 것인 줄 분변치 못하나니, 어제 성진과 소유가 어느 것은 정말 꿈이요 어느 것은 꿈이 아니뇨?”

  성진이 가로되,

  “제자가 아득하여 꿈과 참된 것을 알지 못하니 사부는 설법하사 제자를 위하여 자비하사 깨닫게 하소서.”

  대사 가로되,

  “이제 금강경 큰 법을 일러 너의 마음을 깨닫게 하려니와, 당당히 새로 오는 제자가 있을 것이니 잠깐 기다릴 것이라.”

하더니, 문 지킨 도인이 들어와,

  “어제 왔던 위 부인 좌하 선녀 여덟 사람이 또 와 사부께 뵈어지이다 하나이다.”

  대사가 / “들어오라.”

하니, 팔선녀가 대사의 앞에 나아와 합장 고두하고 가로되,

  “제자 등이 비록 위 부인을 모셨으나 실로 배운 일이 없어 세속 정욕을 잊지 못하더니, 대사의 자비하심을 입어 하룻밤 꿈에 크게 깨달았으니 제자 등이 이미 위 부인께 하직하고 불문에 돌아왔으니 사부는 끝내 가르침을 바라나이다.”

  대사 왈,

  “여선의 뜻이 비록 아름다우나 불법이 깊고 머니 큰 역량과 큰 발원이 아니면 능히 이르지 못하나니 선녀는 모름지기 스스로 헤아려 하라.”

▶육관대사의 가르침


■ 핵심 정리

• 갈래 : 국문 소설, 몽자류(夢字類) 소설

• 성격 : 전기적(傳奇的), 불교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중국 당나라 형산 연화봉 일대(신선 세계), 중국 당나라 일대(인간 세계)

• 제재 : 성진의 꿈을 통한 인생무상의 깨달음과 불교의 ‘공(空)’ 사상

• 주제 : 인생무상의 극복

• 특징 : 

 ① 고전 소설의 일반적 특징인 전기적(傳奇的)인 요소가 나타남.

 ② 현실(신선) 세계와 꿈(인간)의 세계가 교차하는 환몽(幻夢) 구조임.

 ③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이 모두 드러나지만, 불교의 공(空)사상이 중심임


■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성진(性眞)이라는 불제자(신선 세계)가 인간 부귀와 남녀 정욕에 대한 번뇌 때문에 꿈속(인간 세계)에서 양소유(楊少遊)로 환생한 뒤, 팔선녀(2처 6첩으로 환생)와 만나 인간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 후, 부귀영화라는 것이 일장춘몽(一場春夢)과 같은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꿈에서 깨어, 불교의 ‘공(空)’ 사상을 통해 인생무상의 허무함을 극복하고 불도의 궁극적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특이한 점은 꿈속 인간 세계에서의 양소유의 일생이 ‘비범한 출생 → 비범한 능력 → 큰 공을 세우고 부귀공명 달성’의 내용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 작품에 반영된 영웅 소설적인 면모라 할 수 있다. 즉, ‘구운몽’은 몽자류 소설이라는 커다란 구조에 영웅 소설이라는 작은 구조가 결합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김만중이 남해 유배 시절 어머니 윤씨 부인을 위해 지었다고 전해지는 이 작품은, <조신의 꿈>에서 영향을 받은 몽자류 소설이다. 이후 창작되는 <옥련몽>, <옥루몽> 등 몽자류 소설의 규범이 되었다.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이 총체적으로 반영되어 있으며, 불교의 공(空)사상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환몽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양소유가 입신양명을 이루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꿈속의 내용이 오히려 현실의 세계를 다루고 있고, 성진이 세속적인 번뇌를 겪다 깨달음을 얻어 가는 과정인 현실의 세계가 오히려 꿈에 가깝다.

 - 꿈을 담는 틀, 교과서 전작품 문학 자습서 참고


■ 작품 해설 3

 <구운몽>은 김만중의 나이 52세에 쓴 것으로, 중국을 배경으로 한 고대 소설이다. 김만중의 아버지 김익겸은 정묘호란(1626년) 때 강화도에서 순절했다. 그래서 그는 유복자로 태어나, 아버지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이에 그는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지극했다. 때문에 조선 숙종 때, 인현 왕후 폐출을 반대하다가 유배되어 귀양살이를 하게 되자 한양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고자 이 소설을 지었다고 한다.

 환몽 설화인 『삼국유사』의 ‘조신(調信)설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구운몽>은 몽자류 소설(꿈을 소재로 하는 소설)의 효시로, 후대의 <옥루몽>, <옥련몽> 등에 영향을 미쳤다. 소설의 짜임은 ‘도입-사건1, 2, 3, 4, 5-결말’의 3단 구성을 이룬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꿈 이전(현실)→꿈→꿈 이후(현실)’의 이중적 환몽 구조를 취하고 있으면서, 다시 현실과 꿈의 교묘한 교차, 꿈속의 꿈이 나타나는 몽중몽(夢中夢)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뜻을 꿈속에서 실현하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 꿈속의 일이 한바탕 꿈인 줄 깨닫는다는 기본 설정은 다른 몽자류 소설에서도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전개이지만, 꿈속에서 성취한 욕망이 오히려 허망하고 꿈에서 깨어나야 비로소 진정한 화합이 이루어진다고 한 점은 다른 몽자류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또한 <구운몽>은 주인공인 양소유의 삶이 ‘영웅의 일생’에 따라 전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투쟁 대신 팔선녀와의 만남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이 작품이 영웅의 일대기라는 군담계 영웅 소설의 구조와 몽자류 계통의 소설 구조를 혼합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구운몽>은 군담형 구조와 몽자류 구조를 변형하고 통합시켜서, 이 두 서사 양식을 발전적으로 극복한 최초의 작품이다.

 <구운몽>은 주제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는 작품이다. 유(儒), 불(佛), 도(道) 3교의 요소가 두루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관 대사의 제자 성진이 깨달은 인생무상이란 주제를 통해 불교적인 의미가 유교와 도교에 비해 더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또한 육관 대사가 언제나 ‘금강경’으로 가르침을 삼았다는 점까지 보태서, 작품의 주제가 ‘금강경’의 공(空)사상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불교적 사고 방식인 윤회(輪迴)가 소설 구성의 중요한 줄거리가 되고 있다. <구운몽>에 나타난 성진의 재생 체험은 곧 현실의 꿈을 자각하는 순간에 완성되는데, 말하자면 환생이 반복되는 윤회의 최종 목표는 꿈을 자각함으로써 ‘재생 체험’을 완성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성진을 통하여 구현되는 이상적인 삶의 틀은 불교적 인생관이다. 이것은 인생이 무상(無常)하다는 대중적 무상감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무상감으로 생성되는 죽음의 공포를 해탈을 통해서 무력화시킨 수준 높은 불교 문학으로 평가될 수 있다. 아울러 이 작품은, 불교의 무상 사상에 입각하여 인간의 부귀영화를 남가일몽(南柯一夢)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쓰여진 것으로, 이것은 숙종 시대에 몰락해 가는 귀족들의 회고적인 꿈의 세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타임기획, 소설119플러스 08권 참고   


■ 작품 해설 4

 조선 숙종 때 김만중(金萬重)이 지은 고전소설. 이본에 따라 1책부터 4책까지 분량이 다양하다. 1725년(乙巳年, 영조 1)에 간행된 금성판(錦城板) 한문목판본을 비롯하여 국문방각본 · 국문필사본 · 국문활자본 · 한문필사본 · 한문현토본 등 50여종이 넘는 많은 이본이 전한다.

 김만중은 노론 벌열층(閥閱層)의 일원이라는 자신의 처지에 어울리지 않게 당시로서는 이단시되던 불교나 패서(稗書) 등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이러한 점이 소설을 지을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고 생각된다. 작자의 종손인 춘택(春澤)은 김만중이 속언(俗言)으로 많은 소설을 지었다고 하였으나, 지금은 〈남정기(南征記)〉만 뚜렷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의 〈소설변증설(小說辨證說)〉에 의하면, 김만중이 귀양지에서 어머니 윤씨부인의 한가함과 근심을 덜어주기 위하여 하룻밤 사이에 이 작품을 지었다고 한다. 혹은 중국에 사신으로 가게 된 김만중이 중국소설을 사오라 한 어머니의 부탁을 잊어버려 돌아오는 길에 부랴부랴 이 작품을 지어 드렸다는 이야기가 그의 집안에서 전해지고 있다. 이 경우에도 어머니를 위하여 속성으로 지었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이규경은 특히 이 작품이 김만중이 귀양갔을 때 지어졌다고 하였는데, 그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었다. 즉 그가 장희빈(張嬉嬪)의 아들 균(悠)을 세자로 책봉하는 것에 반대하다 선천에 귀양 간 숙종 14년(1688)인지, 아니면 장희빈이 인현왕후(仁顯王后) 대신 왕후로 책봉된 기사환국으로 숙종 15년에 남해로 귀양 갔을 때인지가 확실하지 않았다. 근래에 ≪서포연보(西浦年譜)≫가 출현함으로써 일단 선천 귀양시기로 확실해지고 그 완성은 남해 귀양시기로 추정된다.

 이재(李縡)가 〈구운몽〉의 대지(大旨)를 인생의 부귀공명이 일장춘몽이라는 데 둔 바와 같이 〈구운몽〉의 주제는 역시 대승불교의 중심인 금강경의 ‘공(空)’에 있다. 공은 표면적으로는 인생만사를 부정하는 데 있는 것 같지만 이면적으로는 인생만사를 역설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구운몽〉은 ≪금강경≫ 이 소설화된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 전체 줄거리

 당(唐)나라 때 천축(天竺)으로부터 육관 대사(六觀大師)라는 고승(高僧)이 중국에 와서 큰 절을 세우고 제자를 모아 불도(佛道)를 강론(講論)한다.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가 성진(性眞)이었다. 어느 날 성진은 대사의 심부름으로 용궁에 가게 되었는데, 용왕의 융숭한 대접에 술을 몇 잔 마시고 돌아온다. 한편 선녀 위진군(魏眞君)은 팔선녀(八仙女)를 대사에게 보내 약간의 보물을 선사한다. 길 중간에서 팔선녀와 성진이 만나게 되어 서로 희롱하다 돌아온다.

 절에 돌아온 성진은 선녀들을 그리워하며 속세의 부귀영화만 생각한다. 끝내 그는 죄를 얻어 지옥에 떨어지고 다시 인간 세상에 환생하여 양소유(楊少遊)가 된다. 한편 팔선녀도 같은 죄로 지옥에 떨어졌다가 각각 다시 세상에 환생한다. 양소유는 차례로 그들 여덟 여인과 인연을 맺게 된다. 드디어 벼슬은 승상에 이르고 두 부인과 여섯 낭자를 거느린 양소유의 화려한 인생이 펼쳐지는 것이다.

 회남 수주현 양처사의 아들로 태어난 성진[양소유(楊少遊)]은 15세에 과거를 보러 가던 중 어사의 딸 '진채봉'을 만나 혼약하고, 난을 피해 있다가 과거를 보러 올라가던 중 낙양의 기생 '계섬월'과 인연을 맺고, 경사에 이르러 거문고를 타는 여자로 가장하여 정사도의 딸 '정경패'를 만난다. 과거에 급제한 양소유는 정경패의 시비인 '가춘옥'과도 인연을 맺는다.

 하북의 왕이 역모하려 아니 양소유는 절도사로 나가 이를 다스리고 돌아오는 길에 계섬월인 줄 알고 만난 여자가 하북의 명기 '적경홍'이었다. 상경하여 예부상서가 된 양소유는 황제의 누이인 '난양 공주'의 퉁소 소리에 화답한 인연으로 부마로 간택이 되는데. 양소유는 정경패와의 혼약을 이유로 이를 물리치다가 옥에 갇힌다.

 토번왕이 쳐들어 오자 대원수가 되어 출전한 양소유는 토번왕이 보낸 여자 자객 '심요연'과 인연을 맺고, 백룡담에서는 용왕의 딸인 '백릉파'를 도와 주어 인연을 맺는다. 그 동안에 난양 공주는 양소유와의 혼약을 이루지 못하여 실심한 정경패를 만나 보고 그 인물에 감복하여 제 1 공주인 '영양 공주'를 삼는다.

 토번왕을 물리치고 돌아온 양소유는 위국공의 벼슬에 오르고, 영양 공주 난양 공주 2처와 진채봉, 계섬월, 가춘옥, 적경홍, 심요연, 백릉파의 6첩을 거느리게 된다. 작품의 제목에 나오는 '아홉'이라는 숫자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상징한다.

 그러나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아 이제는 승상의 벼슬에서도 물러나 한가히 그의 여생을 즐기던 양소유는 어느 가을날 두 부인과 여섯 낭자를 거느리고 뒷동산에 올라갔다가 문득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다. 이때 한 노승을 만난다. 때마침 찾아온 어느 고승에게 불도(佛道)에 귀의할 것을 말하자 그 도승은 쾌히 승낙하고 짚고 온 지팡이로 난간을 두드린다. 그러자 모든 것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손에 백팔 염주를 들고 있고 까칠까칠한 중의 머리를 한 자기(성진) 뿐이었다.

 당황한 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부귀 영화는 하룻밤 꿈이었고 자기는 분명히 연화 도량(蓮花道場)의 성진이었다. 꿈을 깬 성진은 황망히 대사 앞에 뛰어가 엎드린다. 팔선녀도 이어 들어와 제자되기를 청한다.

 후에 대사는 도(道)를 성진에게 물리고 천축으로 돌아가고 팔선녀는 성진이 앞에서 계속 도를 닦아 후에 아홉 사람은 모두 극락 세계로 갔다고 한다.



■ 심화 내용 연구

1. ‘구운몽’에 나타난 유불선(儒佛仙) 사상

  ‘구운몽’은 불교 사상이 작품 전반의 배경을 이룬다. 성진의 신분이 승려라는 것과 성진과 팔선녀가 인생무상의 깨달음을 얻고 불도에 정진한다는 것, 불교의 공(空) 사상을 통해 주제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유교 사상의 경우 인간 세계(꿈)에서의 양소유가 입신양명하고 부귀공명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데, 이는 당시 유교 양반 사회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도교 사상은 양소유의 아버지가 신선이 되었다는 점이나, 선녀와 용왕이 등장하고 있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육관대사가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인용한 이유

  장자가 어느 봄날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런데 꿈에서 깬 뒤, 자신이 원래 나비였는데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장자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는 현실의 것과 꿈속의 것이 어떤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모호하다는 의미로, 성진이 인간 세계와 꿈을 다르게 말하는 것을 본 육관대사가 이 두 개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기 위해 인용한 것이다.


3. 주인공의 이름에 담긴 의미와 역할

 ‘성진(性眞)’과 ‘소유(少遊)’: ‘성진(性眞)’은 ‘진정한 본성’이라는 의미로 불교에서 말하는 본성(本性)을 뜻하는데, 이는 ‘진정으로 깨달은 자(者)’라는 의미로 정리될 수 있다. 이에 비해 ‘소유(少遊)’라는 이름은 ‘짧은 시간 동안 세상에서 놀다가 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인간 세상의 욕망이 허망함을 내포하고 있다. 이 두 이름은 결국 인간의 욕망이 허망함을 깨닫고 진정으로 깨달은 자로 돌아간다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잘 드러내 준다.


4. ‘구운몽’의 문학사적 의의

 - 김만중의 국문(國文)의식이 잘 반영되어 있다.

 - 조선 시대 전형적인 양반 사회의 이상인 ‘입신양명’을 반영한다.

 - ‘현실-꿈-현실’의 환몽 구조를 지닌 ‘몽자류 소설’의 효시이다.

 - 후대의 ‘옥루몽’, ‘옥련몽’ 등에 영향을 미쳤다.


5. ‘조신 설화’와 ‘구운몽’

  ‘조신 설화’는 ‘구운몽’의 근원 설화로 알려진 작자 미상의 설화이며, ‘현실 - 꿈 - 현실’의 환몽 구조를 지닌 작품들의 원조라 할 수 있다. 특히 ‘조신 설화’는 ‘인간 욕망의 허망함에 대한 깨달음’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 주인공 조신이 ‘꿈을 꾸기 전 갈등을 겪다 꿈을 깨고난 후 불도에 점진하여 세속적 욕망에서 초탈한다는 점(몽유록 소설보다는 몽자류 소설 구조에 더 가까운 구조)’ 등이 ‘구운몽’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6. 제목 ‘구운몽(九雲夢)’의 의미로 살펴본 주제 의식



■ 작가 소개

 김만중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문학 이야기 > 고전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씨전 - 작자미상  (1) 2016.06.07
위경천전 - 권필(혹은 작자미상)  (0) 2016.05.16
홍길동전 - 허균  (0) 2016.04.29
봉산탈춤 - 작자미상  (0) 2016.04.27
하회별신굿 탈놀이 - 작자미상  (0) 2016.04.26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