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2014학년도 EBS 국어영역 N제 A형과 B형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EBS N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계 교재입니다.
논이야기 - 채만식 |
줄거리 일인(日人)들이 온갖 재산을 그대로 내어놓고 달아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 생원은 어깨가 우쭐하였다. 일인(日人)에게 팔아 넘긴 땅이 꿈결같이 도로 자기의 것이 된다니 이렇게 세상에 신기한 도리라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 생원네는 아버지의 부지런함으로 장만한 열 서너 마지기와 일곱 마지기의 두 자리 논이 있었다. 그런데 피와 땀이 어린 그 논을 겨우 오 년만에 고을 원[郡守]에게 빼앗겨 버렸다. 동학(東學)의 잔당에 가담하였다는 누명을 씌워서 말이다. 잡혀 간 지 사흘만에 열 서너 마지기의 논을 바치고야 풀려났다. 일제 강점 바로 이듬해, 한 생원은 나머지 논 일곱 마지기도 불가불 팔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었다. 허황되고 헤픈 성격이어서 살림 규모도 없을뿐더러 술과 노름에 빚을 졌기 때문이다. 마침 일인(日人) 요시카와[吉川]가 인근의 땅을 시세보다 갑절이나 더 주고 산다기에, 그 돈이면 빚도 갚고 남은 돈으로 다른 논을 사리라 생각하고 모두 팔았다. 그러나 이미 부근 땅값을 올려놓았기 때문에 빚만 갚고 논은 살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36년 후 해방이 된 것이다. 한 생원은 요시카와에게 팔아 넘긴 일곱 마지기 논을 보러 나섰다. 가는 길에 문득, 오래전에 길천에게 판 삼천 평짜리 산이 떠올랐다. 그런데 한 생원이 그곳에 이르렀을 때는 한창 나무를 베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들은 요시카와 농장 관리인 강태식이한테서 돈을 주고 샀다는 대답이었다. 잇속에 밝은 무리들이 일본인 농장이나 재산을 부당 처분하여 배를 불린 일이 있었는데, 이 산판(山板)도 그런 것의 하나였다. 어쨌든 한 생원을 예전에 일본인에게 판 땅이 다시 돌아오리라는 꿈이 깨지고 말았다. 그 뒤 일인(日人)의 재산을 조선 사람에게 판다는 소문이 들렸다. 돈을 내고 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생원은 그럴 재력도 없거니와 도대체 전(前)의 임자가 있는데 그것을 아무에게나 판다는 것이 한 생원이 보기에는 불합리한 처사였다. 한 생원은 구장에게 달려갔다. 소문이 맞다는 구장의 설명을 들은 한 생원은 "독립됐다구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기 잘 했지."라고 중얼거린다. |
‣ 요점 정리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 풍자적, 비판적, 냉소적, 함축적, 설명적, 구체적
갈등 : 인간과 사회와의 갈등
문체 : 간결체와 만연체의 혼용
배경 : 광복 직후 군산 부근의 농촌
어조 : 냉소적 어저
구성 : 역전적, 입체적 구성
발단 : 한 생원이 땅을 되찾게 되리라는 기대에 우쭐해짐
전개 : (과거사) 한 생원 부자가 땅을 빼앗기고 팔아넘기는 과정
위기 : 돈을 주고 땅을 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
절정 : 한 생원이 땅 소유주 및 구장과 말다툼을 벌임
결말 : 한 생원이 자신을 나라 없는 백성이라고 자조함
주제 : 광복 직후의 토지 정책에 대한 비판
등장인물
한 생원 :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해방이 되면서 자신의 땅을 되찾으리라는 기대가 좌절되자, 분노를 금치 못하고 나라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다. 50년 전 21살 때, 고을 원에게 논을 빼앗긴 쓰라린 추억을 지니고 있다.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도 주지 않는 독립된 국가에 대하여 지독히 냉소적이다. 헤프고 허황된 성격의 소유자.
한태수: 한 생원의 아버지. 성격이 매우 부지런하여 품삯 받아 푼푼이 모아 논을 장만한다. 동학란과 관련하여 무고한 감옥살이를 함.
길천:일본인. 한 생원에게 땅을 산다.
그 외 용길이(한 생원의 손자), 영남이(읍내 사람)
‣ 이해와 감상 1
<논이야기>는 한생원을 통해, 광복의 진정한 의미와 국가의 존재 의의가 어디에 있는가를 반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생원은 토지 소유와 분배의 문제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온 전형적인 농민의 한 사람이다. 한생원은 광복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에 대한 문제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왜냐 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라'라는 존재가 나의 편한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는 권력이라는 힘으로 자신을 못살게 구는 존재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러한 한생원에게 해방이라는 것은, 추상적인 것보다는 농토를 되찾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올바른 역할은 이런 농민의 욕구를 충실히 이해하고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광복 직후의 국가는 이와 같은 역할을 이행하지 못했다. '오늘버틈 도루 나라 없는 백성'이라는 한생원의 말을 통해, 국민들의 희망과 욕구를 소외시킨 해방 정국을 비판, 풍자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한생원은 고을 '원'과 '국가'를 동일시하여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다.
즉, 작가 채만식은 이 소설을 통해 새 정부의 농업 정책의 잘못을 비판함은 물론, 일제에 아부하고 치부를 일삼던 친일파들이 광복이 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어도 개과천선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데 반해, 가난한 농민들은 동학란 이후 엉뚱한 모함을 씌어 농토를 수탈당하던 시대나, 독립을 맞아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현실에서나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는 인식을, 한생원을 통해서 풍자,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생원에 대한 연민의 이면에는 그의 합리적이지 못한 시대 변화에 따른 대응 방식을 통하여 그 자신 까지도 풍자의 대상으로 설정되고 있는 것이다.
‣ 이해와 감상 2
한 인물이 겪었던 농토 수탈의 경험을 통해서 광복 직후의 잘못된 토지 정책에 대해 풍자한 작품이다. ‘한 생원’은 광복이 되면서 자신이 일본인에게 팔았던 땅을 되찾으리라는 기대가 좌절되자, 분노를 금치 못하고 나라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다. 그런데 이런 좌절은 단지 ‘한 생원’이 비합리적인 욕심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것만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 이전의 그의 부친 때부터 땅을 빼앗기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해 온 터이다. 농토의 진정한 주인은 농민들이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생각할 때, 농민들에게 있어서 국가의 올바른 역할은 농민이 농토를 가지고 마음껏 농사를 짓게 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독립된 이후에도 국가는 이런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이기주의자인 ‘한 생원’이 ‘오늘버틈 도루 나라 없는 백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비합리적이지만, 이러한 ‘한 생원’을 풍자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작가는 서민들의 희망과 욕구를 소외시킨 광복 정국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 보충 학습
1. 이 작품은 1946년 {해방 문학 선집}에 수록된 농촌 소설이다. 그의 다른 작품 [도야지]와 함께 과도기의 사회상을 풍자한 수작으로 꼽힌다. 해방 직후 혼란기의 사회상을 냉소하는 듯한 태도로 묘사함으로써 독특한 풍자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소설은 8.15 직후 과도기의 사회상 중 국가의 농정을 풍자한 소설로 두 개의 중심 사건이 기둥을 이룬다. 지식인으로서 당대 농민의 참상을 관찰하여 객관적으로 폭로하고, 농민을 수탈하는 사회 제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개혁 의지가 냉소적인 태도로 묘사되어 독특한 풍자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2. 이야기에서의 풍자성 - 농민에게는 독립의 실감이란 농터를 되찾는 일인데 국가나 정치가는 이를 이해하고 실감할 수 있는 기쁨을 전혀 제공해 주질 못한다. 즉 억울한 모함(동학의 가담 등)을 씌워 농토를 수탈하던 시대나, 독립이 되어도 새로운 정부의 토지 수탈과 왜곡된 토지 제도는 농민의 입장에선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을 풍자 비판하고 있다.
3. 한 생원의 인물 유형 - 주인공인 한 생원은 갑자기 이루어진 해방과 그 직후 사회 혼 란의 와중에서 자신의 권리만을 찾겠다고 우겨대는,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나라'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기주의자이다.
‣ 논이야기의 풍자성
이 작품의 주동 인물은 한 생원이다. 그 반동 인물은 따로 설정되지 않았지만, 주동 인물이 풍자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고을 '원'이나 '국가'이므로 반동인물은 '국가'라고 보아야 한다. "독립? /신통할 것이 없었다. / 독립이 되기로서니 가난뱅이 농투산이가 별안간 나으리 주사 될 리 만무하였다."와 같은 부분에서 나타나는 독립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는 작품 전체의 풍자성과 긴밀히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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