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 - 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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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핵심 정리

갈래 : 서정시

성격 : 민족적, 감각적, 민요적, 추모적

어조 : 경건하고 도도한 어조

제재 : 논개의 의로운 죽음

주제 : 역사에 길이 빛날 논개의 의로운 죽음과 헌신적 애국심


■ 작품 해설 1

  논개는 임진왜란 때 진주 촉석루에서 왜장을 안고 남강에 빠져 죽은 의기(義妓)이다. 시인은 300여 년의 간격을 둔 역사적 시점에서 그 죽음의 모습을 노래하였다. 여기에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사실만을 노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다른 동기가 깃들이어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일제하의 현실에 대한 시적 발언의 의미를 가진다.

 제1연은 죽음을 결심한 논개의 분노와 정열을, 제2연은 죽음으로 뛰어드는 순간의 논개의 모습을, 제3연은 논개의 죽음 뒤에 흐르는 푸른 강물을 각각 노래하고 있다. 제1연에서 왜적에 대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고, 목숨을 바쳐 적을 물리치고자 하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한 것으로 표현된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대조적 표현이다. 제2연은 죽음 속으로 뛰어드는 순간의 논개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아리땁던 눈썹이 높게 흔들리며 석류 속처럼 붉은 입술이 ‘죽음’을 입맞추었다는 구절은 무서운 죽음에로 자신을 던지는 결단의 순간을 오히려 더할 수 없이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느끼게 한다.

 이러한 내용이 전개되는 동안 한결같이 따르며 되풀이되는 후렴은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이 흐른다는 선명한 색채감으로 논개의 숭고한 정열을 시각화하였다. 이처럼 노래하는 구절의 뒤에는 논개가 몸을 던졌던 진주 남강의 푸른 물이 아직도 그대로 흐르고 있으며 그 물의 유구한 흐름은 결코 그칠 수 없다는 의미가 깃들이어 있다.


■ 작품 해설 2

 이 시의 의미를 특정한 시대적 한계 안에서만 파악할 것은 아니다. 이 시는 관념적인 애국주의의 밖에 있다. 인류 역사의 어느 단계에서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로막고 우리를 황폐하게 하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에 저항하는 민중의 분노와 정열은 ‘종교보다도 깊고’, ‘사랑보다도 강하다.’ 그 분노와 정열이야말로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역사의 물결을 흐르게 하는 힘이다.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석류 속 같은 입술’로 어림가는 미인적 형상이 ‘죽음’과 입맞추는 순간, 그의 ‘꽃다운 혼’은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것이 된다. 시인은 다른 자리에서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젊은 조선을 빛나게 할 많은 시인, 예술가, 철학자들이여! 명심할 것이다. 우리의 생은 유희가 아니고 분투임을, 도락이 아니고 노고임을! 로만 로랑은 말하였다. “우리의 인생은 짙은 장미꽃을 뿌리는 탄탄대로가 아니라.‘라고. 인간의 생명이란 죽음의 준비인 것뿐이다. 그림자가 물체를 따르는 것 같이 아름다운 죽음은 반드시 아름다운 생활이 뒤를 이어 오고, 의미 있는 죽음은 반드시 의미 있는 생활의 뒤를 따르는 것이다.

 ‘논개’의 죽음이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애국주의 때문이 아니라 역사를 관류(貫流)하는 민중적 진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심화 내용 연구

1. 논개(?--1592) 

 임진왜란 때의 제주 기생. 전라도 장수 출생으로 진주 병사(晋州兵士) 최경희의 애기(愛妓). 임진왜란때 진주성을 함락시킨 왜장 게다니를 껴안고 남강(南江) 물에 뛰어들어 순국(殉國)하였다. 뒤에 정인보가 시조 '논개'를 한용운이 '논개의 애인이 되어 그의 사당에'를 써서 그녀의 애국 충절을 기렸다. 


2. ‘논개’의 율격

 이 시는 1행 2음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의미의 분절은 4음보를 기본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시의 율격은 4음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할수 있다. 즉 거룩한/ 분노는/종교보다도/깊고/불 붙는/정열은/사랑보다도/강하다/아/강낭콩꽃보다도/더 푸른 물결위에//양귀비꽃보다도/더 붉은/그 마음/흘러라//로 율격의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상의 전개에 따라 각 음보의 음절 수를 달리함으로써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주제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각 연의 후반에서는 한 음보를 구성하는 음절 수가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 작가 소개

 변영로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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