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 본문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이국적, 환상적

․ 구성 : 

  1연 : 눈 내리는 밤

  2연 : 나타샤와 산골에 가서 갈고 싶어하는 ‘나’

  3연 : 현실을 능동적으로 버리고자 함

  4연 : 상황에 대한 ‘나’의 순결한 생각

․ 특징

  ① 순백의 시각적 이미지를 주로 사용함

  ② 대립적 이미지의 시어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

  ③ 유사한 문장을 변형, 반복함으로써 화자의 정서적 깊이를 심화함

․ 주제 :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순수 세계에 대한 소망


■ 작품 해설 1

  화자는 가난하고 쓸쓸한 사람이다. 화자는 ‘나타샤’를 사랑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사랑을 이루기 어렵다. 그래서 화자는 현실을 떠나 깊은 산골로 가려고 한다. 어찌 보면 현실 도피라고 볼 수 도 있지만, 화자는 자신의 행위를 더러운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말한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라는 말은 그의 행위가 더러운 현실을 능동적으로 버리는 것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한 시인의 결벽성과 함께 이 시는 ‘눈’, ‘나타샤’, ‘흰 당나귀’ 등의 이국적인 이미지를 통해 사랑의 환상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환상은 현실적인 한계와 절망을 넘어서려는 데서 나오기 때문에, 이 시에는 슬픔과 고독 또한 짙게 배어 있다.


■ 작품 해설 2

 이 시는 눈이 푹푹 내리는 겨울밤을 배경으로 설정하여, 힘겨운 현실에서 낭만적 세계를 꿈꾸는 화자의 내면을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다. 아마도 가난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나타샤와의 사랑을 쉽게 이룰 수 없었을 화자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시며 자신과 나타샤가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는 꿈을 꾼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 나타샤가 화자에게 다가와, 누추하고 고단한 현실이 지배하는 세상 따위는 더러우니 버리고 탈속의 공간이자 순수의 세계인 산골로 들어가자는 말을 속삭이지만, 이는 실상 화자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인은 ‘나타샤’라는 이국적 이름의 여인, 흰 당나귀, 흰 눈 등을 통해 순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 2016학년도 EBS 수능특강 해설 참고 



■ 작가 소개

백석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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