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철조망 - 박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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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지금 저기 보이는 시푸런 강과 또 산을 넘어야 진종일은 별일없이 보낸 것이 된다. 서녘 하늘은 장미빛 무늬로 타는 큰 눈의 창을 열어… 지친 날개를 바라보며 서로 가슴 타는 그러한 거리에 숨이 흐르고 


 모진 바람이 분다. 그런 속에서 피비린내 나게 싸우는 나비 한 마리의 상채기. 첫 고향의 꽃밭에 마즈막까지 의지하려는 강렬한 바라움의 향기였다. 


 앞으로도 저 강을 건너 산을 넘으려면 몇 '마일'은 더 날아야 한다. 이미 그 날개 피에 젖을 대로 젖고 시린 바람이 자꾸 불어간다. 목이 바싹 말라 버리고 숨결이 가쁜 여기는 아직도 싸늘한 적지(敵地). 


 벽, 벽… 처음으로 나비는 벽이 무엇인가를 알며 피로 적신 날개를 가지고도 날아야만 했다. 바람은 다시 분다. 얼마쯤 날으면 아방(我方)의 따시하고 슬픈 철조망 속에 안길. 


 이런 마즈막 '꽃밭'을 그리며 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슬픈 표시의 벽, 기(旗)여…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현실참여적, 비판적, 상징적, 의지적, 비극적

․ 표현 : 우의적, 상징적인 표현과 대조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주제를 형상화

․ 제재 : 나비, 철조망, 분단된 조국

․ 주제 : 분단의 혹독한 아픔, 분단된 민족의 안타까운 운명


■ 작품 해설 1

 이 시는 분단의 벽을 허물고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은 열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철조망’과 ‘벽’은 조국 분단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지친 날개’, ‘피 비린내 나게 싸우는 나비 한 마리의 상채기’, ‘그 날개 피에 젖을 대로 젖고’에서 알 수 있듯이 ‘나비’는 동족 상잔의 전쟁으로 인해 상처 입은 우리 민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소재이다. ‘나비’는 상처 입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시련과 고난, 역경을 상징하는 ‘바람’을 뚫고 강을 건너 산을 넘어 ‘마즈막 꽃밭’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꽃밭’은 나비가 추구하는 세계, 즉 더 이상의 다툼은 없고 사랑으로 충만한 화해의 세계, 평화로운 세계임을 알 수 있다. ‘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에서 알 수 있듯이 험난한 길이겠지만 나비는 평화로운 세계를 향해 계속해서 날아갈 것이다. 이러한 ‘나비’의 모습을 통해 시인은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고 있다.


■ 작품 해설 2

 나비의 고단한 비행을 통해 민족 분단의 아픔을 우의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나비’, ‘철조망’, ‘꽃밭’ 등의 상징적 시어와 우의적 표현을 바탕으로 분단의 아픈 현실과 함께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 2016 EBS 수능특강 해설 참고


■ 작품 해설 3

 이 시는 동족상잔의 상처 입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나비’와 남북 분단의 상황을 나타내는 ‘철조망’이라는 대립적인 두 소재를 통하여 민족 분단의 아픔을 형상화하고,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적화자는 이와 같은 ‘나비’와 ‘철조망’의 관계를 통해 남북이 적대적 태도를 버리고 분단과 대치의 상황을 반드시 끝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이 시에서 ‘나비’는 전쟁과 분단으로 상처 입은 채 피를 흘리며 날고 있는 연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피에 적신 날개를 가지고도 나비는 모진 바람 속을 날아야 하고 시푸런 강과 산을 넘어야 하는 자신의 숙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첫 고향의 꽃밭에 이르기 위해 차갑게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을 상처 입으로 몸으로도 넘으려고 한다. ‘나비’는 시적 화자나느 끝끝내 도달하게 될 ‘철조망’이 비록 슬프더라도 마지막까지 ‘꽃밭’을 그리는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 심화 내용 연구

1. 기(旗) 일반적 상징성

 기는 ‘어떤’ 뜻을 나타낸다. 이것이 기의 주요 기능 가운데의 하나인 상징성이다. 의견이 분분할 때 자기 편의 태도를 확실히 밝히면 ‘기치가 선명하다.’고 한다. 이와 같이 기는 드러내 보일 때와 뉘어서 숨길 때와는 그 상징하는 뜻이 달라진다. 군대가 진격해서 고지를 점령하면 맨 먼저 자기편의 기를 꽂는다. 그러면 한쪽은 사기가 충천하고 한쪽은 풀이 죽는다.

 6·25전쟁 때 9월 28일 서울을 탈환한 국군이 맨 먼저 중앙청 꼭대기에 태극기를 꽂는 광경을 보고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삼국유사≫ 권1 태종춘추공조(太宗春秋公條)의 나제전(羅濟戰)에도 소정방(蘇定方)이 군사를 시켜 성가퀴 너머에 당나라 깃발을 세우니, 백제 왕자 태(泰)는 매우 급하여 성문을 열고 항복하였다는 기사가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군기(軍旗)가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을 보여준다. 

 또, 기는 정복을 상징한다. 탐험가나 등산가들이 목표한 지점에 도달하면 거기에 자기 나라 국기를 꽂아 정복을 표시한다. 최초로 달에 착륙한 미국의 우주인들이 성조기를 꽂고 돌아온 것도 같은 보기이다.

 기는 신호로 쓰이기도 한다. 전쟁에서의 백기는 평화 또는 항복을 뜻하고, 철도에서 푸른 기를 흔들면 기차가 진행하고 붉은 기를 흔들면 정지한다. 적십자기는 의료기관을 상징하므로 전쟁에서도 그 표지가 있는 곳은 공격하지 않는다.

 옛날 전쟁에서 적을 협공할 때 맞은편의 아군과 기로써 신호를 하였다. 이때 쌍방이 미리 정한 방법에 따라 여러 개의 기를 차례로 사용하면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도 서로 전달할 수 있었다. 또, 옛날 지휘관은 자신의 지위와 책무를 쓴 기를 높이 세우고, 손에도 수기를 들어 위의를 표시하며, 이것을 휘둘러 군대를 지휘하였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손에 든 학털 부채는 군사(軍師)를 상징하는 수기의 구실을 하였고, 우리 농악대가 전립(戰笠) 끝에서 돌리는 상모도 지휘용 수기와 같은 구실을 하던 것이다.

 그러나 군대의 위용은 방위에 따라 오색기를 휘날리며 여러 개의 북을 둥둥 울리는 데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병서(兵書)에도 “정정한 기는 맞서 싸우지 말며, 당당한 기는 치지 말라.”고 하였다. 군대의 진용과 사기는 깃발로써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장백산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 씻기니……”라는 시조에서도 장백산에서 휘날리는 깃발로 김종서(金宗瑞)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다.

 성을 수비하며 조련할 때의 예를 보면, 낮전투에서 정문을 닫고 쉬게 할 때는 숙정패(肅靜牌)를 내걸고 표미기(豹尾旗)를 세운 뒤 휴식호령을 내리게 되어 있고, 밤조련에서는 방위에 따라 고초기(高招旗)의 색깔을 달리하여 세우면 그 색깔에 해당되는 대열이 출동하게 되어 있다.

 이순신(李舜臣)의 ≪난중일기≫ 정유(丁酉) 9월 16일조의 명량해전(鳴梁海戰)에서 “장수 하나가 물러나 저만큼 간 것을 보고, 곧장 회선하여 그부터 목 베어 효시하고 싶었으나, 나의 배가 돌아서면 여러 배가 동요될 듯하여 중군에게 휘(麾:군령을 내리는 기)와 초요기(招搖旗:장수를 부르며 지휘 호령하는 기)를 세우게 하니 그들의 배가 돌쳐서 왔다.”는 대목이 있어 해전에서 군기의 쓰임새가 실감 있게 표현되고 있다.

 어선에서는 풍어가 되면 오색천을 길게 달아 나부끼게 함으로써 용왕에게 감사하고 기쁨을 나타낸다. 무당이 굿할 때에는 색깔을 갖춘 여러 개의 기 가운데에서 하나를 뽑게 하여 그 기의 빛깔로 사람의 운세를 점치기도 하는데, 붉은색의 기를 뽑으면 운세가 왕성하고 노란색의 기를 뽑으면 운세가 시든다는 등으로 해석을 한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만국기를 다는 것은 축제의 상징이다. 이와 같은 기의 상징성은 우리 생활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 작가 소개

 박봉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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