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별신굿 탈놀이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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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초랭이 : 세사앙 참, 빌꼬라지 다 볼시데이. 아까요, 중놈이 부네하고 요래 요래 춤 추다가 중이 부넬 차고 저짜로 갔잖니껴.

양반 : 허허, 그 참 망측한 세상이로다. <중략>

초랭이 : 헤헤헤…… 우습데이, 우스워 세상 이런 일이 다 있노. , 근데, 중놈하고 부네하고 어데로 갔노. 누가 중놈하고 부네하고 어데로 갔는지 본 사람 있니껴? (꽃신을 발견하고) , 요게 머로? (초랭이는 그것이 꽃신인 줄 모르고 무엇인가 살피다 살짝 건드려 보다 놀라 뒤로 물러난다. 두 번 정도 물건을 살피는 행동을 한 후 그제서야 꽃신인 줄 알고 살며시 잡고) , 중놈하고 부네하고 노다 빠자 넣고 간 꽃신이구나! 아이고 고와래이.

 

초랭이는 좋아서 꽃신을 꼭 껴안는 등 굉장히 아끼는 행동을 한다.

 

초랭이 : 보소, 이거 이뿌지요? 이거 주까요? 안돼니더. (다른 이에게) 이거 너 주까? 안돼 헤헤헤…… (독백) 에이고 중하고 부네하고 춤추고 노는 세상인데 나도 이메나 불러 춤이나 추고 놀아야 될따. (이메가 입장하는 곳을 가서) 야야, 이메야이메야, 이메 이놈아야. 얼른 나오이라.

이메 : 왜 그노 이놈아야.

 

상쇠는 굿거리로 몰고, 이메는 무대 중앙으로 비틀 춤을 추며 등장하고 초랭이는 이메의 춤을 흉내 내는 등 마당을 재미있게 이끈다.

 

초랭이 : 이메야, 이놈아야. 니는 와 맨날 비틀비틀 그노 이눔아야.

이메 : 까부지 마라 이눔아야, 니는 와 촐랑촐랑 그노 이놈아야. (촐랑거리는 흉내를 내다 넘어진다.) 아이쿠, 아이구 궁디야, 아구야.

초랭이 : 에이, 등신아. (머리를 쥐어박고 일으켜 준다.) 이메야, 아까 중놈하고 부네하고 요래요래 춤추다가 내가 나오끼네 중놈이 부네를 차고 저짜로 도망갔잖나.

이메 : 어라꼬, 아이구 우습데이…… (웃음)

양반 : 야야, 초랭아. 이놈 거기서 촐랑대지만 마고 저기 가서 부네나 찾아오너라.

 

이 말에 초랭이는 하고 부네를 데리러 쫓아다니지만 어느새 부네는 양반 뒤에 와 있다. 선비는 몹시 언짢아한다.

 

초랭이 : 부네 여 왔잔니껴. / 부네는 양반의 귀에다 한다.

양반 : 아이쿠, 깜짝이야. 귀청 떨어질라. 오냐, 부네라!

 

다시 초랭이는 관중들과 함께 부산을 떨고 선비는 연신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부네는 양반의 어깨를 주무르다 말고 양반의 머리에서 이를 잡는 시늉을 한다. 초랭이가 이를 보고

 

초랭이 : 헤헤, 양반도 이가 다 있니껴?

부네를 두고 양반과 선비가 다툼

 

부네가 춤을 추면서 등장하여 양반과 선비를 번갈아 보면서 홀리는 듯한 요사스러운 춤을 춘다. 선비와 양반은 욕망과 체면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여자를 차지하려고 춤과 몸짓으로 다툰다.

 

양반 : (화를 왈칵 내면서 선비를 향하여) 자네가 감히 내 앞에서 이럴 수가 있는가?

선비 : 그대가 진정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가? / 양반 : 아니 그렇다면 지체가 나만 하단 말인가? / 선비 : 그러면 자네 지체가 나보다 낫단 말인가?

 

초랭이와 이메가 자기 상전의 세도 자랑을 몸짓한다.

 

양반 : 암 낫고말고. / 선비 : 뭣이 나아. 말해 봐. / 양반 : 나는 사대부(士大夫)의 자손인데…….

선비 : 뭣이사대부? 나는 팔대부(八大夫)의 자손일세.

양반 : 팔대부는 또 뭐냐? / 선비 :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양반 : 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門下侍中)이거던.

선비 : 아 문하시중. 그까짓 것. 우리 아버지는 문상시대(門上侍大)인데.

양반 : 문상시대, 그것은 또 뭔가? / 선비 : 문하(門下)보다 문상(門上)이 높고, 시중(侍中)보다 시대(侍大)가 더 크다. / 양반 : 그것참 별꼴 다 보겠네.

선비 : 지체만 높으면 제일인가. / 양반 : 그러면 또 뭣이 있단 말인가.

선비 : 첫째 학식이 있어야지. 나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다 -읽었네.

양반 : 뭣이 사서삼경. 팔서육경(八書六經)을 다 읽었네. /

선비 : 도대체 팔서육경이 어데 있으며 대관절 육경은 뭐냐?

초랭이 : 나도 아는 육경! 그것도 몰라요. 팔만대장경, 중의 바라경, 봉사 안경, 약국의 길경, 처녀 월경(月經), 머슴 쇄경. / 이매 : 그것 맞다 맞어.

양반 : 이것들도 다 아는 육경을 소위 선비라는 자가 몰라.

서로 지체가 높다고 양반과 선비가 다툼

선비 : (혀를 차면서) 우리 피장파장이니, 그러지 말고 부네나 불러 봅시다.

양반 : 부네야 ……. / 양반 우욱.

 

부네, 춤추며 나온다. 양반과 선비는 부네와 흥겹게 춤추다가, 서로 부네를 독점하려고 노력한다. 백정이 도끼와 소불알을 들고 등장한다.

 

백정 : 샌님 알 사이소. / 양반 : 이놈 한창 신나게 노는데, 알은 무슨 알인고.

백정 : 알도 모르니껴? / 초랭이 : 닭알, 눈알, 새알, 대감 통불알.

백정 : 맞았소, 맞어. 불알. / 선비 : 이놈 불알이라니.

백정 소불알도 모르니껴. <중략>

 

양반과 선비는 서로 소불알을 잡고 당긴다.

 

백정 : 아이고 내 불알 터지니더.

할미 : (싸움을 말리면서 소불알을 쥐고서) 소불알 하나를 가지고 양반은 제 불알이라 카고 선비도 제 불알이라 카고 백정도 제 불알이라 하니, 이 불알을 도대체 뉘 불알이로. 육십 평생을 살아도 소불알 가지고 싸우는 것은 첨 봤그만. 첨 봤어.

백정과 할미가 양반과 선비를 놀리고 비웃음.

 

핵심 정리

갈래 : 가면극(탈춤) 대본

제재 : 양반과 서민의 생활

연대 : 조선후기

성격 : 비판적, 풍자적, 희화적, 해학적, 오락적, 유희적

제재 : 서민과 양반의 생활

주제 : 양반들의 허위 의식에 대한 풍자

특징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속 탈춤임.

언어유희가 많음.

원초적이며 소박함.

 

작품 해설 1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 전승되어오는 탈놀이로 산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전통 민속극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지배 계층인 양반과 선비의 허위를 폭로하고 당시 불교의 타락상을 비판하며, 피지배층인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이 탈놀이는 하회 마을의 동제에 맞추어 진행되므로, 구성 등에서 종교적 의미를 함축하기도 한다.

한편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놀이 자체를 통해 공동체 내재해 있는 계층 간의 문제나 모순을 완충시키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질서를 공고히 다지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작품 해설 2

경상 북도 안동군 풍천면 하회리(河回里)에 전승되는 탈놀이로 중요 무형 문화재 제6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이 놀이는 우리 나라 가면극의 주류인 산대도감(山臺都監) 계통극과는 달리 동제에 행해지던 서낭제(城隍祭) 탈놀이이다. 하회리와 병산리에서 탈놀이가 행해졌다고 하나, 1928년경에 중단되고 가면 1213개만이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어 온다.

이 놀이는 10년에 한 번씩 혹은 신탁(神託)에 따라 임시로 거행되는 별신(別神)굿으로써, 먼저 섣달 보름날 산주(山主)가 마을 뒷산 서낭당에 올라 신의 뜻을 묻고 굿을 준비한다. 하회의 서낭신(城隍神)'무진생 서낭님'으로 17세 처녀인 의성 김씨라고 하고, 혹은 15세에 과부가 된 동네 삼신의 며느리신이라고도 한다.

[하회 별신굿]은 제1과장 주지춤, 2과장 백정 놀이, 3과장 할미 놀이, 4과장 파계승 놀이, 5과장 양반, 선비 놀이로 구성되어 있다. 탈놀이의 내용은 지배 계층인 양반과 선비의 허위성을 폭로하고, 여기에 중의 파계를 통해 당시 불교의 타락상을 드러냄으로써 피지배 계층인 상민들 간의 갈등적 관계와 삶의 애환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와 같이 하회 마을의 평민들은 별신굿 탈놀이를 통하여 그때 그때의 세상살이를 풍자하고 자신들의 억눌린 감정을 거리낌없이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다. 제시된 5과장의 양반과 선비가 가문과 벼슬, 학식을 다투는 장면에서 양반의 허위 의식과 무식함이 폭로되며, 초랭이가 양반이 말한 '육경'에 대해 팔만대장경, 중의 바라경, 봉사 안경, 약방의 질경, 처녀 월경, 머슴 새경이라고 말하며 양반이 이에 동조하는 장면에서는 양반에 대한 풍자가 심화된다. 더욱이 백정이 '양기'에 좋다며 파는 '소불알'을 가지고 서로 자신의 것이라고 실랑이하는 장면에서 양반에 대한 풍자는 극에 달한다. 신분 질서가 엄격했던 당시의 사회상으로 보아 이처럼 양반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희화화하는 내용의 탈놀이가 하회라는 양반마을에서, 그것도 양반들의 묵인 하에 경제적인 지원까지 받으며 이루어졌다는 점은 매우 특이하다. 이것은 평민들이 탈놀이를 통하여 자신들의 억눌린 감정과 불만을 해소하고, 또 양반들은 평민들의 비판과 풍자를 통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불만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상하간의 갈등을 줄이고 조화로운 삶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화 내용 연구

1. 하회 마을과 하회 별신굿

하회 마을은 매년 정월 보름과 4월 초파일 각각이틀에 걸쳐 동제(洞祭)를 지냈다. 별신굿은 3, 5, 또는 10년에 한 번씩 마을에 우환이 있거나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거행되었는데, 이때 탈놀이가 함께 행해졌다.

 

2. 양반 고을인 안동에서 양반에 대한 비판이 가능했던 이유

비록 제한적인 시 · 공간이었지만 하회 별신굿은 평등한 세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민중들의 부르짖음이었다. ‘별신굿이 열리는 기간 동안에는 양반과 상민, 남성과 여성, 젊음과 늙음, 부자와 빈자로 나누어져 있는 엄격한 신분 사회의 틀 속에서 숨 막힐 듯이 억누르고 있는 억압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별신굿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예전의 신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 기간이라도 없는 자, 눌린 자들이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자기들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버릴 폭발력이 있었다. 밤새도록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출 수 있는 세상, 상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소리칠 수 있는 세상, 비록 보름일이란 짧은 기간이지만 그들에게는 자유를 누리며 평등한 세상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열린 세계였다.

하회 별신굿은 탈놀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지배층의 권위를 탈잡아 비판하고 민중들의 억눌려 있던 숨구멍을 터 주는 통풍구의 기능을 갖고 있다. ‘별신굿이 열리도록 허락해주고 막대한 경비까지 지원하였던 하회 마을 양반들이든, 탈을 쓰고 연희를 했던 연희자이든, 탈춤을 구경하는 단순한 구경꾼이든 간에 탈놀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반성하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줌으로써 화합과 협력을 통한 상생(相生)의 정신을 추구하였다. 이와 같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정신은 공동체를 건강하게 지켜 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3. 양반과 선비의 대립과 그 의미

부네를 차지하기 위한 대립

겉으로는 도덕군자인 척하나, 속으로는 젊은 여자를 탐하는 위선적인 인물임을 드러낸다.

가문과 학식에 대한 대립

팔대부’, ‘팔서육경’, ‘문상시대의 예를 통해 이들의 학식이 허구이며, 사실은 무지한 인물임을 드러낸다.

소불알을 차지하기 위한 대립

겉으로는 꺼리는 척하지만, 실제는 성()적인 것에 집착하는 허위의식을 드러낸다.

 

4. ‘하회 별신굿 탈놀이의 전체 구성(현재 공연 기준)

첫째 마당 무동마당: 각시탈을 쓴 광대가 꽹과리를 들고 구경꾼 앞을 돌면서 걸립(乞粒)을 함.

둘째 마당 주지마당: 주지는 곧 사자를 뜻함. 벽사의 의식무(儀式舞)를 통해 잡귀와 사악한 것을 물리침.

셋째 마당 백정마당: 백정이 도끼와 칼을 넣은 망태를 메고 나와 소를 잡고, 소불알을 끊어 들고 구경꾼들에게 사라고 함.

넷째 마당 할미마당: 쪽박을 허리에 차고 흰 수건을 머리에 쓰고 허리를 드러낸 할미광대가 나와 베를 짜며 한평생 고달프게 살아온 신세타령을 부름.

다섯째 마당 파계승마당: 부네가 나와 오줌을 눌 때 중이 등장하여 이 광경을 엿보다가 냄새를 맡고 흥분하여 부네를 옆구리에 차고 도망감.

여섯째 마당 양반선비마당: 양반과 선비가 서로 부네를 차지하겠다며 싸우고, 소불알이 양기에 좋다고 하자 이를 차지하려고 또 싸움.

 

5.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 나타나는 계층별 언어 사용 양상

양반, 선비 :

어려운 한자어를 많이 사용함

딱딱한 문어체를 통해 격식을 갖추려 함

수나 크기를 배가하는 언어유희를 함

효과 :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의 무지와 허구성을 드러냄

 

초랭이, 부네, 할미, 백정 :

상스러운 단어나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함

격식을 갖추지 않은 직설적인 어법을 사용함

양반에게 높임말과 반말을 뒤섞어 사용함

효과 : 지배 계층을 효과적으로 조롱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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