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덤불 - 신석정

■ 본문
태양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 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상징적, 비판적, 서술적, 독백적
• 제재 : 꽃덤불
• 주제 : 진정하고 온전한 광복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염원함.
• 특징 :
 ① 어둠과 밝음, 차가움과 따뜻함의 대립적이고 상징적인 시어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
 ② 유사한 문장 구조의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함.
 ③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 작품 해설 1

 이 시는 대립적인 이미지를 가진 상징적 시어의 대조를 통해 온전한 조국의 광복을 바라는 염원을 표현하였다. 1연에서는 일제 강점 하의 암담한 시대적 현실을 말하고 있고, 2연에서는 이러한 암담한 현실 속에서 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바랐음을 이야기한다. 3연에서는 일제 강점 하에서 많은 애국지사들이 죽거나 타국으로 떠나가거나, 또 한편 변절과 전향을 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열거함으로써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4연에서는 그러한 세월이 36년이 흘러 마침내 조국이 해방되었음을 말하고, 마지막으로 5연에서는 그렇게 바라던 해방을 맞이하였음에도 조국이 혼란 속에 있음을 한탄하며 온전하고 새로운 민족 국가를 형성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시는 광복 후 일제 강점기의 어둡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광복의 기쁨과 완전한 조국 광복에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시로, 식민지 시대를 다룬 대다수의 시와 마찬가지로 어둠과 밝음의 대립적 이미지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1연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 광복에 대한 소망을 보여 주고, 2연에서는 광복을 위한 노력과 갈망을 표현하고 있다. 3연에서는 애국지사의 죽음과 방랑, 변절과 전향 등 일제 강점하의 비극적인 상황을 나열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반복을 통해 토로하고 있다. 4연과 5연에서는 마침내 조국의 광복을 이루었으나 좌우익의 갈등과 연합군의 신탁 통치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어둠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고 맞이해야 할 미래의 표상인 새로운 민족 국가의 수립을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꽃덤불에 아늑히 안기는’ 모습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시는 과거에서 미래로의 시간의 흐름을 통해, 일제 강점하의 고통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이했으나 아직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걱정하는 시인의 고뇌와 민족 화합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 천재교육, 해법문학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대립적인 이미지의 상징적 시어(비상교과서 참고)  

 이 시에서는 화자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상황과 대상을 ‘태양을 등진 곳’, ‘달’, ‘밤’과 같은 시어들을 통해 어둠과 차가움의 이미지로 제시하고, 화자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추구하는 상황과 대상을 ‘태양’, ‘봄’, ‘꽃덤불’과 같이 밝음과 따뜻함의 이미지로 제시하고 있다. 시인은 이렇듯 선명하면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시어들을 대조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추구하는 바를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2. ‘태양’과 ‘봄’의 상징적 의미(지학사 참고)

 추상적인 사실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대표성을 띤 기호나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일을 ‘상징’이라고 한다. 이 시에서는 ‘태양’과 ‘봄’이 조국 광복을 상징함으로써 그와 대조되는 ‘밤’과 ‘겨울’은 국권을 상실한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의 혼란스러운 시기로 자연스럽게 읽혀지면서 시의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3. 광복 직후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지학사 참고)

 1945년 8월 15일, 일제 강점기 36년의 혹독한 수탈과 탄압의 시기를 지나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것은 반쪽짜리 해방이었다. 일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 폭탄의 위력에 굴복 하여 결국 항복을 하게 되고, 한반도는 38선을 경계로 각각 미국과 소련의 군정에 의해 신탁 통치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의 북쪽 지방은 소련의 세력을 업은 김일성에 의해 빠르게 장악되지만, 남한은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일제에 협력하던 친일 세력은 안정적 관리를 원했던 미군정의 비호 하에 여전히 세력을 갖추고 있었고, 새로 성립될 국가의 체제와 남북의 단일 정부 수립을 두고 좌익과 우익은 극렬한 이념적 갈등을 빚어내고 있었다.
 ‘꽃덤불’에서 시인은 이러한 분단의 상황과 이념 갈등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인식을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에서 표현하였고, 민족의 진정한 화합이 이루어지는 온전한 민족 국가를 이룰 것을 소망하고 있다.

 

■ 작가 소개

신석정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신석정 - 꽃덤불.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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