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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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서정적, 관조적, 사색적, 미래지향적, 명상적

․ 어조 :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는 사색적 어조

․ 제재 : 별

․ 주제 :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성찰

․ 구성 : 선경후정의 방식(1, 2연 – 3연)

 1연 : 별과 나와의 친밀한 교감

 2연 : 친밀한 관계의 소멸과 인간의 고독

 3연 : 다시 만나고 싶은 소망


■ 작품 해설 1

 1969년 11월 《월간중앙》(제20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1975년에 출판된 김광섭의 시집 《겨울날》에 실려 있다. 인간의 존재성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인생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에 이르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다. 시의 형식은 전3연 11행으로 이루어진 자유시이고, 내용은 별을 시의 제재로 삼아 관조적·사색적 어조로 인간의 숙명적인 고독과 운명을 노래한 상징적 성격의 서정시이다.

 제1연에서는 어둠 속에서 빛나기 시작하는 밝은 별들과 그에 대조되는 인간현실의 고뇌를 '저렇게 많은 중에서의 별 하나'와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나 하나'로 대응시켜 노래하여 인간의 절대고독감을 강조하였다.

 핵심연인 제2연에서는 밝음 속으로 사라지는 별과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나를 통해 '별'로 대표되는 자연과 '나'로 대표되는 인간의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을 강조하였다. 별과 나의 거리감은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갈수록 심해지는 인간관계의 단절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동시에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숙명을 노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3연에서는 인간을 유한한 존재로 보는 시인의 생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빛과 어둠이라는 정반대의 모순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존재의 만남을 통해 이별을 노래하고자 한다. 특히 불교적 인연관과 윤회사상을 느끼게 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구절에서 시인은 점점 물신화되어가는 각박한 인간사회라 하더라도 살아갈 희망과 가치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재회의 기대감으로 표현하였다.

 이 시는 생명 자체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노래한 김광섭의 후기작품으로 화려한 시적 수사를 절제해 한폭의 수묵화와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물질문명으로 인해 인간적인 따뜻함과 진솔함을 상실해가는 현대인들의 고독한 모습을 '별'과 '나'의 대조를 통해 존재론적 차원으로 승화시켜 형상화한 수작으로 평가된다. 1970년 서양화가 김환기(金煥基)는 이 시의 마지막 구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화제(畵題)로 대작을 그렸으며, 이 시에 곡을 붙인 대중가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만들어져 애창되기도 했다.

- 두산백과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하여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하고 있는 시이다. 1연에서는 저녁 하늘에서 빛나는 ‘별’과 화자인 ‘나’가 서로 만나 교감을 나누고 있다. 2연에서는 저녁에 빛나다가 사라질 ‘별’의 모습과, 어둠이 짙어지면 그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나’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제시되면서 ‘별’과 ‘나’의 관계가 지속될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둠 속에 사라지는 ‘나’의 모습은 인간 존재 일반으로 확대하여, 세월이 흐름에 따라 홀로 쓸쓸하게 죽어 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3연에서 화자는 ‘별’과 친밀한 관계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직도 ‘별’과 ‘나’가 정다운 사이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렇게 정다운 ‘별’과 ‘나’가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어서 아쉽고 슬프며, 혹시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노래한다.

- EBS 수능완성 해설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시간적 배경의 상징적 의미

 ‘밤’은 고단한 일상에서 돌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안식과 평안함을 주는 시간이자 공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로움과 고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밤’을 대표하는 것은 어둠 속에서 비로소 빛나는 별과 이와 대조되는 인간의 현실적 고독이 잘 나타나 있다. 이들은 서로 바라보면서 위안을 삼고, 그 위안 속에서 새로운 삶을 계속해 나가는 인간사의 진리를 확인시켜 준다.


2. ‘저녁에’에 나타난 ‘저녁’의 이미지 

 저녁이라는 어둠의 시작이 운명처럼 ‘나’와 별을 함께 맺어 주고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 저녁이라는 한 순간의 시간 속에서 우연처럼 별 하나와 ‘나’ 하나가 만난다. 이러한 우연, 그러나 절대적인 운명과도 같은 이 마주보기를 가능케 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이차원(二次元)과 그 절대 거리를 소멸시키는 저녁인 것이다. 저녁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잉태하고 있는 인간의 삶 그것처럼 어둠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저녁은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의 관계를 탄생시키는 시간이지만, 동시에 그것들의 사라짐을 예고하는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저녁은 밤이 되고 새벽이 되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시간이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김광섭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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