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성찰적, 고백적
• 제재 : 우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 주제 : 자아 성찰과 자신에 대한 애증(愛憎)
• 구성 :
[1연] 우물을 찾아가 자아를 성찰함.
[2연] 우물 속의 평화로운 풍경
[3연] 초라한 자아에 대한 부끄러움
[4연] 자아에 대한 연민
[5연] 자아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
[6연] 추억 속 자아에 대한 그리움
• 특징 :
① 평이한 구어체를 사용하여 산문적으로 진술함.
② 시상 전개에 따라 화자의 심리가 분명한 변화를 보임.
■ 작품 해설 1
이 시는 화자가 우물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있는 모습을 모든 문장을 ‘-ㅂ니다’로 끝내는 평이한 구어체를 사용하여 산문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우물은 화자 자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데, 이 우물에는 화자의 모습만이 아니라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는 순수한 자연의 모습이 함께 담겨 있다. 이러한 배경을 뒤로하고 있는 ‘한 사나이’는 바로 우물에 비친 화자 자신이라고 볼 수 있다. 화자는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미워져 돌아가고, 돌아가다 보니 가여움이 생겨 다시 들여다보고, 또 미워져 돌아가고, 다시 그리워지는 심리적 갈등을 보인다. 이는 우물에 비친 자신의 현재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 심리적 갈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는 평화로운 자연과 함께 존재했던 순수한 모습을 추억하면서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내적 갈등이 극복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서술체 형식으로 자신을 하늘과 바람으로 객체화하여 내면공간의 깊이를 형성한다. 소년에서 성년으로 가는 시인의 전환적 모습을 보여주는 자기 인식의 시라 할 수 있다. 각 연의 내용은 시인의 내면 의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우물로 찾아가 들여다 봄(1연)-사나이의 존재, 미움, 돌아감(3연)-돌아감, 가엾음, 도로 감(4연)-미움, 그리움(5연)의 반복적 진행은 시인의 자기연민과 비극적 현실 인식을 함축한다. 이러한 관조의 경지와 고독의 고통스런 인식은 2연과 6연에 묘사된 우물 속 서경적 배경을 통해 강화된다. 우물 속에 비친 달과 구름, 하늘과 바람과 가을의 조화를 깨뜨리는 ‘사나이’는 분명 추억처럼 서 있는 시인 자신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세 차례 우물로 찾아 간다. 그와 함께 미움, 가엾음, 그리움의 세 가지 감정적 변화가 동반한다. 우물로 찾아감 즉 1연과 4연과 5연에서 자아성찰이 이루어진다. 성찰의 진행은 점층적으로 강화된다. 미움(3연)에서 가엾음(4연)으로 그리고 이 양가적 감정의 혼재로 5연에서 미움과 그리움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 때 시인이 찾아가는 공간 우물은 ‘산모퉁이 외딴’ 곳에 있다. 이 분리된 장소에서 시인은 ‘가만히’ 응시하는 은밀한 행위를 하고 있다. 우물 속 세상은 밝고 평화롭다. 그에 반해 시인의 내면은 어둠으로 채색되어 있다. 우물은 비일상적, 비현실적인 장소이다. 그처럼 시인이 존재하는 현실은 고통과 불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우물 속의 자연과 추억처럼 서 있는 사나이의 부조화는 현실과 시적 자아와의 갈등과 부조화를 함축하고 있다. 이 바탕에는 시인의 비극적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더불어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통해 비극적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적 행위가 자리하고 있다. 어두운 한 시대를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윤리의식이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이 시의 화자와 ‘사나이’의 관계는(천재교육, 해법문학 참고)
‘사나이’는 우물에 비친 화자 자신으로, 때로는 밉지만 때로는 가엾거나 그리워지는 대상이 된다. 여기에서 화자가 ‘사나이’를 바라보는 주체로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반성적 자아라고 한다면, ‘사나이’는 성찰의 대상으로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현실적 자아라고 볼 수 있다.
2. ‘우물’의 기능(천재교육, 해법문학 참고)
이 시에서 ‘우물’은 자신을 비춰 볼 수 있는 대상으로서 거울과 같은 기능을 한다. 화자는 우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성찰하며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즉, 우물은 화자에게 현실 속의 부끄러운 자기 모습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자아 성찰에 이르도록 하는 매개체로, 화자는 우물을 통해 내적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3. 연민과 미움의 이중 감정(천재교육, 해법문학 참고)
화자가 우물을 통해 달과 구름, 하늘을 반복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자연의 조화로운 질서를 지상에 옮겨 놓고 싶은 욕망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자신이 소극적인 자세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자기혐오에 빠진다. 그래서 ‘미워져 돌아가고’,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을 ‘가엾게’ 여기며 되돌아오는, 연민과 미움의 이중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성찰의 과정에는 자기에 대한 미움과 연민이 필연적으로 동반되기 마련이다. 이는 부끄러움과 거의 같은 자리에 있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4. 자기반성과 내면 성찰의 시인(천재교육, 해법문학 참고)
윤동주의 시 세계 전반을 지배하는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는 가장 기초적이며 근원적인 사색의 형식이다. 이는 윤리적인 존재가 되려는 의지를 표방하는 인간에게 존재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윤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최고선(最高善)의 실현에 있다고 할 때 윤동주의 반성과 성찰은 나약한 자기 위로나 달램이 아닌 철저한 자기 수양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작가 소개
■ 엮어 읽기
서정주, ‘자화상’
'문학 이야기 > 현대운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 이육사 (0) | 2020.04.22 |
---|---|
꽃덤불 - 신석정 (0) | 2020.04.13 |
2021학년도 수능 대비 EBS수능특강 문학수록 작품 목록 - 현대시 (0) | 2020.03.13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0) | 2019.10.31 |
파랑새 - 한하운 (0) | 2019.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