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탈춤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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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말뚝이 : (벙거지를 쓰고 채찍을 들었다.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양반 삼 형제를 인도하여 등장)

양반 삼 형제 : (말뚝이 뒤를 따라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점잔을 피우나, 어색하게 춤을 추며 등장. 양반 3형제 맏이는 샌님生員, 둘째는 서방님書房, 끝은 도련님道令이다. 샌님과 서방님은 흰 창옷에 관을 썼다. 도련님은 남색 쾌자에 복건을 썼다. 샌님과 서방님은 언청이이며(샌님은 언청이 두 줄, 서방님은 한 줄이다.), 부채와 장죽을 가지고 있고, 도련님은 입이 삐뚤어졌고, 부채만 가졌다. 도련님은 일절 대사는 없으며, 형들과 동작을 같이하면서 형들의 면상을 부채로 때리며 방정맞게 군다.)

양반 삼 형제의 외양 묘사

말뚝이 : (가운데쯤에 나와서) 쉬이. (음악과 춤 멈춘다.)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老論), 소론(少論), 호조(戶曹), 병조(兵曹), 옥당(玉堂)을 다 지내고 삼 정승(三政丞), 육 판서(六判書)를 다 지낸 퇴로 재상(退老宰相)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지 마시오. 개잘량이라는 자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 양반들 : 야아, 이놈, 뭐야아!

말뚝이 : , 이 양반들, 어찌 듣는지 모르갔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 정승, 육 판서 다 지내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이 생원네 삼 형제분이 나오신다고 그리 하였소.

양반들 : (합창) 이 생원이라네. (굿거리 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도령은 때때로 형들의 면상을 치며 논다. 끝까지 그런 행동을 한다.)

말뚝이가 양반들을 조롱함.

말뚝이 : 쉬이. (반주 그친다.) 여보, 구경하시는 양반들, 말씀 좀 들어 보시오. 짤따란 곰방대로 잡숫지 말고 저 연죽전(煙竹廛)으로 가서 돈이 없으면 내게 기별이래도 해서 양칠간죽(洋漆竿竹), 자문죽(自紋竹)을 한 발가옷씩 되는 것을 사다가 육모깍지 희자죽(喜子竹), 오동수복(梧桐壽福) 연변죽을 이리저리 맞추어 가지고 저 재령(載寧) 나무리 거이 낚시 걸듯 죽 걸어 놓고 잡수시오.

양반들 : 뭐야아!

말뚝이 : , 이 양반들, 어찌 듣소. 양반 나오시는데 담배와 훤화(喧譁)를 금하라고 그리 하였소.

양반들 : (합창) 훤화를 금하였다네. (굿거리 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중략>

  : 쉬이. (춤과 장단 그친다.) 말뚝아. / 말뚝이 : 예에.

  : 이놈, 너도 양반을 모시지 않고 어디로 그리 다니느냐?

말뚝이 : 예에. 양반을 찾으려고 찬밥 국 말어 일조식(日早食)하고, 마굿간에 들어가 노새 원님을 끌어다가 등에 솔질을 솰솰하여 말뚝이님 내가 타고 서양(西洋) 영미(英美), 법덕(法德), 동양 3국 무른 메주 밟듯 하고, 동은 여울이요, 서는 구월이라, 동여울 서구월 남드리 북향산 방방곡곡(坊坊曲曲) 면면촌촌(面面村村), 바위 틈틈이 모래 쨈쨈이, 참나무 결결이 다 찾아다녀도 샌님 비뚝한 놈도 없습디다.

말뚝이가 제대로 된 양반 찾기 어려움을 말함.

  : 쉬이. (음악과 춤을 멈춘다.) 여보게, 동생. 우리가 본시 양반이라, 이런데 가만히 있자니 갑갑도 하네. 우리 시조(時調) 한 수씩 불러 보세.

  : 형님, 그거 좋은 말씀입니다.

양반들 : (시조를 읊는다.) “……반 남아 늙었으니 다시 젊지는 못하리라…….” 하하. (하고 웃는다. 양반 시조 다음에 말뚝이가 자청하여 소리를 한다.) <중략>

  : , 그것 어렵다. 여보게, 동생. 되고 안 되고 내가 부를 터이니 들어 보게. 영시조(詠時調)울룩줄룩 작대산(作大山)하니, 황천풍산(黃川豊山)에 동선령(洞仙嶺)이라.”

  : 하하. (형제, 같이 웃는다.) 거 형님, 잘 지었습니다.

  : 동생 한 귀 지어 보세. /   : 그럼 형님이 운자를 하나 내십시오.

  : ‘, ‘잘세. /   : , 그 운자 벽자(僻字)로군. (한참 낑낑거리다가) 형님, 한 마디 들어 보십시오. (영시조로) “짚세기 앞총은 헝겊총하니, 나막신 뒤축에 거멀못이라.” /   : 그러면 이번엔 파자(破字)나 하여 보자. 주둥이는 하얗고 몸뚱이는 알락달락한 자가 무슨 자냐?

  : (한참 생각하다가) 네에, 거 운고옥편(韻考玉篇)에도 없는 자인데, 그것 참 어렵습니다. 그 피마자(麻子)라고 하는 자가 아닙니까?

  : , 거 동생 참 용할세. /   : 형님, 내가 그럼 한 자 부르라우?

  : 부르게. /   : 논두렁에 살피 짚고 섰는 자가 무슨 잡니까?

  : (한참 생각하다가) , 그것 참 어려운 잘세. 그것은 논 임자가 아닌가?

  : 하하, 그것 형님 잘 맞췄습니다. (이러는 동안에 취바리 살짝 들어와 한편 구석에 서 있다.]

엉터리 시조를 지어 부르고 저급한 파자놀이를 하는 양반들

  : 이놈, 말뚝아. / 말뚝이 : 예에.

  : 나랏돈 노랑돈 칠 푼 잘라먹은 놈, 상통이 무르익은 대초빛 같고, 울룩줄룩 배미 잔등 같은 놈을 잡아들여라.

말뚝이 : 그놈이 힘이 무량대각(無量大角)이요, 날램이 비호(飛虎) 같은데, 샌님의 전령(傳令)이나 있으면 잡아 올는지 거저는 잡아 올 수 없습니다.

  : 오오, 그리 하여라. 옜다. 여기 전령 가지고 가거라. (종이에 무엇을 써서 준다.)

말뚝이 : (종이를 받아들고 취발이한테로 가서) 당신 잡히었소.

취발이 : 어데, 전령 보자. / 말뚝이 : (종이를 취발이에게 보인다.)

취발이 : (종이를 보더니 말뚝이에게 끌려 양반의 앞에 온다.)

말뚝이 : (취발이 엉덩이를 양반 코 앞에 내밀게 하며) 그놈 잡아들였소.

  : , 이놈 말뚝아. 이게 무슨 냄새냐? / 말뚝이 : , 이놈이 피신(避身)을 하여 다니기 때문에, 양치를 못 하여서 그렇게 냄새가 나는 모양이외다.

  : 그러면 이놈의 모가지를 뽑아서 밑구녕에다 갖다 박아라.

말뚝이 : 샌님, 말씀 들으시오. 시대가 금전이면 그만인데, 하필 이놈을 잡아다 죽이면 뭣 하오? 돈이나 몇백 냥 내라고 하야 우리끼리 노나 쓰도록 하면, 샌님도 좋고 나도 돈냥이나 벌어 쓰지 않겠소. 그러니 샌님은 못 본 체하고 가만히 계시면 내 다 잘 처리하고 갈 것이니, 그리 알고 계시오.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일제히 어울려서 한바탕 춤추다가 전원 퇴장한다.)

양반들이 취발이를 잡아 돈벌이를 하려 함.

 

핵심 정리

갈래 : 전통극(가면극, 탈춤) 대본

제재 : 말뚝이의 양반 조롱과 양반의 허세

성격 : 평민적, 해학적, 풍자적, 탈중세적, 근대지향적

문체 : 대화체, 구어체

전승지역 : 황해도 봉산

배경 : 시간적 배경으로는 조선 후기로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이고, 사회적 배경으로는 봉건질서가 해체될 무렵으로 신분 질서 와해기이며, 공간적 배경으로는 황해도 봉산 지방임.

주제 : 양반의 허세에 대한 조롱과 풍자

구성 : 7과장 중, 6과장 양반춤

특징 :

일정한 재담 구조가 반복됨.

언어유희적 표현을 통해 양반을 조롱하고 해학성을 유발함.

비속어와 한자어가 함께 사용되어 언어 사용의 양면성을 볼 수 있음.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황해도 봉산 지역에서 연희되던 민속극이다. 예로부터 해서의 각 지방에서는 5일장이 서는 거의 모든 장터에서 1년에 한 번씩 탈춤판이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황해도는 상업이 성행하고 남북을 잇는 유리한 지역적 조건으로 인해 탈춤의 공연 횟수가 잦았다.

7과장의 독립적 구성으로 되어 있는 봉산탈춤은 다양한 제재를 통해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6과장에서는 비판의 주체인 말뚝이를 통해 양반의 저급한 문화를 폭로하고 그 허례허식을 풍자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양반의 횡포와 부패상을 고발하고 있다. 그리고 제7과장에서는 미얄에게 가해지는 영감의 횡포를 통해 당대 남성의 가부장적 횡포를 비판하며 봉건적 질서의 모순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이는 근대 사회를 지향하는 조선 후기 서민 의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언어유희, 언어의 이중성, 다양한 수사법, 반복되는 재담구조 형식 등의 표현적 특성도 풍부하여 문학적 가치그 크다.

- 꿈을 담는 틀, 교과서 전 작품 문학 자습서 참고

 

심화 내용 연구

1. ‘봉산탈춤의 전체 구성

1과장 : 사상좌춤 : 사방신에게 배례하는 의식무

2과장 : 팔목중춤 : 팔목중의 파계와 법고놀이 장면(중을 희화화함)

3과장 : 사당춤 : 사당과 거사들이 흥겹게 노는 내용

4과장 : 노장춤 : 노장이 유혹에 넘어가 파계했다가 취발이에게 욕을 보이는 내용(승려의 허위성 풍자)

5과장 : 사자춤 : 사자가 파계승을 혼내고 화해의 춤을 춤

6과장 : 양반춤 : 양반집 하인인 말뚝이가 양반을 희롱하는 내용(양반의 허위의식 비판)

7과장 : 미얄춤 : 영감과 미얄, (덜머리집)의 삼각 관계와 미얄의 죽음(남성의 가부장적 횡포 비판)

 

2. ‘탈춤서양극의 차이점

탈춤은 서양극과 달리 관객과 악공의 극 중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개방성을 지닌다. 또한 굿거리 장단과 대사, 춤이 함께 어우러져 종합 예술의 면모를 보여 주는 점도 서양극과는 다른 특징이다.

 

3. 7과장 미얄춤 과장의 갈등 구조

미얄춤 과장에서는 난리통에 헤어진 미얄 할멈과 영감이 서로 찾아다니다가 재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얄과 영감은 첫 번째로 난리라는 사회적 환경 때문에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두 번째 갈등은 미얄과 영감이 만난 후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영감이 결국 미얄을 때려서 죽게 하는 데서 나타난다. 여기서 미얄은 남성의 횡포에 맞서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러한 모습에서 가부장적 권위 의식에 맞선 갈등 의식이 드러남을 알 수 있다. 한편, 미얄과 덜머리집 사이의 대결은 제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미얄할멈'은 늙은 여자이므로, '늙음, 겨울, 불임'을 의미하고 영감의 젊은 첩인 '들머리집''젊음, 여름, 임신(생산)'을 상징한다. 두 사람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미얄 할멈이 죽임을 당하는 것은 후자인 들머리집의 승리를 의미하며, 이는 곧 이 내용이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적 성격을 띤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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