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 허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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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길동이 점점 자라서 여덟 살이 되니, 총명함이 보통 사람을 능가하여 하나를 들으면 백을 알았다. 공이 더욱 사랑하고 귀중하게 여겼지만 근본이 천한지라, 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면 곧 꾸짖어 못하게 하였다. 길동은 열 살이 넘도록 감히 아버지와 형을 부르지 못하고, 하인들에게마저 천대받는 것을 뼈에 사무치도록 원통하게 여겨 마음을 바로잡지 못하였다.

  어느 가을 구월 보름날, 달빛은 밝게 비치고 맑은 바람은 쓸쓸하게 불어와서 사람의 마음을 울적하게 했다. 길동이 서당에서 글을 읽다가 문득 책상을 밀치고 탄식하며 말했다.

  “대장부가 세상에 나서 공맹을 본받지 못하면 차라리 병법을 외워, 대장군의 인장을 허리춤에 비스듬히 차고 동과 서로 정벌하여,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을 만대에 빛내는 것이 장부로서 흔쾌히 할 일이다. 나는 어찌하여 한 몸이 외롭고, 아버지와 형이 있건만 아버지와 형이라고 부르지도 못하니 심장이 터질 것 같구나. 어찌 원통하지 아니 하리오!”

▶적서 차별로 인한 길동의 원통한 마음

  말을 마치고 뜰에 내려가서 검술을 공부하였다. 마침 공이 또한 달빛을 구경하다가 길동이 배회하는 것을 보고 즉시 불러 물었다.

  “너는 무슨 흥이 있어서 밤이 깊도록 자지 아니 하느냐?”

  길동이 공경하며 대답했다.

  “소인이 마침 달빛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만물을 만드실 때 그중 오직 사람이 귀합니다만, 소인에게는 귀함이 없으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공이 그 말뜻을 짐작했지만, 짐짓 책망하여 말했다.

  “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길동이 거듭 절하고 말씀드렸다.

  “소인이 평생 서러워하는 바는, 소인도 대감의 정기를 받아 당당한 남자가 되었으니, 아버님이 낳으시고 어머님이 기르신 은혜가 깊은데, 그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고 그 형을 형이라 못하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길동이 눈물을 흘려 적삼을 적셨다. 공이 다 듣고 나서 비록 길동이 불쌍하지만, 그 뜻을 위로하면 마음이 방자해질 것을 염려하여 크게 꾸짖었다.

  “재상 집안에 천한 종의 몸에서 태어난 자식이 너뿐이 아니거늘, 네 어찌 방자함이 이와 같으냐? 앞으로 이런 말을 또다시 하면 내 정녕 너를 눈앞에 두고 보지 않겠느니라.”

  길동이 감히 한마디도 더 고하지 못하고 다만 엎드려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공이 물러가라 명령하니, 길동이 방으로 돌아와 한없이 슬퍼하였다. 길동이 본래 재주가 뛰어나고 마음 씀씀이가 넓은데도,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여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홍 판서의 꾸짖음을 듣고 슬퍼하는 길동

  하루는 길동이 어미 방에 가서 울며 말했다.

  “소자가 어머니와 함께 전생의 인연이 두터워 지금 세상에서 모자(母子)가 되었으니 그 은혜가 망극합니다. 그러나 소자의 팔자가 기박하여 천한 몸이 되었으니 품은 한이 깊습니다. 장부가 세상을 살면서 남의 천대를 받고 살 수는 없는 것이라, 소자는 제 기운을 억제하지 못하여 어머니 슬하를 떠나려 하니, 엎드려 바라건대 어머니는 소자를 염려하지 마시고 귀하신 몸을 잘 돌보십시오.”

  길동의 어미가 듣고 나서 크게 놀라며 말했다.

  “재상 집안에 천한 종의 몸에서 태어난 자식이 너뿐이 아니거든, 어찌 마음을 좁게 먹어 어미의 애간장을 태우느냐?”

  길동이 대답했다.

  “옛날 장충의 아들 길산(吉山)은 천한 소생이로되, 열세 살에 그 어미를 이별하고 운봉산으로 들어가 도를 닦아서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전하였으니, 소자도 그를 본받아 세상을 벗어나려 합니다. 어머니는 안심하시고 뒷날을 기다리십시오. 근래 곡산 어미의 행색을 보니 상공의 총애를 잃을까 걱정하여 우리 모자를 원수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잘못하면 큰 화를 입을까 하니, 어머니는 소자가 나가는 것을 염려치 마십시오.”

  이에 그 어미가 또 슬퍼하였다.  

▶길동이 어머니와 이별하고 집을 나감

<중략>

  일일은 뇌성벽력이 천지 진동하며, 오색운무 월영산을 두르더니, 이윽하여 뇌성이 걷고 천지 명랑하며 선학 소리 자자하더니, 대왕 모비 간 곳이 없는지라, 왕이 급히 월영산에 거동하여 보니 종적이 막연한지라. 망극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사 공중을 향하여 무수히 호읍하시더라. 대왕이 양 위를 현릉에 허장하니 사람이 다 이르기를,

  “우리 대왕은 선도를 닦아 백일 승천하셨다.” 하더라.

  왕이 백성을 사랑하사 덕화를 힘쓰니 일국이 태평하여 격양가를 일삼으니 성자 신손이 계계승승하여 태평으로 지내고, 조선 홍 승상 댁 대부인이 말년에 졸하시니, 장자 길현이 예절을 극진히 하여 선산 여록에 장례하고 삼 년 초토를 지낸 후, 조정에 집권하여 초입사에 한림학사 대간을 겸하고, 연속 승차하여 병조 정랑에서 홍문관 교리 수찬을 겸하고, 연하여 승직하여 승상을 지내니라. 이렇듯이 발복하여 삼태육경을 지내니 영화 일국의 으뜸이나 매일 친산(親山)을 생각하고 동생을 보고자 하되 남북에 길이 갈리어 슬퍼함을 마지 아니하더라.

  미재라! 길동의 행어사여! 쾌달한 장부로다. 비록 천생이나 적원(積怨)을 풀어 버리고, 효우(孝友)를 완전히 하여 신수를 쾌달하니 만고에 희한한 일이기로 후인이 알게 한 바이어라.

   ▶율도국의 왕이었던 길동과 왕비가 세상을 떠남


■ 핵심 정리

• 갈래 : 국문 소설, 영웅 소설, 사회 소설, 도술소설, 장편소설

• 배경 : 조선 시대, 조선국과 율도국

• 제재 : 적서 차별의 문제와 가정 내의 갈등

• 성격 : 도술적, 비판적, 사실적, 현실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구성

  발단 : 길동은 홍 판서의 서자(庶子)로 태어나 천대를 받는다

  전개 : 적서 차별의 사회 제도에 반항하여 이상을 찾아 집을 떠난다.

  위기 : 도적의 무리 활빈당의 괴수가 되어 빈민을 구제한다.

  절정 : 나라에서 길동을 잡으려고 하니 길동이 율도국으로 떠난다.

  결말 : 율도국에서 이상국을 세우고 정치를 행한다.

• 주제 : 적서 차별 철폐와 인간 평등

• 특징 :

  ①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통한 현실 비판적 주제를 드러냄

  ② 주로 문어적인 표현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함

  ③ ‘~하더라’, ‘~하는구나’ 식으로 화자가 개입된 설명식 지문을 사용함

  ④ 진취적이며 현실성이 강함

  ⑤ 전기적(傳奇的)요소가 있음

  ⑥ 완전한 성격 묘사에 이르지 못함



■ 전체 줄거리

  주인공 홍길동은 조선조 세종 때 서울에 사는 홍판서의 시비 춘섬의 소생인 서자이다. 홍판서가 용꿈을 꾸어 길몽이기에 본부인을 가까이하려 하였으나 응하지 않으므로 춘섬과 관계해서 낳은 아들이 길동이다.

 길동은 어려서부터 도술을 익히고 장차 훌륭한 인물이 될 기상을 보였으나, 천생인 탓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한을 품는다. 가족들은 길동의 비범한 재주가 장래에 화근이 될까 두려워하여 자객을 시켜 길동을 없애려고 한다. 길동은 위기에서 벗어나자 집을 나서 방랑의 길을 떠난다.

 그러다가 도적의 소굴에 들어가 힘을 겨루어 두목이 된다. 먼저 기이한 계책으로 해인사의 보물을 탈취하였으며, 그뒤로 길동은 활빈당 ( 活貧黨 )이라 자처하고 기계(奇計)와 도술로써 팔도지방 수령들의 불의의 재물을 탈취하여 빈민에게 나누어주고 백성의 재물은 추호도 다치지 않는다.

 길동은 함경도 감영의 불의의 재물을 탈취해오면서 “ 아무날 전곡을 도적한 자는 활빈당 행수 홍길동이라. ” 는 방을 붙여둔다. 함경감사가 도적을 잡으려다가 잡지 못하자 조정에 장계 ( 狀啓 )를 올려 좌우포청으로 하여금 홍길동이라는 대적을 잡으라고 한다.

 팔도가 다같이 장계를 올리는데 도적의 이름이 홍길동이요 도적당한 날짜가 한날 한시였다. 우포장 이흡이 길동을 잡으러 나섰다가 도리어 우롱만 당하고 만다. 국왕이 길동을 잡으라는 체포명령을 전국에 내렸던바 전국에서 잡혀온 길동이 300여 명이나 된다.

 그러나 호풍환우(呼風喚雨)하고 둔갑장신(遁甲藏身)하는 초인간적인 길동의 도술을 당해낼 수 없었다. 조정에서는 홍판서를 시켜 회유하고 길동의 형 인형도 가세하여 길동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 병조판서를 제수하여 회유하기로 한다. 길동은 서울에 올라와 병조판서가 된다.

 그 뒤 길동은 고국을 떠나 남경으로 가다가 산수가 수려한 율도국( 琉 島國)을 발견한다. 요괴를 퇴치하여 볼모로 잡혀온 미녀를 건지고 율도국왕이 된다. 마침 아버지가 죽으매 부음을 듣고 고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삼년상을 마치고 다시 율도국으로 돌아가 나라를 잘 다스린다.


■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부정적인 사회 현실에 대항하여 개혁 의지를 지닌 길동을 주인공으로 한 영웅 소설이다. 서자로 태어난 길동은 자신의 신분적인 한계를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고 현실에 저항하며 율도국이라는 이상 국가를 건설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당대 조선의 모순된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자 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영웅적 인물의 제시와 전기성을 바탕으로 한 사건 전개 등에서 고대 소설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 준다. 그러나 소외된 계층인 서자(庶子)들의 문제와 관리들의 부패상을 비판, 고발하여 주제의 사실성을 높임으로써 고대 소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고대 소설이 소재와 인물, 배경 등을 중국에서 취해 온 반면, 이 작품은 순수하게 우리 나라를 무대로 삼고 있으며, 작품을 한글로 표기함으로써 한문을 읽지 못하는 서민들에게까지 독자층을 확대시킨 점에서 진정한 한글 소설의 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수록된 것은 구성상 전개와 결말 부분에 해당한다.

 조선 중기에 허균(許筠)이 지었다고 전하는 고전소설. 1책. 국문 필사본 · 목판본. 최초의 한글소설이다. 허균은 한문소설을 여러 편 지어, 실존한 방외인(方外人)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는데, 그 비슷한 착상을 한글소설로도 구체화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허균이 〈홍길동전〉을 지었다는 말은 허균보다 18세 아래인 이식 (李植)의 ≪택당집(澤堂集)≫ 잡저 중 〈산록(散錄)〉 부분에 전한다. 이본으로는 경판(京板)이 3종, 완판(完板)이 1종 있으며, 완판에는 토판(土板)에 의한 보각(補刻)의 장도 끼어 있다. 따로 사본에는 〈김길동전(金吉童傳)〉이 있다.

 이 작품은 도적을 주인공으로 한 영웅소설, 양반가정의 모순을 척결하고 서얼차별의 불합리에 항거한 사회소설, 이상향을 그리는 낙원사상의 소설, 도교적인 둔갑법 · 축지법(縮地法) · 분신법(分身法) · 승운법(乘雲法) 등을 담은 도술소설 등의 다양한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한국소설사에서 특이한 위치를 차지한다.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점에서 중요시될 뿐만 아니라, 후대소설에서 찾기 어려운 다양성을 보이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그러나 기본적인 성격은 사회소설이고, 다른 속성은 보조적인 구실을 한다고 보아 마땅하다.

 이 소설에 대하여 비교문학적으로 고찰한 이재수(李在秀)도 〈홍길동전〉을 중국 명대의 〈수호전(水滸傳)〉 ·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 〈서유기(西遊記)〉의 영향이라 하여, 여기에 담긴 화소(話素)를 중심으로 비교, 연구하였다.

 이 중에서 도술에 관한 것은 〈서유기〉와 통하며, 도적의 의적(義賊) 행위에 대한 것은 〈수호전〉과 통하며, 분신법으로 팔도감영에 방을 붙이고 초인(草人)을 만들어 속이는 것은 〈삼국지연의〉 제68회의 좌자(左慈)의 분신법에 의하여 조조(曹操)를 회롱하는 것과 상통하고 있다.

 이런 수법은 당시 중국의 연의소설의 영향이라고 보는데, 이런 것들은 고대소설의 수법에 관한 것으로 당시의 유행에 따랐다고 보인다.

 그러나 허균의 다른 교산소설(蛟山小說), 즉 〈엄처사전(嚴處士傳)〉 · 〈손곡산인전(蓀谷山人傳)〉 · 〈장산인전(長山人傳)〉 · 〈남궁선생전(南宮先生傳)〉 · 〈장생전(蔣生傳)〉과 비교하여보면, 〈홍길동전〉의 국내적 모델이 있는 것 같다.

 즉 연산군 6년(1500)에서 7년 초까지 가평 · 홍천을 중심으로 활약한 명화적 (明火賊) 실명 홍길동(洪吉同), 명종대에 출몰한 양주 백정 임꺽정(林巨正), 선조 29년(1596) 7월에 임진란 와중에 충청도 홍산(鴻山)을 중심으로 거사한 종실의 서얼 이몽학(李夢鶴)의 난 등에 흐르고 있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이상국 건설에 대한 것은 조선 선비들이 가지고 있던 이상향의 동경사상이 일부 노출된 것으로, 허균도 평소 참위설(讖緯說)을 신봉하였다는 것과 표리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보면 〈홍길동전〉이야말로 당시에 있어서는 가장 한국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의 사회가 점차 경직되어가는 과정에서 서얼문제는 그 뒤에도 항상 뜻있는 자의 관심거리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많이 읽혀지고 홍길동에 관하여는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많은 호응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전라도 영광에는 홍길동 마을에 관한 전설이 있고, 공주 유구에는 홍길동이 쌓았다는 산성 전설이 있다. 아울러 박지원 (朴趾源)의 〈허생전〉도 홍길동전적인 인물의 재현이라는 추측도 가능해진다.

 이렇게 독자에 의하여 수용된 것은 그 폭을 설화에서도 검증할 수 있다는 데서 그 영향을 인정할 수 있지만, 〈홍길동전〉 그 자체의 문학사적인 위치도 주목할 만하다.

 조선 초에 나타난 김시습 (金時習)의 ≪금오신화≫가 명나라 구우(瞿佑)의 ≪전등신화(剪燈神話)≫를 이식하여 괴기와 아울러 염정을 주제로 한 여성적 문학의 문을 연 데에 그 뜻이 있다면, 〈홍길동전〉은 한글로 표기되었다는 시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거니와 전체에 흐르고 있는 주제인 서얼문제 · 탐관오리 · 의적 · 이상향 등의 설정이 남성적 문학을 대표할 만한 것이다.

 또한 당시 사회의 현실문제를 제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한국소설의 기조면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그러나 허균의 처형이나 조선조사회의 경직화 및 소설의 독자가 규중(閨中)으로 한정되어 점차 이런 현실문제에서 퇴영된 것은 다음의 소설전개에 있어 애석하기 짝이 없다.

 소설이 의도하는 현실비판을 불식하고 사랑의 문학으로 퇴화한 것은 여성독자의 기호에 영합하려는 일종의 저속화라고 보여지며 〈홍길동전〉 의 전통을 이어나가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서사시나 전기소설적인 전체의 흐름은 영웅의 일대를 기술하는 한국소설의 전통적인 면에서 충분히 교량적 구실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홍길동전〉이 가지고 있는 도술적인 요소는 그 뒤의 군담소설에서 충분히 계승되어 당시 한국인이 가지고 있던 정신적 승리의 문학의 전통을 이어갔다고 볼 수 있다.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심화 내용 연구

1. ‘홍길동전’에 나타난 인물의 성격  

 • 홍길동: 서자로 태어나 현실의 모순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적인 성격이 강한 영웅적 인물

 • 홍판서: 현실의 규범을 중시하며, 보수적인 양반 계통을 대변하는 인물

 • 춘섬: 현실의 규범에 순응하며 온갖 고난과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조선의 여인


2. ‘홍길동전’에 나타난 영웅 소설의 구조  




3. 고전 소설의 우연성 - 홍 판서와 길동의 만남

  현대 소설의 경우 특정 사건이 발생하기 위한 암시나 복선 또는 사건에 대한 필연적인 장치를 두어 사건의 인과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고전 소설의 경우 사건의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사건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본문에서도 길동과 홍 판서가 밤에 만나는 대목에서 고전 소설의 우연성을 볼 수 있다. 길동은 답답한 마음에 검술을 공부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것이고, 홍 판서는 달빛을 보며 산책을 하고 있었을 뿐, 길동과 홍 판서가 서로의 만남을 위해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므로 우연적인 만남이라 할 수 있다.


4. 서얼 제도

  ‘서얼’은 정처(正妻)의 자식이 아닌 첩(妾)의 자식들을 통칭적으로 지칭하는 이름이다. 이러한 서얼 제도는 지배 계급으로서 양반의 위치를 더욱 굳건하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이 신분에 속한 사람들은 관직에 진출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했고, 재산 상속 등에서도 법적으로 차별을 받았다. 그래서 이들은 현실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으며, 조선 후기에는 하나의 사회 문제로까지 쟁점화되었다.


5. 홍길동전에서 '율도국'의 의미

 율도국은 허균이 설정한 이상 사회이다. 조선에서 자신의 이상이 근본적으로 관철되지 못하자 그의 이상은 새로운 국가의 건설, 즉 율도국의 건설로 뻗어나간다. 율도국은 '산무도적하고 도불유습'하는 이상국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곳은 중국을 섬기지도 않고 조선사람들이 출입하지 않는 나라이다. 말하자면 중국도 조선도 아닌 새로운 나라이다. 그렇지만 그 곳이 봉건 지배 체제를 탈피한 국가는 아니다. 물론 이것은 허균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그 시대의 한계로 보인다. 그러나 홍길동이 세운 율도국은 박지원의 <허생전>에서의 남방의 섬에 앞서 고전 소설사에서는 처음으로 등장하는 일종의 유토피아라는 점에서 주목되어야 마땅하다. 더구나 이 유토피아는 단순히 무릉도원이 아니라, 사회적 제 모순에 대한 적극적 비판과 저항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기에 그만큼 역사적인 것이다. '율도국'의 존재로 '홍길동전'은 해외진출의 이상을 작품 속에서 실연한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6. 홍길동전의 성격과 인간적 특징

 홍길동은 적서의 차별에 반발하면서 자신의 신분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집은 나온 후, 도적의 두목이 되어 의적 행세를 하다가 해외에 나가 율도국의 왕이 된다. 이 세 단계를 지나면서, 홍길동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즉, 그는 '영원한 반항아'로서의 면모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홍길동은 총명이 과인하여 적서 차별의 모순을 뼈저리게 느끼고, 또한 그의 신분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정상적으로 발휘할 수 없음을 깨달은 후, 사회 제도를 향한 저항 의식을 갖게 된다. 길동은 이 저항 의식을 도적이 된 후 사회 체제에 반항함으로써 드러낸다. 그의 저항 의식은 아무런 방향성을 지니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길동은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계획을 성사시키는 인물인 것이다.


7. 홍길동전의 창작 동기 및  문학사적 의미

 임진왜란 이후 사회가 극도로 문란해지고 양반 토호들의 횡포가 극에 이르자, 이를 개혁하려는 의지(意志)가 나타나게 되었으며, 특히 적서 차별에 의해 서류(庶類) 출신의 천대가 심하므로 이와 같은 사회 제도의 모순을 개혁하고자 했던 것이 창작 동기라 할 수 있다.

 ‘홍길동전’은 국문 소설의 효시가 되며, 당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대담하게 고발하고, 적서 차별 타파, 탐관오리 규탄, 이상국 건설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제시한 작품이다. ‘금오신화' 이후 비교적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전기적(傳奇的) 성격을 탈피하고 비로소 소설의 형태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국문학사상의 의의를 지닌다. 내용상으로는 저항 정신이 반영된 평민 문학이라 할 수 있다.



■ 작가 소개

 허균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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